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숨 고르기 끝…재계 총수 발걸음 다시 빨라진다
尹 체코 방문에 재계 총수 동행…원전·첨단 산업 협력 기대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추석 연휴를 통해 잠시 숨을 고른 재계 총수들의 발걸음이 다시 빨라진다. 윤석열 대통령의 체코 방문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하면서 새로운 사업 협력의 기회를 적극 모색할 예정이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체코 공식 방문을 위해 출국함에 따라 경제사절단에 포함된 재계 총수들도 일제히 체코로 향한다. 앞서 경제단체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모집한 경제사절단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를 포함해 대기업 대표 50~60명이 이름을 올렸다.
재계 총수 대부분은 추석 연휴 동안 별도 공식 일정을 소화하지 않았다. 그러나 온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경기 침체, 미국 대선 등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 대비해 경영 전략을 재검토하는 시간으로 연휴를 활용했다. 특히 한국·체코 비즈니스포럼을 주재하는 최태원 회장, 원전 수주를 완수해야 하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은 체코 방문을 앞두고 연휴 내내 출장 준비에 만전을 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회장은 4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명절 현장 경영에 나섰다. 프랑스 리옹 소재 그루파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리옹 국제기능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해 선수단을 격려했으며, 폴란드를 찾아 연구소·생산공장 현장을 직접 점검했다. 이재용 회장은 폴란드에 머물다 이날 체코로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총수들은 체코 방문 기간에 현지 기업인들과 만나 협력 분야 확대를 위한 논의를 이어갈 전망이다. 체코는 유럽 동서를 연결하는 비즈니스의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원전뿐만 아니라 미래차, 배터리, 수소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도 협력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곳이다. 체코 역시 산업 구조 고도화를 위한 변화를 시도하면서 첨단 기술을 보유한 한국 기업과의 협력 확대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체코가 적극 손을 내민다면 다양한 사업 영역에서 경험이 많은 한국 기업들은 (이번 방문)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삼성은 1990년 삼성물산이 프라하 지점을 설립하며 체코 현지 사업을 시작했다. 삼성전자의 경우에는 1992년 체코 국영기업 칼렉스와 합작법인 삼성 슬로바키아를 설립했고, 체코 현지에서는 판매법인을 운영 중이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는 이재용 회장은 체코에서 삼성을 넘어 양국 간 경제 협력 논의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체코에서 사업장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 이에 최태원 회장은 비즈니스포럼 준비에 집중하는 동시에 향후 사업 협력 기회를 모색할 전망이다. 현재 SK그룹은 원자력발전의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4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연구 등에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협업하고 있는데, 한수원이 체코 원전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SK그룹의 역할이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또한, 리튬 자원이 풍부한 체코가 향후 본격적으로 리튬을 생산한다면 SK그룹이 유럽 배터리 시장을 공략하는 데 있어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기업 중 가장 큰 규모로 체코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LG그룹도 프라하를 중심으로 가전 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정의선 회장과 구광모 회장은 추가 사업 진출 관점에서 협력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4대 그룹 외 총수 중에서는 박정원 회장의 움직임이 가장 분주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그룹은 지난 7월 한수원, 한전기술, 한국원자력연료 등과 팀코리아를 꾸려 체코 원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체코 원전 수주가 확정되면 두산에너빌리티가 원자로와 증기 발생기, 냉각 펌프 등 핵심 기자재를 공급한다.
재계 총수들은 경영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 당분간 보폭을 넓힐 것으로 예상된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날로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미 연휴 전부터 비상 경영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 이재용 회장과 최태원 회장 등은 체코에 이어 다음 달 6~9일 예정된 아세안 경제사절단 참여 가능성이 언급된다. 다만 이를 추진하고 있는 한경협 측은 "아세안 경제사절단 참가자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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