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장하는 날이었습니다. 며느리가 아침 일찍 와서 부지런히 일을 거들었습니다.그런데 점심을 먹자마자 먼저 가 봐야겠다고 했습니다. 서운한 마음을 감추고 보냈는데, 나중에 그 이유를 알고 저는 울컥하고 말았습니다.

점심만 먹고 일어선 며느리
배추를 절이고 속을 버무리는 일은 하루 종일 걸리는 일입니다. 며느리는 누구보다 일찍 와서 손을 보탰습니다. 그런데 점심을 먹고 나서 조심스럽게 먼저 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유를 묻지는 않았지만 솔직히 마음 한편이 서운했습니다. 남은 일을 하면서도 그 생각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아들에게 들은 이유
며칠 뒤 아들과 통화를 하다가 그날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며느리는 그날 오후에 친정으로 가서 친정엄마의 김장을 도왔다고 했습니다. 친정엄마가 혼자 김장을 하시는데 허리가 좋지 않으시다는 것이었습니다. 양쪽 집을 모두 챙기려고 아침부터 서둘렀던 것입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괜히 서운해했던 제 마음이 부끄러웠습니다.

그 후로 달라진 김장 날
이듬해에는 제가 먼저 김장 날짜를 며느리와 의논했습니다. 친정 김장과 겹치지 않도록 날을 나눠 잡았습니다. 며느리는 한결 편한 얼굴로 하루를 온전히 함께했습니다. 김치 몇 통은 사돈댁에 보내 드리라고 따로 담아 주었습니다. 양쪽 집을 오가는 며느리의 수고를 이제야 조금 알게 되었습니다.

며느리에게도 챙겨야 할 부모님이 계십니다. 한쪽의 서운함만 보면 보이지 않는 사정이 있기 마련입니다.먼저 일어서는 뒷모습에 서운해지기 전에 한 번쯤 사정을 헤아려 보시면 어떨까요. 그 마음이 양쪽 집안을 모두 편안하게 만들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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