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수천억 원씩 외국에 바치던 돈, 이제 우리 주머니에 남게 됐습니다.
한국 조선업계가 그동안 속앓이를 해왔던 부분이 바로 이것이었죠.
세계 1위의 LNG 운반선을 만들면서도 정작 그 핵심인 화물창 기술은 외국 손에 쥐어져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삼성중공업이 독자 개발한 한국형 LNG 화물창 'KC-2C'가 실제 운반선에 탑재되어 첫 운항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이번 달 통영에서 제주 애월까지의 첫 항해는 단순한 운송이 아니라, 한국 조선업의 완전한 기술 자립을 알리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던 것이죠.
세계 1위인데 로열티는 계속 냈다
아이러니한 상황이 수십 년간 지속되어 왔습니다. 한국은 현재 전 세계 LNG 운반선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중국도, 일본도 따라올 수 없는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정작 LNG 운반선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화물창 기술만큼은 해외 업체의 것을 빌려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 조선사들은 매년 수천억 원대의 로열티를 외국 기업들에게 지불해야 했습니다.
배는 우리가 만들고, 수주도 우리가 따내지만, 핵심 기술 사용료는 고스란히 해외로 빠져나가는 구조였던 것입니다.
조선업계는 물론이고 산업계 전반에서 독자 기술 개발의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온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영하 163도를 견디는 특수 탱크의 비밀
그렇다면 LNG 화물창이 도대체 왜 그렇게 만들기 어려운 것일까요? 비밀은 바로 극한의 온도에 있습니다.
LNG 화물창은 영하 163℃라는 극저온 환경에서 액화천연가스를 안전하게 보관해야 하는 특수 저장 탱크입니다.
메탄의 끓는점이 영하 162℃이기 때문에, 천연가스를 액체 상태로 운반하려면 반드시 이 극저온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죠.

이런 극한 환경에서는 일반적인 금속이나 소재로는 견딜 수 없습니다.
온도 변화에 따른 수축과 팽창을 견뎌내야 하고, 미세한 틈새도 허용되지 않는 완벽한 기밀성이 요구됩니다.
조금이라도 가스가 새어나가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안전성 확보는 절대적인 과제였습니다.
이처럼 높은 기술적 난이도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도 이 기술을 보유한 업체가 극소수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삼성중공업과 대한해운엘엔지의 합작
이번 한국형 LNG 화물창 'KC-2C' 개발은 삼성중공업이 단독으로 이룬 성과가 아닙니다.
대한해운엘엔지와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탄생한 결과물이죠. 조선소의 설계·제작 기술과 실제 운영사의 현장 경험이 만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삼성중공업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LNG 화물창 기술의 완전한 자립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단순히 외국 기술을 모방하는 수준이 아니라, 기존 화물창의 단점을 분석하고 개선점을 찾아내는 데 집중했습니다.
특히 2차 방벽의 설계와 시공 방법을 혁신적으로 개선하면서 기밀성과 안정성을 한층 더 높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여기에 우수한 단열 성능까지 확보하면서 KC-2C는 기존 외국산 화물창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아니 오히려 더 나은 성능을 입증한 것입니다.
7500㎥급 운반선에서 증명한 실력
기술 개발이 완료되었다고 해서 바로 시장에서 인정받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운항을 통해 성능과 안전성을 입증해야 하는 것이죠. 삼성중공업은 KC-2C를 7500㎥급 LNG 운반선에 탑재하고 인도했습니다.
이 선박은 이달 중 인도되자마자 곧바로 실전 투입되었습니다.

첫 운송 구간은 통영에서 제주 애월 LNG기지까지였습니다. 이 첫 항해는 한국형 화물창의 실전 능력을 시험하는 중요한 순간이었습니다.
극저온을 유지하면서 바다의 파도와 진동을 견뎌내야 하고, 항해 내내 완벽한 기밀성을 유지해야 하는 까다로운 조건들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KC-2C는 이 모든 시험을 완벽하게 통과하며 첫 운송을 성공적으로 완료했습니다.
실전에서의 성공은 곧 기술력의 검증이었습니다.
국산화가 가져올 파급효과
이번 한국형 LNG 화물창의 성공적인 개발과 적용은 단순히 한 제품의 국산화를 넘어서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역시 로열티 부담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점입니다. 매년 수천억 원씩 해외로 빠져나가던 돈이 이제 국내에 남게 되는 것이죠.
이는 조선사들의 수익성 개선으로 직결될 뿐만 아니라, 가격 경쟁력 확보를 통해 더 많은 수주를 따낼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더 나아가 핵심 부품까지 국산화함으로써 한국 조선업계의 전반적인 경쟁력이 한층 더 강화될 전망입니다.
설계부터 제작, 부품 조달까지 모든 과정을 국내에서 해결할 수 있게 되면서 납기 단축과 품질 관리 측면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기술 종속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기술 개발과 개선이 가능해졌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17만4000㎥급 대형 LNG선으로 확대
삼성중공업은 여기서 멈추지 않을 계획입니다.
7500㎥급 운반선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삼아, 향후에는 17만4000㎥급 대형 LNG 운반선에 KC-2C를 적용할 예정입니다.
기존 선박의 개조는 물론이고 신규 건조 프로젝트를 통해 KC-2C가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입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한국형 LNG 화물창 KC-2C의 성공은 외국에 의존해 온 핵심 기술을 국산화함으로써 LNG 운반선 분야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다"며 향후 계획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실제로 17만4000㎥급은 국제 해상 운송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표준 사이즈입니다.
이 규모의 선박에 KC-2C가 본격 탑재되기 시작하면, 한국형 화물창은 글로벌 시장에서 명실상부한 경쟁력을 갖추게 되는 것이죠.
세계 1위 LNG 운반선 제조국이 이제 핵심 부품까지 완전히 장악하게 되는 순간, 한국 조선업의 새로운 전성기가 열릴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