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일 - 유리공예가 남기원 강은희 부부
시시때때로 달라지는 자연에서 작품의 영감을 받아남 작가, 나무의 결이나 표피 최대한 살아있는 듯한 느낌으로 표현강 작가,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집중... 일상의 관찰 재해석해 작업에 녹여 내는 것‘유리마루’ 공동 브랜드, 상품
충북 청주시 오송읍에 있는 유리공방 ‘유리마루’는 유리공예가 남기원(45) 강은희(42) 부부의 스튜디오다.
이들 부부는 남서울대학교 유리조형학과에서 만나 대학원 시절 함께 독자적인 유리공방을 운영하며 일찌감치 조형작업에 몰두했다.
이후 작업을 지속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제적인 안정이 중요하기에 제주도에 있는 ‘유리의 성’에 입사해 유리로 공간 조성과 실내외 장식을 전반적으로 구상해 제작하고 설치하는 일을 했다.
6년간의 제주도 생활에서 개인적인 잡업을 충족하지 못해 결국 두 사람은 2019년 각자의 작업을 위해 ‘우리들만의 공방’으로 돌아왔다.
이들 부부 유리공예가는 시시때때로 달라지는 자연에서 작품의 영감을 받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변화하는 하늘과 구름, 일렁이는 물결, 물 위에 반사된 빛, 청량한 얼음, 숲의 안개, 물속의 공기방울 등을 그들만의 내면에 담아 유리작품으로 표현한다.반면 두 사람이 추구하는 작업의 지향점은 다르다. 남편인 남기원 작가는 자연을 주제로 삼아 나무의 결이나 표피를 최대한 살아있는 듯한 느낌으로 표현한다.
작업은 입으로 불어 형태를 만들어가는 블로잉기법을 사용한다. 블로잉으로 제작한 생활용기들은 유리의 투명하고 맑은 물성을 강조하며 시각적으로 가벼운 느낌을 준다. 남 작가는 또 오래전 도자기 작업했던 경험을 살려 슬럼핑 기법을 쓰기도 한다. 흙으로 먼저 형태를 만들어 유리로 다시 작업하는 방식이다. 대학시절 유리와 도자기 작업을 병행했던 경험을 활용하는 것이다. 유리가 내는 색채의 다양함과 화려함이 좋아 유리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유럽의 경우 유리 작업이 발전했지만 국내에서는 흔치 않아 표현 기법이 생소한 점도 호기심을 주었다. 유리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구매자들이 한정돼 있어 힘들었다. 하지만 최근 유리에 대한 반응이 달라지고 있는 추세다.
어렵지만 특별한 소재인 만큼 상품개발이나 판로개척 측면에서 해 볼 만한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원 시절 만해도 조형성에 집중해 작업했어요. 현실적인 측면을 생각하면 쓰임이 우선인 대중성에 맞춰 작업을 해야 하죠. 그러다 30대에는 예술작업과 쓰임의 경계에서 작업을 했죠. 최근에는 현대예술로 눈을 돌려 작업하고 있어요."예술성과 쓰임이 접목된 것이라면 승부수가 있겠다는 판단이다.
어차피 유리는 대량 제작이 어렵다. 마케팅 측면에서 고가의 제품을 생산할 수밖에 없다면, 예술성이 가미된 고급스러운 제품을 사용할 수 있는 고객을 겨냥할 수 밖에 없다. 강은희 작가의 화두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집중한다.
한때 전 국민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었던 ‘코로나 19는 어디서 왔을까?’라는 물음처럼 일상의 관찰을 통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 나름의 대답을 재해석해 작업에 녹여 내는 것이다. "코로나 19는 무분별한 난개발,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거부한 인간의 욕망에 대해 지구가 인간에게 보낸 경고의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관객과 작품간의 상호작용, 관람객으로 하여금 다양한 미적 체험, 이미지의 향유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대화를 시도합니다."강 작가가 주로 사용하는 기법은 램프워킹기법이다.
유리봉을 토치볼에 녹여 다양한 형태를 만들거나 문양을 넣을 수 있는 기법이다. 1천200도 고온에서 액체로 녹은 유리를 빠르고 섬세한 손놀림과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작업한다. 강 작가는 남 작가와 비슷하게 유리의 투명한 물성과 화려하고 선명한 색감, 빛의 굴절과 투과, 그림자 등 유리 소재가 지닌 물성에 매료돼 유리 작업에 뛰어들었다. 부부는 유리마루라는 공동 브랜드를 만들어 상품제작과 예술작업을 병행한다.
유리마루의 공예품은 주로 머그컵, 접시, 고블릿, 항아리, 꽃병, 에센스 홀더, 주병 등이다. 용기와 생활소품으로 따뜻한 색감부터 차가운 계열의 색감까지 다양한 유리의 특징을 보여준다. 특히 화병 ‘꽃의 향기’ 시리즈 작품은 유리마루의 시그니처 디자인이다. 주입구는 좁으나 화병의 전 부분이 비스듬히 올라가는 방향성을 갖고 있다.
꽃잎처럼 활짝 펼쳐져 있고 몸통은 넉넉한 주머니 형태로 돼 있다. 화병 자체만으로도 조형성이 뛰어날 뿐 아니라 실제 꽃을 꽂았을 때 공간 속으로 스며드는 시각적 특징을 갖고 있어 화병의 화려한 디자인과 함께 효과적인 공간장식을 구현한다. 유리마루가 추구하는 예술과 쓰임의 접목인 셈이다.
남기원 작가는 2008년 ‘자연과의 소통전’(갤러리 k)을 시작으로 5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2014년 청주국제공예페어(청주공예비엔날레), 2020 오픈스튜디오(한국공예관) 등 단체전과 충북도미술대전 특선 등 다수의 수상 및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강은희 작가는 2009년 개인전 ‘Empty Myself’전(경인미술관) 등 4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서울Summer Glass전(이도갤러리), 충북의 젊은공예가전-사유의 밤(한국공예관)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김정애 기자 kjangey@ccd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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