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잘해도 인성 나쁘면 유급된다…‘교권 보호’ 나선 이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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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 학업 성적이 아무리 좋아도 품행 점수가 낮으면 유급처리되는 교육 법안이 마련됐다. 학생이나 학부모가 교직원을 공격한 사건이 급증하자 국가가 나서 교권 강화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탈리아 안사 통신은 25일(현지시간) 하원이 주세페 발디타라 교육부 장관이 발의한 교육 법안을 찬성 154표, 반대 97표, 기권 7표로 가결했다고 보도했다.

상원에 이어 이날 하원에서도 통과되면서 이 법안은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의 최종 서명만을 남겨뒀다.

이 법안은 중·고교 교사에게 폭언이나 폭행을 한 학생을 유급시키는 등 교사에게 제재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이다. 품행 점수에서 10점 만점에 5점 이하를 받은 학생은 학업 성적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유급 처리된다.

고교 졸업반 학생이라면 우리나라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같은 시험인 ‘에자메 디 마투리타’ 응시 자격을 잃을 수 있다.

또 품행 점수에서 6점을 받은 고등학생은 시민 교육 시험을 치러야 한다.

교직원에 대한 공격이나 폭력 행위에 대해 최저 500유로(약 73만원), 최대 1만유로(약 1471만원)의 벌금도 도입됐다.

이탈리아 정부가 이러한 법안을 도입한 것은 학생, 학부모가 교직원을 공격한 사건이 올해 들어 지난해와 비교해 110% 이상 급증해서다.

학생들의 경우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 문제로 교사와 충돌하는 경우가 많았다.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크게 다치거나 우울증과 불안을 호소하는 교사들도 늘었다.

발디타라 장관은 "이 법은 학생들에게 책임감을 부여하고 교사의 권위를 회복시킬 것"이라며 "학교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교육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학교에서 존중의 문화가 다시 뿌리내리고 교권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전국 학생회 측은 이번 법안이 "권위주의적이고 징벌적인 문화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학교가 학생들을 억압하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김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