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美 공장, 비관론 딛고 내년 양산 목표 달성 청신호 배경은
배경 설명│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 대만 TSMC가 최근 미국 애리조나주에 짓던 반도체 공장에서 시험 생산에 들어갔다. 9월 19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정보기술(IT) 전문 매체들은 “TSMC의 미국 애리조나 제1공장이 현재 가동에 들어갔으며 4㎚(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미세공정으로 애플 아이폰에 탑재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A16을 시험 생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A16은 내년 초 출시 예정인 애플의 아이폰SE 시리즈에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TSMC의 시험 생산은 늘어나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AI 붐과 IT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내년 파운드리 시장 규모가 20%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조사 기관 트렌드포스는 파운드리 시장의 연간 성장률이 올해 16%에서 내년에는 20%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TSMC의 2025년 매출 증가율은 12%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양한 고객의 재고 상황과 클라우드·온디바이스(내장형) AI가 주도하는 전력 수요 등을 고려할 때 TSMC는 내년에도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필자는 축적된 기술력과 국경을 넘는 학습의 상당한 파급효과 덕분에 TSMC가 미국 애리조나 공장 관련회의론을 극복할 수 있었다면서 중국을 포함해 “다른 나라를 아래로 밀어내면서 정상을 유지”하는 쪽으로 선회한 미국의 정상 유지 전략에 우려를 표한다.
미국 애리조나주(州)에 있는 대만 반도체 기업 TSMC 공장이 애초 예상과 달리 2025년 본격적인 생산 돌입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내용은 반도체 제조 시설을 자국에 유치하려는 미국의 노력이 실패할 것으로 봤던 많은 이에게 도전을던져줬다. 이번에는 무엇이 제대로 돌아간 것일까.
애리조나 공장을 둘러싼 회의론의 근원은 반도체 제조가 경험에 의한 학습과 역동적인 규모의 경제를 통해서만 상당한 이점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두 가지는 모두 기존의 업체가 상당한 비용 이점을 얻을 수 있는 지점이다. 자국 대만의 공장에서 세계 최첨단 시스템 반도체의 약 92%를 생산하는 TSMC가 특히 첨단 기술 분야에서 지배적인 시장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비결이기도 하다.
(반도체) 생산이 특정 업체와 시설에 편중되다 보니 공급망이 복원력을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 생산을 다각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다. 하지만 필수 조건인 경험에 의한 학습은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려는 노력에 장애물이기 때문에 TSMC의 애리조나 공장 같은 프로젝트에 의구심을 품게 만든다. 게다가 반(反)이민 정서 확산으로 숙련된 노동력 유치 능력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도 비관론에 무게를 더했다.
결국 우울한 예측은 과장된 것으로 밝혀졌다. 반도체 제조에서 학습은 매우 중요하지만, 신규 진입자가 기존 업체와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을 더 크게 좌우하는 건 학습의 성격이다. 나와 동료들은 새로운 연구를 통해 반도체에서 경험 학습은 특정 기술 공정에 좌우되기보다 특정 기업에 좌우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따라서 TSMC의 강점은 첨단 칩을 더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기술 분야로 지식과 전문성을 이전하는 데 있다. 새로운 공장이 완전히 백지상태에서 시작하지 않고 대만 모기업의 경험을 바탕으로 구축할 수 있다면 다른 지역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지식의 국경을 넘나드는 지식의 파급효과다. 나와 동료들은 국경을 넘는 학습의 파급효과가 상당한 것으로 확인했다. 메커니즘을 정확히 규명할 수는 없지만, 외국인직접투자(FDI)와 숙련된 전문가의 해외 채용을 포함한 국가 간 이전이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반도체 공급망은 ① ‘팹리스-파운드리’ 모델(반도체 설계 회사가 칩 제조를 아웃소싱하는 방식)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국가 간 지식 이전이 용이하다. 반도체 설계 및 제조는 전 세계 반도체 구매자와 제조 업체 간 긴밀한 협업을 필요로 하는데, 구매자가 실무 지식 전파의 주체인 경우가 많다.
이렇듯 국경을 넘나드는 유익한 지식의 파급효과는 정부 지원만으로는 어떤 산업 분야에서도 성공을 보장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대만과 한국이 반도체 제조 분야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것은 막대한 정부 보조금뿐만 아니라 해외 선진 기술에 대한 접근이 용이했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은 정부의 막대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아직 반도체 기술의 최전선에 도달하지 못했다. 정부 지원도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외국 기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중국의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다. 대만의 성공과 대조를 이루는 중국의 어려움은 기술혁신 관련 귀중한 교훈을 제공한다.
사실 이와 비슷한 패턴은 반도체보다는 ② 훨씬 성공적인 중국의 자동차 산업 정책에서도 나타났다. 중국 자동차 산업의 성장에 중국 국내 기업과 기술적으로 앞선 외국 제조 업체 간 합작 투자가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다.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여러 국가에 있는 기업 간 협력이 기술과 품질 개선의 두드러진 동력이다.
국경을 넘나드는 학습의 파급효과는 현재 정책에 세 가지 큰 영향을 미친다. 첫째, 반도체 연구 및 설계 분야에서 미국의 선도적인 위치와 미국과 대만의 긴밀한 협력을 고려할 때 미국은 반도체 제조 분야에서 대만을 따라잡을 가능성이 크다. 둘째, 미국의 수출규제로 인해 중국의 해외 첨단 기술 접근이 효과적으로 차단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 반도체 발전을 늦추려는 (미국의) 노력이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반도체 산업의 주요 주자가 되고자 하는 다른 국가(예를 들면 인도)는 미국의 기술 리더십에 의존하고 있다. 이들 정부가 아무리 많은 재정 지원을 제공하더라도 미국의 기술 뒷받침 없이는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기술 선도국인 미국에는 효과가 있는 산업 정책이더라도 다른 국가에서 반드시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점은 미국이 여전히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기술 리더십과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공급망 회복력을 강화하고 중국의 입지를 약화하는 반도체 정책 목표를 달성할 준비가 되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목표가 과연 가치 있는 것인지 누군가는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지정학적으로 민감한 이슈가 있는 지역에서 벗어나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③ 반도체 제조를 더 낮은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는 다른 동맹국에서 하지 않고 미국으로 다시 가져와야 하는 이유는 불분명하다. 더구나 중국의 반도체 생산 속도를 늦추는 것은 국가 안보 우려 등 특정 경우를 제외하고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다.
역사적으로 미국은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는 동시에 다른 많은 나라의 수준을 끌어올렸다. 미국은 연구 및 디자인 같은 혁신적인 활동에서 선두를 유지했지만, 다른 국가와 격차는 점점 좁혀졌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전략은 다른 나라를 아래로 밀어내면서 정상을 유지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11월 미국 대선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얼마 전 대선 토론에서 “진정한 지도자는 사람을 쓰러뜨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일으켜 세우는 것이 힘이라는 것을 안다”고 주장했다. 이는 사람뿐만 아니라 국가에도 적용된다.
① 팹리스(Fabless·제조 공장 없이 반도체 설계만 전문으로 하는 기업)와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 업체 간 협업 모델. AI 시대 도래와 함께 이 모델이 부각되면서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이 설계와 생산을 한 번에 하는 종합 반도체 업체에서 팹리스와 파운드리 업체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팹리스 엔비디아는 AI 붐을 타고 급성장, 인텔을 제치고 시총 기준 미국 최대 반도체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애플도 자체 설계한 M 시리즈 칩으로 PC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팹리스의 발전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TSMC의 고성장으로 이어진다.
② 중국이 지난해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동차 수출국에 등극하면서 이 같은 정책은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 당국은 이제 ‘기술 지키기’에 나섰다. 자국 자동차 업체에 주요 부품의 자국 내 생산을 권고하고, 해외 공장 건설에 제동을 걸고 있다. 전기차 시장을 중심으로 가격·품질 등에서 ‘적수’를 찾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고, ‘중저가’ 이미지에서도 탈피하며 자신감을 키운 중국이 자국 전기차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서두르는 것이다.
③ 미국이 동맹 관계인 한국의 반도체 업체로부터 직접투자를 받아 미국에 생산 공장을 짓는 데 집중하는 것을 말한다.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부총재를 지낸 앤 크루거 스탠퍼드대 석좌교수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보조금을 통해 미국에서 반도체와 전기차, 태양광 패널 등의 산업을 육성하려는 조 바이든의 정책은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 어렵다”면서 특히 반도체로 인해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봤다. “미국 외에도 한국과 일본 등 나라마다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엄청나게 많은 반도체 제품이 시장에 쏟아질 것이고, 그 결과 시장은 하향 곡선을 그리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른 나라에서 더 싸게 만들 수 있을 텐데, 미국에서 생산하면 원가와 관련 기업의 운영 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도 부정적인 전망의 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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