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프리미엄 냉장고에 광고 노출, 美소비자 ‘불만’ 장기화땐 브랜드 신뢰 훼손 우려

삼성전자 가전사업의 구원투수로 투입된 노태문 사장의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한 경영 행보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미국 현지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을 샀던 ‘광고 탑재 스마트 냉장고’ 기능을 결국 강행 도입하면서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 불만이 장기화될 경우 삼성전자가 추진 중인 스마트홈 생태계 전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 북미법인(SEA)은 27일(현지시간) 2025년 패밀리 허브 소프트웨어 개선 업데이트를 공식 배포했다. 이번 업데이트에는 지난달 북미 지역에서 지적을 받았던 ‘광고 노출’ 기능이 그대로 포함돼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일부 스마트 냉장고 디스플레이에 광고를 노출하는 기능을 시범 적용해 현지 소비자들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해당 냉장고는 터치스크린이 탑재된 프리미엄 라인업으로 가격은 최저 1800달러(약 250만원) 수준이다. 미국 소비자들은 고가의 가전에 원치 않는 광고가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것은 물론, 개인정보 및 알고리즘 침해 소지가 있다며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소비자 님부스(Nimbus) 씨는 “스마트 냉장고 광고는 삼성전자가 내놓은 최악의 아이디어 중 하나”라며 “원치 않으면 끄면 된다는 말을 하기 전에 애초에 넣지 말았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업계 안팎에선 이번 논란의 배경에 노태문 사장의 실적 개선 압박이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4월 DX(디바이스 익스피리언스)부문장 직무대행으로 선임된 노 사장이 가전부문의 부진한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광고 수익 창출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냉장고나 세탁기 등 전통 가전의 교체 주기가 길어지면서 광고는 지속적인 비(非)판매 기반 수익원으로 떠올랐다.
삼성전자 DX부문의 생활가전(VD·CE) 실적은 실제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2분기 매출은 14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9% 줄었고, 영업이익은 59.2% 감소한 2000억원에 그쳤다. 삼성전자 가전부문이 디지털 광고, 콘텐츠 구독, 연결형 서비스 모델 등 새로운 수익원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는 배경으로 지목되지만 단기적인 실적 개선을 위한 과도한 상업화 전략이 오히려 장기적인 브랜드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가 미래 핵심 사업으로 내세운 ‘스마트홈(IoT)’ 전략 역시 이번 논란의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마트홈은 집 안의 냉장고·세탁기·TV 등 모든 가전이 클라우드 서버를 통해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시스템이다. 소비자가 이 생태계에 익숙해지면 자연스럽게 모든 가전을 삼성 브랜드로 통일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번 광고 논란으로 소비자 신뢰가 흔들릴 경우 플랫폼 자체의 확장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 시장은 개인정보와 프라이버시에 대한 인식이 매우 강한 만큼 냉장고 광고 전략에 대한 소비자 반발의 여파가 적지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제의 광고 기능이 사용자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맞춤형 광고를 노출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일부 소비자들은 이를 ‘감시 시스템’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서다.

IT 전문 매체 더 버지(The Verge)는 “삼성 제품 전반으로 광고가 확대돼 화면이 있는 모든 기기에 광고가 붙는다면 충성 고객들이 이탈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냉장고까지 광고판이 됐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으며 일부 소비자들은 “광고가 꺼진다 해도 그 자체가 불쾌하다”며 불매 의사를 밝히고 있다.
경쟁사들은 스마트 가전기기에 광고 노출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가전분야 최대 경쟁사인 LG전자는 물론 미국 기업인 윌풀도 인공지능 기능이 탑재된 제품을 출시하고 있지만 광고 기능 도입에 대해선 언급을 피하고 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제품에 광고를 띄우는 행위는 소비자 반감을 극대화할 수 있다”며 “LG전자나 윌풀은 기술력이 충분하지만 소비자 반응을 고려해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가 대표로 ‘실험대’에 오른 셈이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또한 무리한 광고 도입은 브랜드 가치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 전략 전반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당장의 수익 창출을 위해 광고를 게재하면 장기적으로 브랜드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며 “한번 떠나간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리기는 난이도가 높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 냉장고를 넘어 스마트홈이라는 거대한 플랫폼을 구상함에 있어서도 이번 사태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광고 탭에서 화면 광고를 끌 수 있는 기능도 탑제돼 있고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추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국내 도입에 대해서는 “검토 중인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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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조승열 르데스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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