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인데도 "회견 않는다"‥아버지가 전한 이유 보니 [현장영상]
[한승원/소설가(한강 작가 부친)]
"소감을 제대로 들으려면 잘못 찾아봤어요. 저는 껍질입니다. 알맹이를 찾아봐야 제대로 이야기를 듣지. (딸이) 지금 1970년생이니까 우리 나이로 55세예요. 그런데 생일이 11월 27일이기 때문에 아마 본 나이로는 호적 나이로는 53세일 거예요.
대개 한림원 심사위원들이 늙은 작가나 늙은 시인들을 선택하더라고요. 그래서 우리 딸은 몇 년 뒤에야 타게 될지 모른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어제 결정은 너무 갑작스러웠어요.
당혹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저는 깜빡 잊고 잠자려고 자리에 들었는데 어디서 전화벨이 울려서 열어보니까 동아일보 여기자가 전화를 해 왔어요. 그래서 웬일이냐고 그랬더니 따님 수상 소식을 들었냐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무슨 소리냐고, 당신 혹시 가짜 뉴스 듣고 속아서 전화하는 거 아니오?' 내가 그랬더니 아니라고, 8시 5분에 본격적인 보도가 떴다고.
그러니까 그때는 8시 한 10분경이었어요. 그러면서 딸 전화번호를 가르쳐 달라고. 딸 전화번호를 기자들이 대부분 모르는 것은 한 두세 달 전에 딸아이의 그 휴대폰이 해킹을 당해가지고 전화번호를 아예 바꿨습니다.
그래가지고 나한테 연결을 해 온 모양인데 그래서 내가 전화번호를 말해줄 수 없다고 그랬더니, 그리고 전화를 끊었는데 어떻게 전화가 밀려오는지 전화를 다 받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 이후로는 아이고 안 되겠다 그러고 전화를 아예 안 받아버렸어요. 그러고 전원을 꺼버렸어요. 그랬더니 그 전화들이 전부 다 문자 메시지로 몰려오고, 그것이 한 150개 정도.
그래서 이제 우리 아내 전화로 딸하고 통화를 했는데 '어떻게 이런 일도 있냐' 그랬더니 '이게 사실이냐' 그랬더니 사실이라고 그래서 당혹감에 사로잡혔어요. 그러니까 즐겁다고 말할 수도 없고 기쁘다고 말할 수도 없고 그랬는데…
우리 아내의 전화로 딸하고 소통을 해서 그래서 제가 그랬어요. 기자들이 일일이 소통을 하면 그 기자들을 만족할 만큼 해줄 수 있도록 하면 견디지 못할 거다. 그러니까 하루 지금 전화를 하지 않을 테니까 그래도 어디로든지 어느 코스로든지 전화번호를 알아가지고 전화 오는 것을 해결하느라고 굉장히 고심을 하더라고요.
그런데 이제 우리 아내 전화로 소통을 했는데 제가 그랬어요. 오늘 네가 출판사 그러니까 '창비'라든지 '문학동네', '문집' 그 셋 가운데서 어느 하나를 선택해 가지고 출판사가 기자회견장을 마련해 가지고 기자회견을 해라 제가 그랬거든요.
그랬더니 이제 그렇게 해보겠다고 그러더니 이제 다음 날 아침에 이야기를 해보니까 생각이 바뀌었어요. 그새 이 한국 안에서 사는 작가로서의 감각이 아니라 그런 생각이 아니라 글로벌적인, 전 세계적인 감각으로 바뀌어 있더라고요. 러시아 우크라이나 또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이 치열해 갖고 날마다 주검이 실려 나가고 그러는데 무슨 잔치를 하고 즐거워서 기자회견을 할 것이냐고, 기자회견을 안 하기로 했대요.
그러니까 나만, 한국에서 사는 수상자의 아버지로서의 감각이 내가 뿌리치지를 못하고 이 기자회견장을 마련하게 한 겁니다."
임명현 기자(epismelo@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2024/society/article/6645246_3643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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