독일보다 안전한 수입차! 최초로 100만대 이상 팔린 바로 그 모델!

XC60은 간접 조명으로 은은하게 비추는 아날로그 계기판도 그렇고, 내장재는 밝은색과 어두운 색을 적절하게 배치해 조화를 이뤘습니다. 센터페시아 포인트를 나무 장식으로 할지 금속 장식으로 할지에 따라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생긴 것부터 남다른 시트는 편안함이 돋보였고, 여기에 운전석 메모리 시트와 후방 충돌 시 반동, 일명 '위플래시로' 인한 목 부상을 방지하는 'WHIPS' 시스템을 적용하기도 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고급 옵션이었던 파노라마선 선루프를 기본 적용한 것도 세일즈 포인트였죠. 무난한 공간의 뒷좌석은 어린아이가 탔을 때 안전 벨트를 제대로 이용할 수 있도록 시트 방석을 높이는 부스터 시트를 내장했습니다. 또 치켜올라간 엉덩이 덕분에 후방 시야가 좁아진 것을 고려해 뒷자석 탑승객이 없을 때는 헤드레스트를 접도록 해 시야 확보에 도움을 줬어요.

트렁크 공간은 경사진 D필러로 손해를 보기는 했지만, 좌우 벽을 최대한 밀착해 수직에 가깝게 만들었고, 무엇보다 '4:2:4'로 접히는 2열을 모두 접으면 완전히 평평한 공간이 펼쳐져 적재 편의성이 상당히 높았습니다.

전체적으로 스포티한 디자인과 두꺼운 차체 때문에 크기에 비해 실내 공간은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곳곳에 실용성이 돋보이는 아이디어를 더해 이를 상쇄하고자 한 것은 오랜 기간 왜건을 만들어 온 짬이 느껴지는 부분이었죠. 파워 트레인은 XC90과 S80에 올라갔던 2.4L 직렬 5기통 디젤과 6단 자동 변속기 AWD를 더한 모델을 시작으로 나중에 6기통 30.L 터보 가솔린 5기통 2.0L 엔트리 디젤 모델이 새롭게 추가됐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SUV는 당연히 디젤이라는 공식이 만연했고, 실제로 성능과의 균형이 잘 맞춰 져 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험로보다는 잘 닦인 도로를 달리는 도심형 SUV를 지향했기 때문에 정숙성과 부드러운 주행 감각이 돋보였습니다. SUV조차 날카롭게 만들어 버리는 독일 차의 감각보다는 랜드로버 같이 승차감을 중시하는, 즉 조금은 출렁이는 전형적인 고급 SUV의 감각이었죠.

덕분에 부쩍 스포티해 진 외관에 비해, 주행 성능은 이전에 볼보와 별 다를 바 없는 순둥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다만 볼보의 전문 분야인 안전만큼은 확실히 독일 차와 차별화했습니다. 사각지대 경보 장치, 차선이탈경고를 기본 적용했고, 여기에 자동 긴급제동 기능을 내장한 '시티 세이프티가'가 본격적으로 탑재된 첫번째 볼보였습니다.

10년이 훌쩍 지났지만, 지금 판매되는 차들과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는 구성이었죠. 2009년 국내에 정식 출시된 1세대 XC60은 독일 차와 일본 차 중심으로 이어져 온 국내 수입차 시장에 피로감을 느꼈던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해 나름의 존재감을 뽐냈습니다.무엇보다 프리미엄 컴팩트 SUV이라는 장르 자체가 신선함을 줬죠. 이후 등장한 독일 브랜드 경쟁차와 비슷한 가격은 걸림돌이었지만 대중에는 저렴한 축에 속했고, 판매량을 끌어올리며 고리타분한 브랜드의 이미지를 씻어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물론 신호 탄은 해치백 C30이 쏘아 올렸지만, 이 XC60은 필살기에 가까웠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죠. 다만 집안에 또 우환이 생겼죠. 역시나 빠지면 섭한 2008년 그 위기로 인해 자금난을 겪던 포드가 볼보를 매물로 내놓은 것도 이쯤 이었습니다.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일찌감치 팔아버렸지만 볼보만큼은 끝까지 붙들고 있었죠.

포드는 60억 달러에 매각하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이미 미국놈들에게 한방 얻어맞은 전적이 있던 스웨덴 정부는 구제금융을 넘어 아예 국유화할 생각까지 했지만, 결국에는 2010년 다들 아시다시피 인수금액의 반의 반도 안 되는 수준인 15억달러, 한화로 약 2조 원이라는 헐값에 중국 지리 자동차에 매각됩니다. 그래도 이 XC60이 글로벌 시장에서 꽤 괜찮은 반응을 얻으면서 볼보의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 인수를 결정하는데 분명한 영향을 줬겠죠.

참고로 건설 장비와 트럭 버스를 생산하는 볼보 그룹 전체가 아니라 대우차처럼 승용차 부분만을 이야기한 것입니다. 멀리 안 가고 우리나라만 봐도 대우자동차가 매각되면서 승용차는 GM대우, 트럭은 타타대우, 머스는 자일대우가 된 것과 비슷한 케이스죠.

지리 자동차에 인수된 이후 출시된 1세대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같은 얼굴을 공유했던 세단 S60과 마찬가지로 헤드램프의 눈곱을 떼고, 다시금 순둥한 이미지로 거듭났습니다, 날카롭기는 했지만 어딘가 과해서 호불호가 갈렸던 전면부를 한결 단정하게 다듬었고, 신형 볼보에 세련된 이미지는 남기면서도 예전의 부드러운 느낌을 더했죠.

페이스 리프트만큼 측면과 후면의 변화는 거의 없었지만 이전에도 과격한 앞모습에 비해 유려함이 돋보였던 후면부는 바뀐 얼굴과 더욱 조화가 잘 되는 느낌이었고, 또 하단에 둘러져 있던 검은 플라스틱 가니쉬를 차체와 동일한 컬러로 도색해 세련된 느낌을 더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오프로드와 온로드를 아우르고자 했던 이전 모델과는 달리 컨셉에 맞게 도시 감각에 집중한 모습이었죠.

이전에 날카로운 디자인을 더 선호했던 소비자들을 위해 스포티하게 꾸민 모델로 아쉬움을 달래기도 했습니다. 실내 역시 변화는 크지 않았습니다. 이전의 레이아웃은 그대로 유지했지만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등 탑승객의 시선이 오래 머무는 곳을 개선해 변화를 체감할 수 있게 했죠. 스티어링 휠 디자인을 새롭게 다듬고, 이전에 대시보드 위에 툭 튀어나와 있던 공조장치 화면은 인포테인먼트 화면과 통합해 실내가 더 깔끔해졌습니다. 플로팅 센터페시아는 여전히 세련된 모습이었고, 그저 소재와 색상만 다르게 해도 트렌디해 보였습니다.

다만 브랜드를 막론하고 모든 차를 고리타분해 보이게 만드는 이 전화키 패드가 문제이기는 했지만요. 부츠타입 기어 레버와 열선 스튜어링 휠을 더한 것도 트렌드에 충실히 따른 모습이었습니다. 여전히 디젤 파워트레인을 적극적으로 사용했고요. 비록 전륜 구동이었지만 8단 자동 변속기를 장착해 효율을 크게 높인 것이 특징이었죠.

나중에는 출력을 낮춘 염가형 모델 'D3'출시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도 했습니다. 이 모델을 끝으로 볼보의 5기통 엔진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죠. 그 사이 시티세프티 시스템은 더 똑똑해져 자동차뿐만 아니라 보행자와 자전거와의 정면충돌을 예방해 줬고, 사각지대 경고장치는 후진시 측면에서 접근하는 차까지 경고해줬습니다. 여기에 하이빔을 켠 상태로 유지하면서 앞차의 눈부심을 방지하는 액티브 하이빔도 장치했죠.

1세대 XC60은 첫 번째 SUV XC90과 마찬가지로 안전이라는 키워드가 자연스럽게 따라왔기 때문에 SUV라는 이미지와 시너지를 일으켜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볼보 전체 라인업 가운데 처음으로 100만 대를 돌파한 차이기도 하죠. 독일 차 공세에 밀려 저평가된 브랜드였지만 화려한 공간에서도 은은하게 돋보이는 북유럽풍 가구처럼 그 속에서 나름의 매력이 돋보였고, 우리나라처럼 산지가 많고 기후가 혹독한 북유럽 태생 브랜드인 만큼 국내 소비자의 입맛에도 잘 맞는 차였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만족도도 높았죠.

또 이쯤부터 각종 드라마나 영화에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하기 시작하면서 대중의 인지도도 높아졌습니다. 제 군시절 함께했던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이 몰고 다니던 XC60이 왜 이렇게 예뻐 보이던지요. 비록 주인이 여러 번 바뀌며 어수선해진 집안 분위기, 2010년 지리자동차에 인수된 이후 많은 말들이 오가기는 했지만 끝내 그들이 이뤄낸 변화는 성공적이었습니다.

- 멜론머스크의 이용허락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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