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Report] 장충고등학교 조동욱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고교야구의 시즌이 끝을 향한다. 그라운드를 가득 메웠던 어린 친구들의 기합만큼 치열했던 여름. 이 열기가 무색할 만큼 선선한 날씨가 찾아왔다. 각자 계획했던 꿈과 목표가 있었기에 아쉬움을 숨길 수는 없지만, 또다시 찾아올 다음 계절을 향한 준비를 시작한다. 오늘 만나볼 선수도 여느 고교선수 못지않은 뜨거운 여름을 보냈다. 매 순간 후회 없는 야구를 하기 위해 전력을 다했고,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서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이제는 다음 걸음을 향해 나아가고자 한다. 누구보다 뜨거운 여름밤을 남긴 조동욱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자.
Photographer Inbi Na Editor Jinseok Kim Location Jangchung High School
조동욱
출생 2004년 11월 2일 신체조건 194cm 88kg 출신교 경기 소래초-서울 영남중-장충고 포지션 투수 투타 좌투좌타 2023년 성적 17경기 38.2이닝 평균자책점2.77 2승 2패 40탈삼진 19사사구 34피안타
반가워요. 자기소개 먼저 부탁해요. (8월 31일 인터뷰)
안녕하십니까. 저는 장충고등학교 3학년 투수 조동욱입니다.
인터뷰에 앞서 화보 촬영을 진행했어요. 어땠나요?
처음 해보는 촬영이라 재밌었어요. 긴장보다는 신기한 마음이 컸고요.
같은 팀 동료 육선엽과 황준서가 먼저 본지와 인터뷰를 나눴어요. 출연한다는 소식을 알렸나요?
선엽이랑 준서뿐만이 아니라 다른 친구들에게도 말하지 않았어요. 비밀이죠.
#아쉬움을 뒤로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준결승 경기에서 10회 연장 승부 끝에 1점 차로 패했어요. 연장전 당시 팀의 분위기는 어땠나요?
(조)창연이가 동점 홈런을 만든 순간 역전은 당연히 따라올 거라고 봤어요. 분위기도 우리 팀으로 넘어왔고, 승부치기에 대한 자신감도 있었죠. 이런 생각들 때문에 패배가 더욱 아쉬운 기억으로 남았어요. (경기 종료 후에는 어땠나요?) 친구들의 마음도 저와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이길 수 있다고 봤죠. 유독 올해4강의 문턱에서 머무르는 일들이 많았어요. 단순히 아쉬움을 떠나, 또 여기에서 멈추고 말았다는 아쉬움이 섞인 얘기를 나눴어요.
경기 막판까지 마운드 위에 있어 더욱 아쉬움이 남았을 텐데요.
10회까지 공을 던졌어요. 팀 동료들이 당연히 이겨줄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아쉬움이 커요. 제가 더 잘해야 했다는 생각도 했고요.
마산 용마고와의 경기도 많은 화제가 됐어요. 어떤 마음으로 등판했나요?
평소에도 친구들이 주자를 남기고 저와 바뀌면 팀과 동료들을 위해 홈 플레이트에 한 명도 들여보내지 않겠다고 다짐한 채 공을 던져요. 마산 용마고와의 경기는 그런 다짐에 더해 자신감도 넘쳤던 기억이 있어요. 그 덕분인지 던지는 코스대로 공이 모두 들어왔죠. (팀 내에 좋은 투수들이 많아 든든할 것 같아요.) 친구들의 실력을 알기 때문에 주자를 놓고 더그아웃으로 내려가도 부담감이 크게 없어요. 제 다짐처럼 다른 동료들이 막아줄 수 있다고 믿는 거죠. 잘하는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각자 다른 장점에서 배우는 점도 많고, 거만해지는 사람 한 명 없이 경기를 치를 수 있었어요.
최근 진행한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아쉽게 청주고에게 패했어요. 경기는 어땠나요?
쉽진 않겠지만, 승리를 가져올 수 있다고 믿었어요. 청주고를 이긴다면 다음 대진표도 좋은 편이었고요. 봉황대기는 4강까지 무난하게 갈 수 있다고 봤죠. 하지만 결국 넘어서지 못해 시즌이 끝났어요. 아쉬운 기억이에요.
팀뿐만이 아니라 조동욱 개인의 성적도 기대와는 달랐던 경기였어요. 어떤 포인트에 가장 미련이 남나요?
좋은 투구가 이어질 때는 제가 원하는 코스에 공이 모두 들어가요. 하지만 청주고와의 경기 날은 그렇지 않았죠. 공이 평소보다 높게 제구됐어요. 경기 내용도 생각과 달랐고요. 그래서 상대 팀 타자들의 배트에도 많이 걸렸어요. 투구 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었죠.
아쉬웠던 시즌인 만큼 배운 점도 있었을 텐데요.
야구선수로서 발전했다고 봐요. 시즌이 시작하기 전 세웠던 계획을 일정 부분 달성했고, 스스로 성장한 부분도 있고요. 우승을 만들지 못해 100%는 아니지만, 많이 배운 1년이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어떤 계획이 있었나요?) 첫 번째 개인적인 목표는 구속이었어요. 140km/h 중반에서 후반까지 기록해 보고 싶었죠. 그건 시즌 중 달성할 수 있었어요. 두 번째 팀으로서 목적은 우승이었어요. 완전히 달성할 수는 없었지만, 1년간 한 팀으로 열심히 달렸잖아요? 4강이라는 기록에 만족해야겠죠.
올해 가장 짜릿했던 경기나 장면이 있나요?
신세계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 8강 배재고와의 경기가 기억에 남아요. 선발 투수로 등판해서 2.2이닝 무실점을 기록했어요. 하지만 경기가 복잡해지며 연장전까지 이어졌죠. 10회 초에 2점을 먼저 상대팀에게 내주며 어려운 상황이 만들어졌어요. 하지만 끝까지 물고 늘어지며 만루를 만들었고, 결국 끝내기 안타가 나오며 경기를 가져왔죠. 패배가 코앞까지 닥친 상황이라 솔직히 절반은 포기한 상태였어요. 이런 경기를 역전하니까 더욱 짜릿했죠. 앞으로 야구를 하면서도 잊지 못할 경기로 기억에 남을 거예요.
신인드래프트가 2주 남았어요. 설렘이 큰가요? 떨림이 큰가요?
드래프트가 빨리 다가왔으면 좋겠어요. 떨림보다는 설렘이 더 커요. 제 인생의 절반을 채운 야구를 제대로 평가받는 첫 관문이잖아요?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거 자체가 믿기지도 않을 만큼 신나요. 어느 팀에 갈지도 궁금하고요.
작년 선배들의 드래프트를 시청했을 때는 어땠나요?
신기한 마음이었어요. 얼마 전까지 함께 야구를 하던 형들의 이름이 차례로 불리는 걸 보니 기분이 이상했죠. 올해는 저와 친구들의 차례라 작년만큼 편히 볼 수는 없을 거예요. 모두 함께 높은 순위에 지명됐으면 좋겠어요.
올해 상위 라운드 지명 예정 선수로 주목받고 있어요. 부담감은 없나요?
부담감은 없어요. 상위 지명에 대한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죠. 하지만 결과에 맡기자는 생각으로 기다리고 있어요.
만약 지명받는다면, 드래프트 당일 저녁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싶나요?
부모님과 함께 맛있는 저녁 한 끼를 할 거예요. (특별한 날에 따로 가는 곳이 있나요?) 보통 부모님이 가자고 하시는 곳에 가서 먹어요. 드래프트 날도 고기나 해산물 식당에 가지 않을까요? 회나 갑각류를 가리지 않고 모두 좋아해서 해산물의 가능성이 조금 더 클 거예요.
신인드래프트를 향한 간단한 포부 한마디 부탁해요.
어떤 팀에서 저를 뽑아주실지는 모르겠지만, 결과에 상관없이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프로선수의 삶을 동경하고 준비해 왔기 때문에, 순번에 상관없이 기쁜 마음으로 선택받겠습니다.
#운이 좋았어요
최강 몬스터즈와 경기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기분이 궁금해요.
몬스터즈 선배들과의 게임은 TV에 나오는 경기잖아요? 좋은 기회를 받았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서 경기에 임하자고 마음먹었어요.
팀 동료, 감독님과는 어떤 얘기를 나눴나요?
준서가 2학년 때 선배들과 경기한 경험이 있어요. 그래서 많이 물어봤어요. (황준서는 어떤 얘기를 해줬나요?) 우리도 충분히 잘하고 선배들을 상대할 수 있는 공도 갖고 있으니까 부담감 없이 하자고 말했어요. 감독님도 자신 있게 던지면 된다고 하셨고요.
최강 몬스터즈에서 대선배인 이대호와 정성훈을 상대했어요. 후기가 궁금해요.
이대호 선배님은 대한민국 최고의 타자잖아요? 그래서 상대해 보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다른 분들과 다를 거라는 기대도 있었고요. (근데도 삼진을 잡았어요!) 운이 정말 좋았어요. 평생 기억에 남을 순간이지 않을까요? (정성훈은 어땠나요?) 레전드 선배님이잖아요. 부담감이 있었죠. 선배님이 스윙하던 중 허리에 무리가 왔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운이 좋게 아웃 카운트를 만든 거였다고 봐요.
경기 종료 이후 다른 선배들과 얘기를 나누기도 했나요?
앞으로도 야구를 열심히 하라는 덕담을 많이 들었어요. 파이팅도 불어넣어 주셨고요.
대선배들과의 경기에서 어떤 점을 배웠나요?
프로 레벨에 있던 선배님들은 나쁜 공을 절대 건드리지 않는 걸 확인했어요. 본인만의 스트라이크 존과 타격 포인트가 있다는 걸 배웠죠. 걸리는 건 무조건 휘두르시지만, 애매한 변화구에는 미동도 없었어요. 감탄하면서 경기했죠. 많이 배웠어요. 그래서 경기 이후 구속보다 정교함을 키워야겠다고 다짐했어요. 변화구도 단순히 미트로 던지는 게 아닌 어떻게 던지고, 어떤 방향으로 떨어뜨릴지 생각하며 피칭하려고 해요.
#형 말고 나
어떻게 처음 야구를 접하게 됐나요?
처음엔 운동할 생각이 크게 없었어요. 미국에 유학도 다녀왔고, 공부를 꾸준히 할 예정이었죠. 하지만 한국에 돌아온 후 친형의 친구들과 야구를 하면서 운동에 빠지게 됐어요. 야구선수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조금씩 자랐죠. 그러던 중 학원에 가기 싫은 마음에 형의 야구 테스트를 억지로 따라갔어요. 함께 시험을 봤는데, 형이 떨어지고 제가 붙었죠. 이후 자연스럽게 야구를 꾸준히 하게 됐어요. (테스트가 끝난 후 형의 반응이 궁금한데요?) 형은 덤덤한 표정이었어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죠.
야구선수가 되겠다는 마음이 언제 생겼나요?
중학교에 진학하며 정했어요. 그때부터 재미보다는 제 업으로 삼고, 더 진지하게 하자는 마음을 먹었죠.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계획을 세워서 하나씩 해결하는 게 맞는 방향이라고 봤고요.
야구선수라는 진로를 정하면서 스스로 만든 다짐이나 약속이 있나요?
‘후회하지 말자’요. 어쩔 수 없이 그만둬야 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매 순간 하는 선택 혹은 던지는 공에 조금의 미련도 남기고 싶지 않아요. 최선을 다하는 거죠. 항상 이런 생각을 갖고 운동장에 나가요.
어릴 때는 어떤 팀의 경기를 주로 관람했나요?
특정 팀의 경기보다는 집에서 가까운 야구장을 자주 갔어요. 서울에 살다 보니 잠실야구장이나 고척 스카이돔에서 하는 경기를 자주 봤죠.
투수를 선택한 이유는? 적성 vs 재미
둘 다요. 중학교 2학년에서 3학년 넘어가는 사이에 키가 20cm가 컸어요. 그때 투수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죠. 왼손잡이기도 하고요. 감독님의 의견도 비슷해서 바로 투수를 선택했어요. 중학교 3학년이라 빠른 시작은 아니지만, 열심히 운동했죠. (투수의 어떤 매력에 끌렸나요?) 던지고 싶은 곳에 공이 알맞게 들어갔을 때의 희열이 엄청나요. 삼진을 잡았을 때 아웃 카운트 하나를 온전히 제힘으로 만들었다는 기분도 짜릿하고요.
플레이를 보며 처음으로 감탄했던 선수가 있나요?
장충고등학교 1년 선배인 (정)준영이 형이에요. 어릴 때부터 야구 천재로 소문난 형이었죠. 고등학교에 올라온 후 라이브 피칭에서 형을 만났어요. 제 공에 어느 정도 자신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준영이 형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계산이 서지 않았어요. 변화구를 던져도 맞을 것 같고, 직구를 던지면 더 확실하게 안타를 내줄 것 같았죠. 사용할 수 있는 공이 없었어요. 그런 기분은 처음이었고요. (정준영에게 얘기해 보기도 했나요?) 준영이 형과 친한 사이라 종종 얘기를 나눴어요. 형은 제 공도 충분히 좋다는 얘기를 해줬죠. 하지만 예의상 하는 말로 그라운드 위의 실력을 가릴 수는 없잖아요. 제가 더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었죠.
어떤 야구선수가 되고 싶나요?
항상 팀에 필요하고 없어선 안 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팬들의 기억에도 깊게 남는 사람이 목표이기도 하고요.
야구를 업으로 삼으며 생기는 스트레스도 컸을 텐데요.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야구와 관련한 스트레스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도 커지고, 성적에도 많은 영향을 받았죠. (어떤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했나요?) 친구들과 시간을 보냈어요.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하고 카페에 가서 얘기를 나누기도 했죠.
#64이닝 1,030구
헤어 스타일링을 예쁘게 한다는 소문이 들려요. 비결이 있나요?
어릴 때부터 운동하며 긴 머리를 유지한 적이 많이 없어요. 보통은 짧은 머리로 생활했죠. 하지만 최근 머리를 기르며 앞머리가 눈을 찌르기 시작했어요. 아픔을 피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 연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머리를 넘기게 됐죠.
64이닝 1,030구를 소화한 고등학교 3년은 조동욱에게 어떤 시간으로 기억될까요?
처음 고등학교에 들어왔을 때는 대단한 선수들 사이에서 살아남겠다는 다짐만 있었어요. 그렇게 3년 동안 발버둥 치며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죠. 야구선수로서 성장할 수 있었고요. 야구뿐만이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많이 성장했다고 봐요. 제 인생에서 고등학교 3년은 잊을 수 없는 중요한 기억으로 남을 거예요.
3년간 함께 한 친구들과 내년을 이끌어갈 후배들에게 한 마디 부탁해요.
친구 중에는 (류)현준이가 많이 생각나요. 포수로서 제 공을 셀 수 없을 만큼 받아줬고, 경기 중에도 본인만 믿고 던지라고 얘기해 주는 든든한 친구죠. 또래 친구 중에서 ‘탑 클래스’라고 말할 수 있는 포수와 한 시즌을 함께 보낼 수 있어 좋았어요. 고마운 마음도 크고요. 현준이의 야구를 끝까지 응원하고 싶어요. 후배들에게는 평소에도 후회 없이 야구를 하자는 얘기를 많이 해요. 우리 장충고등학교는 1년이 지나도 여전히 강팀이기 때문에 내년도 잘할 거라 믿어요. 기대도 많이 되고요. 올해 하지 못한 우승을 2024년에는 꼭 해줬으면 해요. 마음속으로 응원할게요.
야구를 제외하고는 어떤 기억이 가장 먼저 떠오르나요?
친구들과 워터 파크에 간 기억이 커요. 첫 워터 파크이기도 했고, 오가며 생긴 에피소드도 많아요. 재밌는 추억이에요.
오늘 인터뷰 어땠나요?
많은 인터뷰를 경험한 건 아니지만, 매번 새로운 경험이에요. 항상 마무리 멘트에 어려움을 겪고는 하는데, 하다 보면 늘 거라고 봐요. 잘할 수 있겠죠? (웃음)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인사 한마디 부탁해요.
응원해 주시는 팬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더 열심히, 후회 없는 공을 던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3년 150호 (10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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