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은 늘 조용히 시작된다. 겨울의 차가운 기운이 아직 남아 있는 산자락에서, 가장 먼저 꽃망울을 터뜨리는 건 언제나 매화다. 아직 나뭇잎도 제대로 나오지 않은 가지 위에 희고 붉은 꽃이 피어오르면, 사람들은 그제야 계절이 바뀌고 있음을 느낀다.
대구 북쪽 팔공산 자락에도 그런 봄이 찾아왔다. 군위 부계면에 자리한 사유원은 약 15만 평 규모로 펼쳐진 대형 정원으로, 매화가 피어나는 시기면 풍경 전체가 부드러운 꽃빛으로 물든다.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함께 만든 공간
사유원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단순히 규모 때문만은 아니다. 이곳은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참여해 완성한 공간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는다.
포르투갈 건축 거장 알바로 시자, 한국 건축가 승효상·최욱·박창렬이 각기 다른 건축 공간을 설계했고, 여기에 조경가 정영선과 박승진이 자연의 흐름을 더했다. 건축과 조경이 함께 만들어낸 풍경 덕분에 이곳은 일반적인 정원이나 공원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보여준다.

네 가지 매화가 이어지는 봄의 시간
3월의 사유원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 매화 풍경이다. 이곳에서는 백매화, 홍매화, 흑룡금매화, 운용매화 네 종류의 매화가 시간 차를 두고 피어난다.
같은 날 방문해도 공간마다 다른 꽃빛이 펼쳐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어떤 곳에서는 하얀 매화가 흐드러지고, 또 다른 곳에서는 붉은 매화가 정원을 물들이는 풍경이 이어진다.

해설과 함께 걷는 매화 산책
축제 기간에는 단순히 꽃을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해설사와 함께 걷는 ‘매화 동행 산책’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이 산책은 유원과 매산첩첩, 관매정을 지나며 정원의 구조와 이야기를 설명해 주는 프로그램으로, 정원의 역사와 공간의 의미를 함께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
방문객에게는 매화 군락지와 주요 포토 스폿이 표시된 매화 꽃길 엽서도 제공된다. 덕분에 정원을 걷는 동안 자연스럽게 풍경을 찾아가며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정원 속에서 열리는 국악 공연
봄 축제 기간 동안 사유원에서는 국악 공연도 함께 진행된다.
판소리와 민요를 선보이는 소리꾼 정은혜의 공연, 그리고 가야금 연주자 이지영의 산조 공연이 예정되어 있어, 정원을 찾은 방문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공연은 정원 내 공연 공간인 심포니6에서 진행되며, 공연과 관람이 함께 포함된 ‘매화 국악 올데이 패키지’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향기 체험과 시즌 한정 메뉴
사유원에서는 꽃을 보는 것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다.
대표적인 체험이 아로마 향을 직접 블렌딩하는 ‘사유의 향’ 프로그램이다. 방문객이 자신만의 향을 만들어 가져갈 수 있어 여행의 기억을 오래 남길 수 있다.
정원 안의 카페에서는 봄 시즌에 맞춰 애플 매실티 같은 한정 메뉴도 선보인다. 매화를 감상한 뒤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 좋다.

방문 전 알아두면 좋은 정보
사유원은 대구 군위군 부계면 치산효령로 1150에 위치해 있으며, 운영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매주 월요일은 정기 휴무이며, 공휴일과 겹칠 경우 다음 평일에 휴원한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 평일 5만 원, 주말과 공휴일 6만 9천 원이며, 청소년과 어린이는 소폭 할인된 금액으로 입장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알아둘 점은 미취학 아동은 입장이 제한된다는 것이다. 정원의 분위기와 운영 방침을 고려한 규정으로, 방문 전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봄이 가장 먼저 피어나는 정원
매화는 늘 봄의 시작을 알리는 꽃이다. 팔공산 자락 아래 자리한 사유원에서는 그 봄이 15만 평 정원을 따라 천천히 펼쳐진다. 건축과 자연, 그리고 계절이 어우러진 풍경 속에서 걷다 보면 여행자는 자연스럽게 걸음을 늦추게 된다.
꽃이 가장 먼저 피어나는 계절. 조용히 시작되는 봄을 만나고 싶다면, 팔공산 아래 이 정원을 한 번 걸어보는 것도 좋다.

Copyright © 여행콩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