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달·원앙 다 사라진다" 달서구 고교 옆 골프연습장에 환경단체도 반대 목소리
"수달, 원앙 등 법적보호종 머무는데 생태계 교란 조장"
대구 3대 바람길 중 한 곳 막는 건축물이라는 지적도
대구 달서구의 한 고등학교 옆에 골프 연습장을 짓는 건축 허가가 나자(영남일보 6월 4일 자 8면 보도) 지역 환경단체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대구환경운동연합 등 5개 환경·시민단체는 2일 오전 10시 20분 달서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달서구는 생태 보존 및 생태관광 정책과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골프 연습장 건축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달서구는 지난해 12월 도원고와 저수지(도원지) 사이 1만 4천여㎡ 부지에 9층 높이 규모의 골프 연습장 건축을 허가했다. 착공 전 보완사항으로 업체 측에 학교와 협의할 것을 요청했지만, 학교와 학부모들은 학습권 침해를 주장하며 반대 집회를 여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달서구가 추진하는 각종 생태 사업과 정면 배치되는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도원지는 수달, 원앙 등 법적 보호종이 머물다 가는 곳인 데다 삵, 오소리, 너구리, 황조롱이 등이 출몰할 수 있는 생태적으로 중요한 공간"이라며 "달서구도 도원지의 가치를 알기 때문에 달서생태관 건립, 도시 생태 축 복원사업에 130억 원을 들여 추진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반딧불이 보존을 위한 서식지를 조성하고 수달 조형물을 설치하며 생태관광에 힘쓰는 달서구가 자연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는 시설의 건축 허가를 내어준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또 해당 사업부지가 대구의 공기를 바꾸는 3대 바람길 중 한 곳이라고도 주장했다. 이들은 "2004년쯤 골프 연습장 사업이 추진됐다가 주민들의 반대로 좌초된 적이 있다. 이때 제기된 문제 중 하나가 이곳이 바람길이라는 것이었다. 하물며 근처 한국토지주택공사 대구경북지역본부 건물도 바람길의 중요성 때문에 급히 설계를 바꿔 건축했을 정도였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담당 구청은 건축 허가를 내줄 때 자연환경 훼손과 생태계 교란이 없는지, 주민들의 불편은 없는지 따져야 한다. 달서구청이 적극 행정을 펼쳤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결자해지의 자세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달서구 관계자는 "도시 생태 축 복원사업은 7월 완료 후 사후 모니터링을 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자세히 분석할 것"이라며 "현재 사업자 측에 학교와의 협의서를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협의서 없이는 착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영민기자 ympar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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