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타임스=곰돌이아빠 리뷰어]

2010년대 중반 우리나라 외식 사업을 주도한 트랜드 가운데 하나가 바로 한식뷔페입니다. 그 전까지는 한식뷔페하면 뭔가 값싼 기사식당 이미지나 공사장 주위의 이른바 함바집 분위기였습니다. 그러다가 CJ, 이랜드 등 외식업의 강자들이 뛰어들면서 이랜드 자연별곡, CJ 계절밥상, 풀잎채, 신세계푸드 올반 등 다양한 브랜드의 경쟁으로 시장을 키워갔습니다. 그전까지 이른바 패밀리레스토랑의 국적없는 음식과 차별화된 한식이라는 컨셉으로 제법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러다가 한식뷔페는 큰 변화를 겪게 됩니다. 가장 큰 변화는 코로나. 모든 외식사업이 코로나시대에 직격탄을 맞았지만 한식뷔페는 그 정도가 심했습니다. 혼자가 아닌 주로 가족 모임이나 회식에 특화된 까닭입니다.

물론 코로나만으로 한식뷔페의 흥망성쇠를 말하기는 무리가 있습니다. 한식뷔페의 특성상 다양한 제철 요리를 선보여야하고, 쌈 등 채소 비중이 높아 계절의 변화에 따라 원가가 크게 좌우되었습니다. 다른 페밀리레스토랑이 젋은 층을 주된 타깃으로 하는데 비해, 가족 특히 주부를 주된 고객으로 하는데, 코로나 시절 이른바 비대면 수업으로 등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주부들이 외식을 즐기지 못하고 집에서 밥을 챙겨야 하는 상황을 맞이했습니다. 여기에 애매한 정체성, 공급 과잉 등도 한식 뷔페 식당의 쇠락 배경으로 꼽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더불어 혼밥이 일상화되면서 한식뷔페가 융단폭격을 맞았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여기에 다른 레스토랑에 비해 이른바 원가율이 높아 마진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다보니 코로나를 맞이하면서 많았던 한식뷔페는 이제 찾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이랜드의 자연별곡은 전국에 딱 3개, 서울에 한 개가 운영중이고, 신셰계 올반과 CJ 계절밥상은 아예 브랜드 자체를 접었습니다. 이랜드가 운영하는 에슐리의 경우 꾸준히 운영되는 것과는 크게 비교되는 대목입니다.

이러던 한식뷔페가 최근 다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끝난 것도 한 가지 이유지만, 무엇보다 고물가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요즈음 고기보다 비싸가는 상추나 쌈을 먹기에 한식뷔페가 좋고,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이른바 가성비 뷔페로 부활의 가능성을 꿈꾸고 있습니다.

물론 일부 브랜드는 여전히 높아진 인건비와 식재료비 급등으로 재출점 계획에 난색을 표하고 있기도 합니다.

최근 한식뷔페의 부활을 주도하는 브랜드는 이랜드이츠가 운영하는 자연별곡입니다. 한때 4-50개 달하던 매장 수는 크게 줄어 서울 한 곳을 비롯해 전국 3곳에 불과하지만 최근 들어 고객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입니다. 이는 여름철 보양식, 그리고 가성비가 새롭게 부곽된 덕분입니다.

예를 들어 자연별곡의 경우 성인 1인 19,900원, 주말 기준 29,900원입니다. 예전에는 어중간한 가격이었지만, 점심 먹을 때 만 원으로는 어렵고, 여기에 다양한 음식과 후식까지 즐길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입니다. 어찌보면 버텨서 오늘에 이른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서울에 유일하게 남은 자연별곡 가든파이브점을 방문했습니다. 주말 낮이었고, 미리 예약했음에도 불구하고 5분 정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사람이 많았습니다. 최근 높아진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음식은 다양했습니다. 한식뷔페라는 컨셉에 맞게 다양한 한식이 있었습니다. 차와 과일, 디저트도 나름 괜찮았고, 떡을 응용한 와플도 맛났습니다. 커피, 아이스크림은 물론 다양한 차도 제공하는 점은 장점으로 생각되었습니다.

여기에 여름이라 그런지 냉면을 즉석에서 뽑아주었습니다. 다만 고기류는 좀 부족해 보였는데 떡갈비, 바싹불고기, 닭강정, 장어강정, 그리고 닭구이 정도가 있었습니다. 뷔페하면 고기라는 인식에 비하면 약간 부족하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가장 인기있는 코너는 다름 아닌 전 코너였습니다. 직접 전을 부쳐주는 코너인데 줄을 설 정도였습니다. 감자치즈전과 김치전이 아주 인기있어 줄을 좀 서야했습니다.

쌈 채소는 메뉴판에는 8종류라고 설명했지만 실제로는 4가지에 불과했고, 그것도 자주 바닥을 보였습니다. 아무래도 연령층이 높아 쌈을 즐기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가 싶었습니다. 음식은 같은 이랜드가 운영하는 애슐리와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딱히 전문 조리사가 조리한 느낌이 들지는 않았고, 기성품을 데워준다는 정도였습니다. 아주 마음에 드는 음식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딱히 맛이 없거나 조리 상태가 불량한 음식도 찾기 힘들었습니다. 다만 계절이 바뀌는 시점이라 그런지 보양식도 없고 봄철의 딸기처럼 컨셉있는 음식이 없던 점은 조금 아쉽더군요.

예전과 크게 달라진 점은 적극적으로 인원감축이 이뤄졌다는 점입니다. 다 먹으면 그릇을 치워주던 종업원은 이제 없고 다 먹은 그릇은 로봇을 이용하거나 직접 트레이에 담아야 합니다. 결제 역시 키오스크가 담당하고 있어서 예약하고 간 사람은 오히려 줄을 길게 서야 했습니다. 모두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보입니다. 주방 역시 오픈형이 아니라 정확히 파악은 어려웠지만 예전처럼 많은 인력이 있다는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별곡의 부활 조짐에도 불구하고 다른 한식뷔페는 다시 문을 열 계획은 없어보입니다. 이는 다른 뷔페에 비해 인건비 비중이 높고, 식재료의 가격 비중도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1인 가구 급증에 따른 가족 단위 고객 감소도 한가지 원인입니다.

제대로 한식뷔페를 운영하려면 주방에만 약 20여명의 인력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라고 합니다. 많은 부분을 기계화, 자동화 그리고 간편화했지만 그러다보니 한식뷔페는 여전히 힘든 길을 걷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어쩌면 너무 물가가 올라 요즈음은 오히려 가성비처럼 보이지만, 이게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릅니다. 로봇이 조리하고, 로봇이 서빙하는 것이 요즈음은 한식뷔페 현실입니다.

공정위 2023년 가맹사업현황통계에 따르면 한식업종이 3만9868개로 전체 외식업종의 22.2%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가장 사랑 받는 메뉴라서 그런지, 아님 가장 익숙해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혼밥족의 증가와 이른바 HMR의 성장, 그리고 기존 뷔페나 페밀리 레스토랑과 차별화는 여전히 남아있는 숙제입니다. 오랫만에 들려본 자연별곡에서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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