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이 중저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저마진 덫'에 빠졌다. 중국 브랜드의 가격 공세를 방어하며 수익성이 이미 크게 약화된 가운데 메모리 가격 상승까지 겹치며 부담이 커진 탓이다. 프리미엄 제품과 달리 가격 인상이 쉽지 않은 중저가폰 특성을 감안하면 앞으로 중저가폰 사업과 시장 전략을 완전히 바꿔야하는 기로에 섰다.
30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중국 브랜드와의 가격 경쟁으로 점유율 사수에 빨간불이 켜진 삼성전자 중저가 스마트폰 사업이 메모리 등 핵심 부품 가격 인상으로 수익성까지 위협받고 있다. 중저가 제품군은 출하량을 통해 시장 존재감을 유지해왔지만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기존 전략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최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도 이 같은 상황이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AI 기능 확산과 사용자 경험 고도화에 따라 스마트폰 전반에서 메모리 탑재량과 사양 상향이 불가피하다"고 언급했다. 프리미엄 제품뿐 아니라 중저가 제품군 역시 일정 수준 이상의 메모리 성능을 요구받고 있다는 의미로, 중저가 스마트폰의 원가 부담이 구조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음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中 가격 압박 버텨온 중저가폰…메모리價 인상에 한계 노출
그동안 중저가 스마트폰은 제조사들의 외형 성장을 떠받치는 핵심 세그먼트였다. 삼성전자는 갤럭시A 시리즈와 M 시리즈를 통해 인도와 동남아·중남미 등 신흥시장에서 판매량을 확대하며 글로벌 출하량과 점유율을 유지해왔다. 갤럭시A 시리즈는 삼성 스마트폰 출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물량을 책임졌고, M 시리즈 역시 온라인 채널을 중심으로 신흥시장에서 점유율 방어 역할을 해왔다. 단말당 수익은 크지 않았지만 대량 판매를 통해 실적 하단을 지탱하는 구조였다.
중국 브랜드들도 중저가폰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아왔다. 샤오미는 레드미(Redmi)를 앞세워 공격적인 가격 전략을 펼쳤고 오포와 비보는 각각 A, Y 시리즈로 통신사 유통망을 공략했다. 트랜션은 테크노(Tecno) 인피닉스(Infinix) 이텔(Itel) 등 다수의 중저가 브랜드를 운영하며 아프리카와 인도 시장에서 출하량을 끌어올렸다. 이들 제품은 낮은 가격을 무기로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며 경쟁 강도를 끌어올렸다.
이 같은 경쟁 구도 속에서 메모리 가격 상승은 중저가 스마트폰의 한계를 더욱 분명히 드러냈다. D램과 낸드플래시는 스마트폰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은 핵심 부품이다. 그만큼 메모리 가격 변동이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중저가 모델 특성 상 원가가 올라도 판매 가격을 올리기는 쉽지 않다는 점도 수익성이 위태로운 이유 중 하나다.
이런 상황 탓에 스마트폰업계에서는 "중저가 스마트폰은 팔수록 남는 게 없는 사업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라인업 축소·신흥시장 전략 재설계 불가피
이제 제조사들의 고민은 제품 라인업 뿐만 아니라 시장 전략 전반까지 확산되는 분위기다. 중저가 모델 수를 대폭 줄이거나 선택과 집중을 통해 일부 라인만 유지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실제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중저가 라인업을 정리하거나 신모델 출시 주기를 늦추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샤오미는 중저가 브랜드인 레드미 내에서도 모델 수를 줄이며 주력 제품 중심으로 재편에 나섰고 오포와 비보 역시 일부 지역에서 중저가 라인업을 단순화하며 수익성 개선을 우선하는 전략으로 선회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비슷한 고민이 감지된다. 스마트폰 사업을 맡고 있는 MX사업부 안팎에서는 갤럭시 A, M 시리즈를 무작정 확대하기보다는 수익성과 차별성이 확보되는 라인 위주로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공식적인 라인업 축소 방침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중저가 모델 수와 출시 전략을 전반적으로 점검하려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중저가폰 판매가 집중된 인도 동남아 중남미 등 신흥시장 전략 역시 재정비가 불가피하다는 예상이 나온다. 단순한 물량 확대 전략만으로는 더 이상 수익성을 방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제품은 가격 전가가 가능하지만 중저가는 그렇지 않다"며 "중국 브랜드 공세와 메모리 가격 상승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중저가 스마트폰 사업의 존립 방식 자체를 다시 짜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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