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크 시승기] 두카티 디아벨 V4 '고속 코너링의 맛 일품'

'악마의 심장' 4개가 뿜어내는 파워를 컨트롤하며 질주하는 느낌은 기대 이상이었다. 

두카티 디아벨 V4(DUCATI DIAVEL V4). 바이크를 좀 아는 사람들은 이름만으로도 "오!" 하는 탄성이 터지게 하는 브랜드가 두카티다. 

디아벨은 시중에 떠도는 언론 보도나 시승기에 따르면 이탈리아어로 '악마'라는 단어의 볼로냐 지방 사투리라고 한다. 볼로냐에 두카티 본사가 있다. 뒤쪽에서 볼 때 시선을 끄는 빨간 램프가 악마의 눈을 닮아서 '악마'라고 부르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조금 다른 듯하다. 이탈리아어로 악마는 Diàvolo다. 볼로냐 지방에서는 'Dievel'이라고 한다. 발음도 '디에벨'에 가깝다는 게 이탈리아 친구들의 전언이다. 현지에서는 '디아벨 부 꽈뜨로'라고 부른다. 

두카티가 디아벨을 선보인 건 2011년이다. 뒤쪽에서 보면 외형상으론 네이키드에 가깝지만 엔진은 트윈을 쓰기 때문에 크루저로 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V4로 엔진이 바뀌면서 유니크한 독창성은 더욱 빛나게 된다.

디아벨은 누가 봐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디자인 자체가 정말 세련 그 자체다. 터질 것 같은 볼륨감과 어디서 찍어도 그림이 되는 외형을 갖춘 바이크가 몇이나 더 있을까 궁금할 지경이다. 서울을 빠져나가 양평, 속초, 강릉에 이르는 동안 신호에 걸릴 때나 주차를 할 때면 주위사람들의 시선이 집중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른 바이크를 탄 라이더들은 이것저것 질문 공세를 퍼붓는다. 마지막 말은 대부분 비슷하다. "열심히 일해서 돈 많이 벌고, 디아벨 한 대 꼭 사고싶다."

디아벨은 라이딩 경력 많은 사람이나 초심자 모두 좋아할 수 밖에 없는 바이크다. 일단 두카티 라인업 가운데 시트고(790mm)가 가장 낮다. 170cm 정도 키라도 두 발이 안정적으로 지면에 닿는다. 차체도 가볍다. 건조중량이 211kg에 불과하다. 발이 닿고 무릎이 굽어지면 바이크 다루기가 얼마나 편한지는 라이더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부분일 것이다. 시동을 걸지 않고 이동 시켜보면 가볍다는 게 확 와닿는다. 핸들바도 20mm 정도 라이더 몸쪽으로 가까워졌기 때문에 편안한 라이딩 포지션이 나온다.

바이크에 대한 신뢰는 가속과 브레이킹이 좌우한다. 디아벨 V4는 그런 면에서 단연 최고로 꼽을 만하다. 엑셀을 감으면 정말 총알 같이 튀어나간다. 168마력의 힘은 심장이 쿵쿵거리게 만든다. 

V4 엔진은 기존 디아벨에 들어갔던 DV T엔진보다 사이즈가 작아졌고, 5kg정도 경량화됐다고 한다. 배기량은 1158cc이며 최고출력은 168마력, 최대토크는 12.8kg.m로 가히 폭발적인 힘이다.

그런데도 가속 성능은 훨씬 업그레이드 됐다는 게 메이커의 설명이다. 그렇다고 라이더의 뜻과 상관없이 앞바퀴가 번쩍 들려버리는 당황스러운 상황은 발생하지 않는다. 역회전 크랭크를 적용해 가솔할 때 엔진의 토크 리액션이 반대로 되며 앞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덕분이다. 거기에 훌륭한 성능의 퀵시프트가 가속의 재미를 더해준다. 

특히 출발한 이후 3단쯤부터 가속이 매력적이다. 주행모드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역시 디아벨 V4는 스포츠모드가 어울렸다. 브레이킹도 예술이다. 평범한 바이크를 타던 사람은 초반에 브레이크 잡을 때 조심해야 한다. 아니 조금 부드럽게 잡아야 한다. 즉각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반응은 빠르면서도 안정적이다. 시승 도중에도 엄청나게 짧은 제동 거리인데도 스키드마크가 남지 않는 신기한 경험을 여러 번했다. 

예전처럼 무지막지한 사운드는 아니지만 배기음도 만족할 만하다. 규정을 지키는 한도에서 즉흥환상곡을 연주하듯이 변주하는 머플러 사운드는 스트레스를 날려준다. 엔진의 작동 방식을 잘 컨트롤한 덕분에 일반 대배기량 바이크에서 느껴지는 엔진열도 별로 느낄 수 없었다. 덕분에 라이딩 내내 쾌적한 기분을 유지할 수 있었다.

시승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건 코너링이었다. 한계령 구비구비를 오르내리는 데 240사이즈의 리어타이어는 도로를 물고 돌아가는 듯 느껴졌다. 고속코너링에서는 슬립할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어느 새 사라져 버릴 정도였다.

피렐리타이어가 디아벨 시리즈를 위해서 개발한 타이어라고 한다. 방지턱 넘을 때도 거의 충격을 못 느낄 정도로 부드럽게 컨트롤해줬다. 사이드미러의 시인성이나 클러치 조작의 편의성도 합격점을 받고도 남는다. 

두카티 디아벨 V4의 유일한 아쉬움은 4000만원이 넘는 가격이다. 만약에 3000만원 아래 가격에서 판매됐다면 어떻게 됐을까? 하지만 누구나 탈 수 없는 바이크의 희소성을 두카티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지피코리아 김기홍 기자 gpkorea@gpkorea.com, 사진=지피코리아, 두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