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갤럭시,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일본 업체 다 제쳤다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2년 만에 점유율 2위로 올라섰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 갤럭시가 차지하는 비율은 10.5%로 샤프(10.1%)에 근소하게 앞서며 2위를 차지했다. 1위인 애플의 점유율은 56.1%였다. 2017년 5%대에 불과했던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2020년 10.1%로 애플(61.0%)에 이어 2위로 올랐지만, 2021년 다시 9.7%로 떨어지며 샤프(10.0%)에 밀렸다. 애플 아이폰을 제외하곤 자국 스마트폰을 선호하는 일본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다시 반등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 IT(정보 기술)업계의 ‘동토(凍土)’로 꼽히던 일본 시장에 ‘춘풍(春風)’이 불고 있다. 일본 소비자들은 외산보다 자국 전자 제품을 선호하는 데다 지난 4~5년간 양국 간 갈등 관계가 고조되면서 한국 전자 제품은 대기업이라도 존재감을 발휘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양국의 긴장 관계가 완화되면서 일본 시장에서 삼성전자·LG전자의 점유율이 상승하고 한국 스타트업들의 진출도 활발해지고 있다.
◇삼성, 일본에서 8년 만에 로고 부활
삼성전자가 일본 시장에서 희망을 본 것은 지난해 1분기부터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삼성전자의 일본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1.7%포인트 상승한 13.5%로 2위에 올랐다. 10년 만의 최대 점유율이다. 2013년 1분기 14.1%를 기록했지만 당시엔 소니(16.2%)에 밀려 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점유율 상승으로 자신감을 얻은 삼성전자는 일본에서 ‘SAMSUNG(삼성)’ 로고를 8년 만에 부활시킨다. 다음 달 출시하는 ‘갤럭시S23′ 시리즈부터 적용한다. 삼성전자는 2015년 갤럭시 S6 출시 때부터 일본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삼성 로고를 없애고 ‘갤럭시’ 로고를 내세웠다가 최근 점유율이 회복될 기미가 보이자 전략을 바꿨다.
LG전자도 OLED TV 같은 고급 사양 TV를 선호하는 일본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OLED TV 시장에서 LG전자는 점유율 7.7%를 기록했다. 소니·파나소닉·샤프·도시바 등 일본 TV 제조사들이 90% 정도의 점유율을 유지하는 상황에서도 LG전자는 점유율을 0.4%포인트 끌어올린 것이다. 캐주얼보다는 유니폼이나 정장을 입고 출근하는 일본 직장 문화 때문에 LG전자의 의류 관리기 스타일러도 2017년 일본 출시 이후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노재팬’에도 일본에 뿌리내린 韓 스타트업
스타트업과 코인·메타버스 같은 IT 신사업 분야에서도 최근 일본 진출이 활발해졌다. 특히 스타트업들은 ‘노재팬’ 시기에도 꾸준히 일본에서 한국 IT 서비스의 경쟁력과 현지화 전략을 앞세워 뿌리를 내렸다. 성형외과를 고객과 연결해 주는 앱 ‘강남언니’는 2020년 일본에 진출해 2년 만에 일본 시장 1위에 올랐고, 인공지능(AI) 기반으로 문제 풀이를 해주는 학습 앱 ‘콴다’는 2018년 말 일본 출시 이후 4개월 만에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 교육 부문 1위를 기록했다.
다날은 자체 코인을 기반으로 하는 결제 서비스인 페이코인이 규제 때문에 국내 사업을 종료하자 일본 진출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10일 일본 결제 서비스 제공 기업 유니바 페이캐스트와 글로벌 디지털 자산 결제 서비스를 위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지난 7일엔 메타버스 기업 젭이 일본 투자회사 소프트뱅크와 협업하며 메타버스 플랫폼 ‘젭’의 일본 시장 진출에 시동을 걸었다.
한일 관계 경색과 코로나로 급감했던 IT업계 인력 교류도 최근 양국 간 관계 재개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협회가 운영하는 ‘스마트 클라우드(Smart Cloud) IT 마스터 과정’ 수료생에 대한 일본 기업의 채용 의뢰가 올 들어 2월까지 무려 521건 접수됐다. 협회 관계자는 “현재 일본 내에서 투자가 많이 들어가는 IT, 물류, 고부가가치 제조 업종에서 구인이 활발해 한국 청년들에게도 기회가 될 것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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