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소비를 위한 친환경 이슈

공정무역을 하는 이유
현대인들에게 소비는 일상이다. 생활의 편의를 위해, 보다 나은 나를 위해 필요한 수많은 아이템이 시시각각 쏟아져 나오고, 클릭 한 번으로 물건을 구입하는 편리한 시대. 판매를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무리한 시도들이 판을 치는 사회다. 하지만 반대급부는 언제나 존재하는 법.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하는 것이 현명한 소비라 칭송 받던 시대가 가고 있다.
기업은 기본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다. 같은 제품을 만들더라도 보다 더 싸게 만들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생산 비용을 절감하면 기업과 소비자는 득을 보지만 노동자의 복지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저렴하게 구입하는 물건의 대다수는 개발도상국의 노동자들의 손에서 탄생한다.
공정무역이 화두에 오르게 된 사건은 초콜릿 이슈다. 달콤한 디저트의 대명사인 초콜릿이 아프리카 아이들의 노동력으로 탄생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 열매를 따기 위해 아이들이 일주일에 100시간 넘게 혹독한 노동에 시달린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 공정무역에 대한 관심이 기업과 소비자들 사이에서 환기되기 시작했다.
초콜릿뿐만이 아니다. 1996년, 나이키의 축구공을 만드는 12살 파키스탄 아동의 사진이 미국 <라이프>지에 게재된 이후 미국 내에서 비난 여론이 들끓어 스포츠와 패션 업계에서도 만연한 불공정 무역에 대한 비난이 끊이질 않았다. 30년이 지난 지금, 불공정 무역은 여전하다. 값싸고 트렌디한 패스트패션은 여전히 패션 시장을 장악중이다.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불공정 무역에 대한 반성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서서히 움직였다. 착한 공정을 통해 생산된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는 기업을 움직였고, 공정무역을 지향하는 기업들이 서서히 늘어났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환경에 대한 전 지구적 고민은 착한 소비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
공정무역은 기업이 생산자의 노동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소비자는 품질이 우수한 제품을 공급받기 위한 비용을 인정하며 서로가 상생하는 흐름을 만든다. 생산자와 기업 사이의 경제적 불균형을 줄여 노동자가 경제적으로 자립하도록 도와주는 무역 방식은 카카오, 커피는 물론이고 면화 산업에도 변화를 촉구했다.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지에서 생산된 공정무역의 산물들은 선진국에 제공되고, 착한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를 공정무역 제품을 구입해 선순환을 이룬다.
공정무역을 통해 생산된 제품을 구입하면 먼저 노동자의 작업환경을 개선한다. 더불어 아동 노동 착취도 근절할 수 있다. 무작정 싸고 저렴한 제품을 사기 보다는 공정무역을 통해 생산된 제품을 지속적으로 구입하고 이러한 소비가 늘어날 때 공정무역에 대한 기업의 참여를 촉진한다.

가치소비 트렌드
소비의 정의는 개인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최소한의 소비를 미덕으로 여기고, 누군가는 활발한 소비를 통해 삶의 활력을 얻는다. 과거에 비해 윤택해진 삶은 소비심리를 더욱 부추긴다. 편안하고 편리한 삶을 돕는 다양한 아이템들이 우후죽순 쏟아지는 현대사회에서 ‘소비’를 ‘잘’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가치관과 소비 철학이 필요하다. 최근 현대인들의 소비 철학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는 가치소비다. 가치소비란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를 포기하지 않는 대신 가격이나 만족도 등을 세밀하게 따져 소비하는 성향을 뜻한다. 특히 미닝아웃Meaning Out은 MZ 세대의 소비 패턴을 정확하게 드러내는 이슈다.
미닝아웃, 신념을 뜻하는 미닝Meaning과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낸다는 의미의 커밍아웃Coming Out이 결합된 단어로 기존에는 드러내기 꺼려했던 사회적, 정치적, 환경적 신념을 소비행위를 통해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행위를 말하며, 소비자 운동의 일환으로 퍼졌다. SNS 해시태그를 통해 개인의 관심사를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이들은 윤리적인 기업을 지지하며, 가격이 비싸도 친환경 제품을 적극적으로 구매한다. MZ 세대가 비건에 열광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탄소 배출 감소를 위해 비건 음식, 비건 패션, 비건 화장품을 구입하고, 선한 기업에 지지를 드러내며, 기업의 제품을 많이 팔아 매출을 올리는 ‘돈쭐’ 내는 일에 적극적이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 세대는 손쉽게 가격을 비교하고 리뷰를 검색해 구매를 결정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SNS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며 합리적인 소비를 주도하고 불매운동에 적극 동참하는 ‘미닝아웃’ 소비를 한다. MZ 세대가 주목한 소비 이슈는 ‘환경’이다. 기업의 환경, 윤리, 사회적 역할에 주목하고, 자신의 신념과 교집합이 발생할 때 소비한다. 자연스럽게 신념과 반하는 기업의 제품은 거부하며, 불매로 이어진다. 친환경을 위한 기업의 노력을 주목하며, #재활용 #업사이클링 #공정무역을 지지해 해시태그로 신념을 드러낸다.
코즈 마케팅Cause Marketing도 MZ 세대가 주목하는 키워드다. 코즈 마케팅이란 기업의 경영 활동과 사회적 이슈를 연계시키는 마케팅으로 환경, 보건, 빈곤 등의 사회적 이슈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이를 마케팅에 결합해 기업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변환시킨다.
대표적인 사례로 탐스를 꼽을 수 있다. ‘One for One’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탐스는 소비자가 신발을 구입할 때마다 같은 수량을 난민 어린이에게 기부하는 마케팅을 펼친다. 아웃도어 업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슈즈 브랜드 오보즈는 신발 한 켤레가 판매될 때마다 나무 심기를 실천해 환경보호에 앞장선다.

자연을 입는 아웃도어
패션 업계에서 자연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분야는 단연 아웃도어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온전히 누리고,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며, 자연을 보호하고 지키는 일에 앞장서는 일은 아웃도어 비즈니스의 기본 가치이다. 고기능성을 추구하는 아웃도어 패션의 특성상 기능성이 과거의 주요 화두였다면 이제는 다르다.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친환경 이슈에 앞장서고 있는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지속가능성을 실천한 소재와 기술력은 물론 공정무역을 통한 생산 과정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친환경에 앞장서는 대표적인 아웃도어 브랜드는 파타고니아다. 등반가 이본 쉬나드가 창립한 파타고니아는 사업 초창기부터 환경에 대한 고민을 지속했으며, 1986년부터 지역 풀뿌리 환경단체에 매년 수익의 10%(세전 수익 10% 또는 총 매출의 1%)를 기부하기로 결정한 이후 지금까지 그 약속을 지켜오고 있다.
파타고니아의 노력은 단순히 기부 행위에만 그치지 않는다. 그 어떤 아웃도어 브랜드보다 친환경 소재 개발과 사용에 적극적인 파타고니아는 유기농 면, 재활용 나일론, 재활용 폴리에스터, 마이크로 퍼프, 재활용 다운, 율렉스 등의 소재를 제품 전반에 걸쳐 방대하게 사용한다. 유기농 면을 사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의 목화 재배는 전체 농업 면적 중 1%밖에 되지 않지만 화학약품 사용량은 10%에 달한다. 파타고니아는 무분별한 화학약품 사용에 반기를 들고 1996년 이후 모든 면 제품에 유기농 면만을 사용한다. 직조 공장에서 버려진 자투리 천을 모아 엄격한 생산 기준을 거친 재활용 나일론을 개발했으며, 넘쳐나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재활용하고자 1993년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 최초로 폐기된 플라스틱 병을 재활용한 플리스 원단을 개발한다. 또한 잔인한 방법으로 다운을 채취하는 문제가 불거지자 다운의 품질에 버금가는 합성소재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거듭해 보온 섬유 마이크로 퍼프를 만들고, 폐기물을 줄이고자 재활용 다운을 사용하기에 이른다. 네오프렌의 환경오염 문제로 대안 소재 율렉스를 개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스웨덴의 대표 아웃도어 브랜드 피엘라벤도 환경지킴이 역할에 진심이다. 피엘라벤은 브랜드가 하는 모든 일들이 주변을 둘러싼 환경,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과 동물들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깊이 통감하고, 브랜드 스스로 환경발자국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2014년에는 100% 추적가능한 다운을 통해 동물복지를 실천하는 다운 프라미스를 론칭했으며, 2015년부터는 PFC를 일체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피엘라벤 제품의 61%가 유기농이거나 재생소재, 혹은 추적가능한 아이템이라는 점은 브랜드가 환경에 대한 고민을 얼마나 지속했는지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제로 웨이스트를 위한 작은 실천
소비가 늘어나면서 쓰레기 문제로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19 이후 비대면이 일상화 되고, 배달 음식의 수요가 늘면서 쓰레기가 더욱 늘었다. 바다 한 가운데 엄청난 규모의 쓰레기 섬이 넘쳐나고, 해안으로 밀려드는 쓰레기 량도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쓰레기 문제를 간과할 수 없는 시대. 단순히 쓰레기 배출을 줄이는 것을 넘어 폐기물을 만들지 않는 제로 웨이스트가 주목 받을 수밖에 없는 요즘이다.
쓰레기가 사라질 수는 없다. 그러나 쓰레기를 줄일 수는 있다. 변화는 개인으로부터 시작된다. 생활에서 조금씩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 가능한 재료들을 사용하다 보면 개인과 개인이 모여 사회 변화를 일으킨다. 제로 웨이스트 운동은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하고, 낭비 없는 사회를 목표로 한다. 5R 운동은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기 위한 다섯 가지 방법이다. 첫째, Refuse(거절하기). 무분별하게 배포하는 일회용품을 거절해보자. 카페에서 제공하는 플라스틱 빨대, 배달 음식에서 제공하는 일회용 수저나 포크 등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제로 웨이스트의 작은 시작이다. 마트에서 일회용 비닐봉지를 사용하지 않고, 상점에서 불필요한 포장을 거절하고, 길에서 무분별하게 배포하는 전단지를 받지 않는 일, 작지만 쓰레기를 줄이는 작은 실천이다.
둘째, Reduce(줄이기). 일상에서 손쉽게 사용하는 휴지와 물티슈를 줄여보자. 귀찮지만 행주나 손수건을 사용하는 것은 환경훼손을 줄이는 일이다. 꼭 필요한 물건만 구입하고, 포장이 적은 제품을 구입하자. 필요하지 않은 물건은 다른 사람과 나누거나, 텀블러를 사용해 일회용 쓰레기는 줄이는 것도 Reduce의 시작이다.
셋째, Reuse(재사용하기). 남은 음식을 일회용 비닐봉지에 담기 보다는 유리 용기나 스테인리스 용기에 담고,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는 깨끗하게 씻어 재사용할 수 있다. 처음부터 재사용이 가능한 물건을 사는 것도 중요하다.
넷째, Recycle(재활용하기).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버리는 쓰레기 중 약 70%는 재활용품으로 분리할 수 있는 쓰레기지만 많은 쓰레기가 소각되면서 돈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 재활용하기는 거절하거나, 줄이거나, 재사용이 불가능한 물건은 용도를 변경해 다시 사용하자는 취지다. 의류 브랜드들이 플라스틱 병에서 섬유를 추출해 새로운 제품을 생산하는 경우가 여기에 속한다.
마지막은 Rot(썩히기)다. 하루에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음식물 쓰레기가 배출되지만 안타깝게도 음식물은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자원이 넘쳐나는 현대사회에서는 과거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양의 음식물 쓰레기가 배출되는데 그냥 버려지면 토양과 수자원의 오염원이 될 수 있다. 음식물은 썩히는 과정을 통해 유기질 비료나 가축 사료로 만들어 활용하면 환경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다.

못된 거짓말, 그린워싱
매년 여름을 앞두고 기상청의 역대급 폭염 예고가 일상이 된지 오래다. 하루가 다르게 더워지는 지구,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4년 여름은 가히 역대급이라 부를 수 있을 만큼 길고 지루한 폭염이 이어졌다. 폭염만이 문제가 아니다. 가뭄이 오면 홍수가, 폭염이 지나면 폭설이. 급변하는 기상이변은 지구를 함부로 쓴 대가를 인류에게 톡톡히 증명하고 있다. 더 이상 기후변화에 자유롭지 않은 세계인들이 경 이슈를 끊임없이 화두에 올리며 지구를 지키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자 기업들도 이에 발맞춰 친환경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기업의 경영 활동과 사회적 이슈를 연계시키는 코즈 마케팅으도 이런 흐름의 일환이다.
환경을 위한 사람들의 관심은 ‘친환경’ 상품의 수요 증가로 증명된다. 같은 물건을 사더라도 지속가능성을 내세운 브랜드의 제품을 사고, 유기농이라 표기된 아이템을 구입한다. 문제는 가치 있는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일부 기업들이 녹색기업 이미지를 포장한 그린워싱 행위를 공공연하게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린워싱은 Green과 White Washing의 합성어로 기업들이 실제로는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제품을 생산하면서도 광고 등을 통해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내세우는 행위를 뜻한다. 실상 친환경 경영과는 거리가 먼 양심 불량 기업들은 생각 보다 많다. 그린피스의 발표에 따르면 2022년 4월부터 약 1년간 기업이 게재한 게시물 가운데 그린워싱 게시물을 한 건 이상 업로드한 기업이 약 40%에 달한다. 공인 되지 않은 친환경 마크를 사용한 광고, 녹색의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극대화해 친환경 제품이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광고, 실제 보다 더 친환경적이라고 과장하는 광고 등 허위와 과장을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그린워싱 광고는 생각보다 손쉽게 찾을 수 있다.
미국의 다국적기업 감시단체인 코프워치CorpWatch는 매년 4월 22일 지구의 날에 ‘그린워싱 기업’을 선정해 발표한다. 실제로 수많은 유명 기업들이 그린워싱 기업에 선정되었으며, 많은 소비자들이 허위 광고에 속아 넘어가는 사례가 속출한다. 그린워싱 기업을 걸려내기 위해서는 소비자이 더욱 현명하게 따져봐야 한다. 유명 브랜드의 제품, 고가의 제품 등을 합리적인 고민 없이 덥석 구매했다가는 그린워싱의 마수에 걸려들 수 있다. 제품을 구입할 때 어떤 소재를 사용했는지, 탄소발자국을 얼마나 줄였는지, 불공정무역 제품은 아닌지, 꼼꼼히 따져보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