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 공룡’ 이케아 “불면증 케어... 침대 시장도 잡겠다” 도전장

엘름훌트(스웨덴)/조재현 기자 2024. 10. 7.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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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테스트 센터’ 르포
지난 2일 전 세계 제품 개발과 품질 검사를 총괄하는 스웨덴 엘름훌트의 ‘이케아 오브 스웨덴(IoS)’ 본부에서 이달 초 새로 선보인 토퍼(topper·침대 위에 올려 쓰는 얇은 매트리스)를 직원들이 설명해주는 모습. 이케아는 내년 비전을 ‘수면’으로 정하고 “매트리스, 조명, 공기청정기 등 수면에 영향을 미치는 제품 라인업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케아

“사람은 100년 평생 살면서 잠을 자는 데 23만 시간(26년), 잠을 자려고 노력하는 데 6만 시간(7년)을 씁니다. 이 7년을 줄이는 데 사활을 걸어보려고 합니다.”

지난 2일(현지 시각)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서 기차로 3시간 거리인 소도시 ‘엘름훌트(Älmhult)’. 세계 최대 가구 업체 이케아(IKEA)가 1958년 첫 매장을 연 이 도시에는 전 세계 63국 473개 매장에서 판매되는 제품을 개발하고, 품질 테스트를 총괄하는 본부 ‘이케아 오브 스웨덴(IoS)’이 있다. 침대 개발 총괄자인 에버마리아 뢰네고르드 매니저는 “‘수면(sleep)’이 이케아의 2025년 사업 목표”라며 “과학적인 방법으로 수면의 질을 개선할 수 있도록 매트리스와 소파베드는 물론 조명, 공기청정기, 홈스마트 서비스까지 연계한 ‘수면 라인업’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그래픽=백형선

전 세계적으로 불면증을 겪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수면 관련 시장은 2020년 598억달러(약 79조원)에서 2030년에 1119억달러(약 151조원)까지 두 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지난해 글로벌 매출 476억유로(약 70조원)를 기록하며 매출이 꾸준히 오른 이케아는 그동안 책상·식탁 등 조립식 가구에만 주력하면서 매트리스나 토퍼(침대 위에 올려 쓰는 얇은 매트리스) 분야에서는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기존 이케아의 매트리스·토퍼 제품은 100여 개로 전체 이케아 제품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이케아도 “숙면을 돕겠다”며 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것이다. 이달 초 신제품 7종을 우선 공개했고, 내년에는 각 출시국의 문화와 트렌드에 맞춰 ‘맞춤형 매트리스’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5만 번 매트리스 누르며 검증

이날 약 5000㎡(약 1500평) 규모의 테스트랩에선 매트리스를 성인 남성 2명 무게(140㎏)의 통나무 롤러로 5만 번씩 짓누르는 내구성 검사가 이뤄지고 있었다. 유럽연합(EU)이 정한 기준인 3만 번보다 약 66%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 것이다. 또 사용자가 땀을 흘리거나 기온이 높아졌을 때 변형이 없는지, 어깨나 엉덩이 등 주로 힘이 가해지는 부위는 견고한지 확인하는 테스트도 이뤄졌다. 매트리스 개발자인 요한 크룬은 “10년 전만 해도 주로 직원과 고객들이 직접 누우며 내구성을 평가했지만, 최근엔 하중과 온습도 검사까지 과학적으로 진행해 데이터를 쌓아가고 있다”며 “‘숙면(complete sleep)’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데이터 기반으로 검증을 거쳐 제품군을 다양화하는 단계”라고 했다.

이뿐 아니라 불에 잘 타지 않는지, 말았다가 펴도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는지 등 5가지 이상의 품질 검사를 모두 통과해야 한다. 고객이 실제 집에서 사용하는 경우를 가정해 두 대의 로봇을 투입해 시뮬레이션도 진행한다. 검사 과정 중 단 하나라도 이케아가 정한 기준을 만족하지 않으면 처음부터 다시 검증한다. 검증 과정이 까다롭다 보니 수면 라인업의 핵심인 매트리스나 토퍼는 제품 하나를 개발하는 데만 평균 3년 가까이 걸렸다고 한다.

◇개개인 수면 습관 따라 ‘맞춤형’ 매트리스 제공

이날 이케아는 매트리스 위에 깔고 이용할 수 있는 토퍼 신제품들도 기자에게 보여줬다. 잠을 자는 동안 움직임이 적은 사람에게 적합한 메모리폼 토퍼와 자주 뒤척이며 자는 고객을 위한 폴리우레탄 재질의 토퍼를 두께와 재질에 따라 구분했다. 토비아스 프렌지안 엔지니어는 “고객들이 자신의 수면 습관에 맞게 토퍼와 매트리스를 조합한 55개 세트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을 넓혔다”고 했다.

이케아는 내년에 안락함·조명·온도·공기·소리·정리 정돈 등 ‘숙면을 위한 6대 요소’를 토대로 신제품 라인업 출시도 준비 중이다. 침대나 매트리스뿐 아니라 침실 조명과 공기청정기, 홈 스마트 시스템 같은 수면 제품군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취지다.

내년 상반기에는 한국 시장을 겨냥한 제품도 새로 나온다. 온돌 문화가 발달한 한국에서 단단한 침구에 대한 수요가 크다는 점을 고려해, 이케아의 매트리스 제품인 ‘발레보그’와 ‘복스트란다’를 가장 단단한 수준으로 리뉴얼할 예정이다. 다른 나라에서도 한국에서처럼 문화적 환경과 기후를 고려해 제품 옵션을 다양화한다는 계획이다.

◇”韓 진출 10년…한국은 ‘발 빠르게 움직이는 시장’”

올해는 이케아가 한국에 진출한 지 10년이 되는 해다. 전 세계 이케아의 제품 개발을 총괄하는 프레드리카 잉에르 IoS 매니징 디렉터는 “한국은 발 빠르게 움직이는 시장(fast-pace moving market)”이라며 “전기차와 IT 기술을 발전시키는 데서 보듯, 리테일과 기술 혁신에서 두루 배울 점이 많아 큰 영감을 주는 나라”라고 했다.

2014년 이케아 광명점 개장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는 잉에르 매니저는 “지난 10년은 한국 고객들의 취향을 하나하나 보고 배운 성공적 시간이었다”며 “앞으로는 여러 소재로 제품 개발을 시도해 한국 고객들이 만족할 수 있는 제품군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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