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14억원에 전세 줬던 강남 집주인 “6억원 빌려주실 분”

강남권 전셋값 급락

전셋값 하락세가 가파르다. 특히 주거 선호도가 가장 높은 강남 지역의 전셋값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최근 전세시장을 점검했다.

◇강남권 반값 전세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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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아파트 전셋값은 전국-2.36%, 수도권 -3.21%, 서울 -2.89% 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매매가격보다도 하락률이 컸으며, 역대 최대 하락 폭이다.

특히 서울 강남권의 가격 하락폭이 크다. 강남구 개포동의 입주 4년 차 아파트 ‘레미안블레스티지’ 84㎡(이하 전용면적) 전세가 최근 8억원에 거래됐다. 작년 6월 16억원에 거래된 같은 면적 전세 최고가와 비교하면, 반년 사이 전셋값이 절반으로 떨어진 것이다. 개포동 한 공인 중개사는 “전세 대출 금리가 치솟으면서 전셋집을 찾는 사람이 끊기자 전세 호가가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다”며 “3월부터 근처 대단지 아파트들의 입주가 줄줄이 예정돼 있어 가격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강남권 반값 전세는 이 뿐 아니다. 작년 최고가보다 40~50%씩 떨어진 가격에 전세 계약이 체결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84㎡ 전세는 작년 5월 22억원에 거래됐는데, 이달엔 12억원 거래 사례가 나왔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84㎡ 전세는 작년 3월 15억8000만원에서 이달 8억원으로49% 떨어졌다.

◇금리 상승이 가장 큰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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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권은 작년 상반기만 해도 전셋집 공급이 부족해 아우성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보증금을 수억원씩 낮추고도 세입자를 못 구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금리 인상에 따른 ‘전세의 월세화’가 가장 큰 요인이다. 2021년 7월 연 0.5%였던 기준금리는 3.5%까지 오르면서 2~3%대였던 전세 대출 금리는 6%대를 넘어섰다. 전세 보증금을 월세로 낼 때 적용하는 전·월세 전환율(서울 4.9%)보다 높은 것이다. 전월세 전환율은 전세를 월세로 바꿀 때 보증금 1억원 당 연간 월세 금액의 비율을 의미한다. 전월세 전환율이 대출금리보다 낮다는 것은 목돈을 빌려 전세 이자를 내는 것보다 다달이 월세를 내는 것이 비용상 유리한 상황을 뜻한다.

◇신규 공급 줄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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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와중에 올해 강남권에서 1만 가구 넘는 새 아파트 입주가 이뤄질 예정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강남권 아파트 입주 물량은 1만2402가구로 작년(3592가구)의 4배에 달한다. 3월 강남구 개포동에서 3375가구 규모 ‘개포자이프레지던스’가 입주하고, 8월에는 2990가구 규모 ‘래미안원베일리’가 서초구 반포동에서 입주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전셋값 하락이 더욱 가속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부동산 전문가들는 “신규 세입자에게 받는 보증금으로 기존 세입자의 보증금을 다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가 확산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전셋값에 거품이 끼었던 2년 전 세입자를 들였던 집주인들은 비상이다. 신규 세입자에게 받는 보증금으로 기존 세입자에게 돌려줄 보증금을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강남 지역 한 공인중개사는 “2년 전 시세대로 전세 계약을 맺은 집주인이라면 기존 세입자와 계약 갱신을 위해 최소 2억~3억원에서 많게는 5억~6억원 정도의 현금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역월세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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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다양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세입자가 집주인을 면접 보듯 심사하는가 하면, 집주인이 세입자의 대출 이자를 월세처럼 다달이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 인테리어를 새로 해주는 경우는 흔하다. 계약 기간이 남았는데 세입자가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요구하고 있어 난감해하는 집주인들의 사연도 있다.

집주인의 '역월세' 제안도 나오고 있다. 높은 가격에 전세를 들어간 세입자가 계약 연장때 일부 보증금 반환을 요구하자,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는 대신 매달 일정 금액을 주겠다고 제안하는 것이다.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월세를 내는 격이다. 세입자에게 일부 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해 대출을 받는 것보다 다소간의 월세를 주는 게 낫다는 계산에 따른 제안이다. 한 공인중개사는 “세입자들은 전세금을 돌려받기 어려운 ‘깡통 전세’ 피해를 받을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영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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