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스크린 보단 역시 물리버튼" 아빠들이 원하는 낭만 모든 걸 집어넣은 자동차

페라리가 또다시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지명을 차명으로 선택했다. 이번엔 지중해의 낭만이 깃든 ‘아말피’다. 5년간 생산된 로마를 대체하는 2027년형 아말피는 단순한 모델 체인지를 넘어 페라리의 철학적 변화를 보여준다.

페라리 아말피

우선 눈에 띄는 건 성능의 진화다. 3.9리터 트윈터보 V8 엔진은 631마력을 뿜어낸다. 로마보다 19마력 높아진 수치지만, 더 중요한 건 페라리가 엔진 특성 개선에 쏟은 노력이다. 캠샤프트를 1.3kg 경량화해 고회전 영역에서의 반응성을 끌어올렸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3초대 초반, 최고속도 시속 320km라는 수치는 여전히 페라리답다.

페라리 아말피

하지만 아말피의 진정한 변화는 실내에서 발견된다. SF90부터 적극 도입했던 터치식 조작계를 과감히 포기하고 물리 버튼을 되살렸다. 특히 스티어링 휠의 빨간 시동 버튼은 페라리 DNA의 상징적 복귀로 읽힌다. 미래지향적 디자인을 추구하다 실용성을 놓쳤다는 고객들의 목소리에 페라리가 겸허히 귀 기울인 결과다.

실용성에 대한 배려는 곳곳에서 엿보인다. 뒷좌석은 여전히 상징적 수준이지만, 트렁크에는 골프백을 온전히 넣을 수 있는 전용 공간을 마련했다. 주말 골프를 즐기는 오너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다.

페라리 아말피

외관에서는 F80의 디자인 언어를 적극 차용했다. 그릴 없는 전면부와 헤드라이트 사이 블랙아웃 처리로 기존 페라리의 ‘얼굴’에서 탈피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시대적 변화를 받아들이려는 의지로 해석된다.

페라리 아말피

휠 디자인도 흥미롭다. 정면에서는 솔리드해 보이지만 뒤쪽은 속을 비워 경량화를 도모했다. 이런 디테일이야말로 페라리다운 접근법이다.

페라리 아말피

전자식 리어 스포일러는 주행 상황에 따라 3단계로 작동한다. 최고 설정에서는 시속 250km에서 110kg의 다운포스를 발생시켜 고속 주행 안정성을 확보한다.

페라리 아말피

유럽 기준 24만 유로(약 3억 8,000만 원)라는 가격은 결코 저렴하지 않다. 하지만 애스턴마틴 밴퀴시, 벤틀리 컨티넨털 GT와 경쟁하는 세그먼트에서는 합리적 수준이다.

페라리 아말피

아말피라는 이름에서 암시하듯, 이 차는 서킷보다는 해안도로에서 진가를 발휘할 것이다. 페라리가 추구하는 ’돌체 비타(달콤한 삶)’의 현대적 해석이랄까. 2026년 초 유럽 출시를 시작으로 전 세계 페라리 애호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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