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모두가 영업사원 마음가짐 필요" 노조 "천박한 인식"

윤유경 기자 2024. 10. 1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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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SBS 임원 급여 20% 반납 결의 사내 게시판 공지
"모두가 영업사원이란 절박한 마음가짐 필요, 폼 잡기는 걸림돌"
노조 "천박한 인식, 방송사 본질 알고 공지한 것인지 의심" 반발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사옥. ⓒ연합뉴스

SBS가 경영 위기를 이유로 사장을 비롯한 경영위원 급여 일부를 반납하기로 결의한 가운데 전 직원을 대상으로 “모두가 영업사원이라는 절박한 마음가짐이 필요한 때”라고 공지해 “천박한 인식”이라는 노조 반발을 샀다. 사측은 '영업사원'은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각자 맡은 위치에서 열심히 일하자는 표현이란 입장이다.

SBS 경영위원회는 14일 오전 사내 게시판에 <경영위원 급여 20% 반납을 결의하며> 제목의 공지문을 올렸다. 경영위원회는 공지문에서 “사장을 비롯한 경영위원, 임원의 올 4분기 급여를 20% 반납하기로 결의했다. 기본급만이 아닌 급여 총액의 20%를 반납하는 내용”이라며 “SBS 창사 이래 수차례 비상경영이 있었지만 임원들이 선제적으로 급여를 반납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경영위원회는 급여 반납이 “현 상황의 엄혹감과 책임감을 경영진 스스로가 느끼고 내가 가진 것부터 먼저 내려놓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SBS 미디어그룹의 지속가능한 생존을 담보하기 위한 인적, 조직적 전력투구의 징표”라고 했다. SBS는 지난 6월부터 업무추진비, 교육훈련비 감축 등을 골자로 한 비용 절감 조치를 기반으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경영위원회는 올해 SBS 광고매출이 창사 이래 최저가 될 거라 예상했다. 경영위원회는 “현재 우리의 광고판매량은 역대 최저”라며 “경기부진과 광고시장 악화, TV 광고시장 비중 축소흐름이 이미 구조화됐다. 그 여파로 올해 경영 수지 또한 적잖은 적자가 불가피해 보인다. 2014년 적자, 2016년 적자에 이어 8년만의 위기”라고 했다. 이어 “회사는 광고, 협찬의 새 영역을 개척하면서 광고영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동시에 광고 의존적 구조를 개선, 보완할 수 있는 신(新)전략을 미래 방향성으로 설정하고 대책을 병행 중”이라고 했다.

구성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킨 대목은 구성원들에게 '모두가 영업사원'이라는 마음가짐을 가져야한다고 당부한 부분이다. 경영위원회는 “기업의 존재 이유는 '이윤 창출'이다. SBS의 지속가능함을 위해 전 임원, 전 직원이 수익중심의 미래전략에 관해 치열하게 고민해 나아가자”며 “모두가 영업사원이라는 절박한 마음가짐이 필요한 때”라고 했다. 이어 “나만의 이기주의, 내 팀만의 폐쇄주의, 폼 잡기, 허세 부리기는 절박한 우리의 미래를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동료와 조직에 대한 민폐 행위이자 위기 대응시 가장 먼저 혁파돼야 할 대상”이라고 했다.

사측의 발언에 대해 조기호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장은 14일 미디어오늘에 “노조가 특히 우려하는 것은 모든 직원을 '영업 사원'으로 만들려고 하는 사측의 천박한 인식”이라며 “방송사의 본질을 제대로 알고 이번 공지를 발표한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라고 비판했다. 조 본부장은 “사회적 공기인 방송사의 모든 구성원이 일반 기업처럼 '이윤 창출'에만 골몰한다면 당장은 연명할 수 있겠지만 시청자의 사랑을 받으며 역사 앞에 제대로 존속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박했다.

조 본부장은 “위기 상황에서 사장 등 임원들의 솔선은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방송 환경의 악화는 갑자기 닥쳐온 위기가 아니다”라며 “그걸 잘 대처하라고 직원보다 더 많은 급여를 받아 온 게 아닌가. 그렇기에 경영 부진으로 실적 악화가 예상된다면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역시 타당한 일”이라고 했다. 아울러 “노조는 이번 '임원만 임금 삭감'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앞으로 위기 상황을 핑계로 더 나아가 직원들에게까지 희생을 강요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영업사원' 발언 관련 노조의 비판에 대해 SBS 사측 관계자는 같은 날 미디어오늘에 “'영업사원'이라는 표현은 수익 창출을 위해 광고를 파는 등 수익을 극대화하자는 의미가 절대 아니다”라며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방송) 제작을 열심히 하는 등 각자 맡은 위치에서 열심히 일하자는 표현이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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