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몰랐던 흰머리가 생기는 '진짜 이유'

연구로 밝혀진 흰머리가 생기는 이유
흰머리가 나고 있는 모습. / 헬스코어데일리

어느 순간 거울 속에서 눈에 띄게 늘어난 흰머리를 발견하는 경우가 있다. 과거에는 이런 변화를 자연스러운 노화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흰머리를 해석하는 관점이 달라지고 있다. 머리카락의 색 변화가 단순히 나이 때문이 아니라, 몸속에서 진행 중인 생리적 변화가 외부로 드러난 신호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직 젊은 연령대임에도 흰머리가 빠르게 늘어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그 배경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흰머리는 왜 생기며,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최근 연구를 바탕으로 그 원인을 살펴본다.

흰머리, 우리 몸의 자연스러운 방어 작용일 수도

흰 머리를 체크하고 있는 사람. / 헬스코어데일리

머리카락의 색은 모낭 속에서 색소를 만들어내는 멜라닌 관련 세포의 활동에 따라 정해진다. 이 기능이 정상적으로 유지되면 머리카락은 검거나 갈색을 띠지만, 색소 생성 능력이 약해지면 점차 색이 옅어지고 결국 흰색으로 변한다.

그동안 흰머리는 주로 노화의 자연스러운 결과로 설명돼 왔다. 나이가 들거나 스트레스, 자외선에 장기간 노출되면 멜라닌 세포가 손상되고, 이 과정에서 색소 생산이 중단되면서 흰머리가 생긴다는 해석이었다. 즉 세포의 기능 저하나 소멸이 주요 원인이라는 관점이다.

그런데 최근 흰머리를 바라보는 시각에 변화가 생겼다. 지난 6일 일본 도쿄대학교 의학 연구소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흰머리는 단순한 퇴화 현상이 아니라 인체의 방어 전략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손상된 멜라닌 세포가 통제되지 않은 상태로 계속 증식하면 피부암과 같은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이를 막기 위해 몸이 아예 해당 세포의 활동을 중단시키는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의사와 상담 중인 사람. / 헬스코어데일리

연구진은 생쥐를 대상으로 자외선 노출과 유사한 화학적 스트레스를 가해 DNA 손상을 유도한 뒤, 모낭 내 색소 줄기세포의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일부 세포는 손상에 반응해 더 이상 스스로를 재생하지 않고 성숙한 색소 세포로 변했지만, 이후 빠르게 사라졌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머리카락은 기존 색을 유지하지 못하고 흰색으로 자라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모든 세포가 같은 길을 선택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일부 살아남은 세포는 손상된 DNA를 그대로 안은 채 계속 분열했고, 점차 암세포와 유사한 행동 양상을 보였다.

특히 에너지가 강한 자외선B와 같은 발암성 자극에 노출됐을 때는, 흰머리로 이어지는 소실 경로보다 비정상적 증식 경로를 택하는 세포의 비율이 더 높아졌다.

이런 결과는 흰머리가 반드시 부정적인 현상만은 아니라는 해석으로 이어진다. 색소를 포기하는 대신 더 위험한 변화, 즉 암으로의 진행 가능성을 차단하는 안전장치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흰머리는 손상된 세포가 잘못된 방향으로 변하는 것을 막기 위한 일종의 조기 차단 신호로 볼 수 있다.

연구를 주도한 니시무라 에미 교수는 동일한 줄기세포라도 어떤 스트레스를 받느냐, 어떤 환경에 놓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운명을 맞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흰머리와 흑색종 역시 무관한 현상이 아니라, 줄기세포가 스트레스에 반응한 서로 다른 결과일 수 있다는 의미다.

흰머리, 건강 상태를 점검하는 지표 될 수 있어

흰머리. / 헬스코어데일리

물론 모든 흰머리가 이런 생물학적 방어 기전으로 설명되는 것은 아니다. 유전적 영향, 생활 습관, 두피 환경, 만성 피로와 스트레스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다만 흰머리를 무조건 노화의 상징으로만 치부하기보다는, 몸이 보내는 변화의 신호로 받아들일 여지는 충분하다.

최근 들어 흰머리가 갑자기 늘었다면 수면 패턴이 흐트러지지는 않았는지, 스트레스가 과도하게 쌓여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두피를 강한 자외선으로부터 보호하고, 잦은 염색이나 물리적 자극을 줄이는 것 역시 흰머리 증가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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