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들은 어디에 돈을 쓸까?

매일 소비의 굴레에 있는 우리에게, 뭔가를 구매하거나 돈을 지불하는 일은 그리 새삼스러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일상의 생기와 의미를 돋워주는 구매가 있다면, 내가 왜 그 물건을 샀는지, 장점은 무엇인지 돌이켜보면 어떨까. 원하는 것에 돈을 쓰는 데에 일가견이 있는 이들에게 최근의 소비 중 가장 인상 깊은 지출처를 물었다.

원래 이렇게 비싼 거야? 분리수거함을 구매한 A

분리수거함은 원래 집에 있는 물건을 이용하는 것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아니다. 굉장히 다양한 제품군이 있더라. 이사를 하면서 직접 쓰레기를 분리배출 구역에 내놓게 되었다. 내가 산 분리수거함은 주로 부피가 큰 플라스틱을 씻은 후 넣어두면 돼서 간편하고 미관상 좋다. 봉투째로 꺼내서 들고 나가기도 용이하다. 단점은 내용물이 눈에 보이지 않아서 분리수거를 까먹게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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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수거함은 흔한 물건 같은데 고르는 데에 고민이 있었나?

종류와 디자인, 크기, 브랜드 등에 따라 가격이 1~10만 원대로 천차만별이다. 주변에 쓰는 사람이 없어서 비교군도 없었다. 사실 조금만 부지런하면 될 일인데 굳이 이 큰돈을 써야 하나 망설였다.

그럼에도 구매한 이유가 있다면?

분리수거 시간이 퇴근 시간과 겹쳐서 효율적인 보관 및 정리가 필요했다. 여러 후보 중 선택한 제품이 가장 고가였음에도(정가 9만 원대, 세일 중이라 7만 원대에 구매) 택한 가장 큰 이유는 깔끔한 디자인과 용량(80L 2단) 대비 차지하는 공간이 적다는 것이다. 언뜻 보면 수납장 같아 만족스럽다.


액세서리 사려다가 더 큰 지출을 한 B

액세서리를 온라인 쇼핑몰 ‘쉬인’에서 구매했다고 들었다.

반지 같은 걸 잘 잃어버려서 돈이 아까워서 안 샀는데, 가격이 워낙 저렴하더라. 요즘 매일 착용한다. 타이핑을 하고 있는 손, 핸드폰을 들고 있는 내 손이 예뻐 보인다. 왜 액세서리를 사는지 알겠다. 패션을 한층 업그레이드해주는 화룡점정이랄까.

어느 정도로 저렴했는지?

비즈 링 세트 5개 1957원, 골드 링 세트 1119원, 진주구슬 링 3개 1119원, 이어 커프 4개 849원 등이다. 그런데 쉬인 무료 특급 배송비를 맞추려 장바구니에 담다 보니 16만 원을 결제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것 아닌가. 같이 산 물건은?

옷, 선글라스, 타투 스티커, 인조 속눈썹, 메이크업 브러시 세트, 머리띠, 초커 목걸이 등이다. 여름 페스티벌 준비랄까? 쉬인은 분기별로 한 번씩 20만 원에서 25만 원어치를 주문하는 것 같다. 주변에선 ‘Cider’에서 많이들 사더라. 아, 배송도 일주일이면 충분하다.


세상에 하나뿐인 옷을 구매한 C

패치 원피스가 기성복과 다른 점은?

상품 가치가 떨어진 빈티지 의류를 조각내어 다른 빈티지 의류에 패치로 붙인 리폼 작업물이다. 푸른색 데님 원피스에는 패치가 기하학무늬로 붙어 있고 빨간 원피스에는 꽃 모양으로 붙어 있다. 이런 리폼 작업물은 대량생산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더욱 의미 있다.

가격대가 높은데 고민은 없었나?

이 옷들을 처음 본 건 리사이클 관련 플리마켓에서였다. 푸른색 원피스는 당일 구매했는데 빈티지 옷을 사는 데 생각한 예산을 벗어나는 가격이어서 고민을 많이 했다. 붉은색 원피스는 그로부터 몇 개월이 지나고 빈티지 숍에서 라이브 방송을 통해 다시 봤다. 그때까지 팔리지 않고 있었다는 건데, 뭔가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바로 구매했다. <지구에서 한아뿐>이라는 소설 속 주인공과 똑같은 작업을 하는 빈티지 숍을 만나서 반갑기도 했고. 이렇게 만들어진 옷이 정말 이 세상에 단 한 벌밖에 없는 옷이라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구매한 뒤 활용도는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

입고 싶은 옷의 스타일이 개성 있는 빈티지에서 무난한 기본 템으로 바뀌었다. 자연스럽게 빈티지 의류에 관심을 잃어가고 있지만, 지금도 즐겨 입는다. 내가 한때 재밌는 옷을 좋아했고 종종 그런 옷을 입을 것이라는 걸 일깨워주는 옷들이다.

글/ 황소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