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살고 싶다던 소말리아 해적 최신 근황

2011년 1월 아라비아해 아덴만 입구 해역에서 한국의 삼호주얼리호가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납치됐다.

당시 선박에 침입한 소말리아 해적 중 8명은 사살, 5명은 생포돼 한국으로 송환됐다.

재판에서 1명은 무기징역, 나머지 4명은 징역 12년~15년형(1명은 15년형에서 감형)을 받았는데, 청해부대의 아덴만 여명 작전으로 이들을 생포한 지도 어느덧 13년이 지났다.

“소말리아 해적들이 출소한다던데 어떻게 됐는지 궁금하다”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생포된 5명 중 석해균 선장에게 치명상을 입혀 무기징역을 받은 마호메드 아라이를 제외한 4명은 지금 한국에 없고 추방됐다.

법무부의 공식 답변을 받기가 정말 어려웠는데 보통 취재요청을 해도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답할 수 없다며 확인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도움을 받아 어렵게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법무부의 공식 답변은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사람은 강제퇴거에 해당되며, 소말리아 해적 5명 중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1명을 제외한 4명은 출소 후 강제퇴거 집행됐다”는 거다.

그러니까 이들을 한국 밖으로 추방했다는 얘기가 된다. 법무부는 그 외의 사항 이들이 언제 추방됐는지나 소말리아로 갔는지 등 다른 질문에는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답변하지 않았지만 본국 소말리아로 추방됐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이 4명 중에 2011년 당시 15년형이 확정됐던 아울 브랄랫도 포함돼 있다는 거다.

생포된 해적 중 나이가 가장 어렸지만 구출작전 당시 해군 보트에 기관총을 난사했던 그는 원래대로라면 2026년에 출소해야 맞는데 법무부는 그가 더이상 한국에 없다고 한 거다.

그렇다면 생각해볼 수 있는 건 가석방 가능성도 있다는 얘긴데 유기징역의 경우 통상 형기의 60~70%가 지나면 가석방 심사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이건 더이상 확인이 어렵다.

만약 아울 브랄랫이 형기만료일보다 일찍 출소했다면 12년~13년형을 받았던 다른 해적들의 경우에도 출소 시기가 예정보다 빨랐을 수도 있다.

무기징역을 받은 마호메드 아라이의 경우에도 뉘우침이 뚜렷하다고 판단되면 20년 이후 가석방돼 추방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소말리아 생활보다 한국 교도소의 안락함을 깨달은 아라이가 그걸 원할지는 모르겠다.

외국인 범죄자들은 대전과 천안 교도소, 그리고 여성일 경우 청주여자교도소에 수용된다. 소말리아 해적들은 대전과 천안에 분산돼 있었는데 교도소에서 한국말을 배우며 교도소 작업 이후 지급되는 작업장려금도 착실히 모은 걸로 알려져있다.

생각보다 교도소 생활에 적응을 잘해서 공장에 물건이 들어오면 “오라이 오라이~~”라고 할 만큼 적응했다는 썰도 있었다. 이들은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살고 싶다”, ”귀화하고 싶다“는 인터뷰를 하기도 했는데

우리가 확인한 걸로는 이들이 체포 당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었지만, 일찍 결혼해서 소말리아에 아내와 자녀가 있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아라이는 청해부대가 납치된 삼호주얼리호 선원들을 구조할 당시 석해균 선장에게 AK소총으로 치명상을 입히고 선원들을 인간방패로 삼아 해군의 구출작전을 방해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서 중형을 받은 인물이다.

목숨이 위태로웠던 석해균 선장은 이국종 교수의 수술 이후 다행히 건강을 회복했는데 생사를 오갔던 그 트라우마 속에서도 2015년엔 대전 교도소를 찾아가 아라이와 만나기도 했었다.

석해균 선장에게 확인해보니 그 이후엔 만난 적이 없다고 한다.

생포된 5명의 해적들은 당시 부산에서 재판을 받았는데 소말리아어를 통역하는 과정에는 부산구치소 박흥열 교도관의 놀라운 활약이 있었다. 어렵게 통역할 사람을 구하긴 했는데 정작 재판에 지각하는 바람에 독학으로 이들과 구치소 수감 때부터 대화해왔던 박흥열 교도관이 나서게 된 것.

[최인석 변호사/당시 재판장]

해적들은 법정에 나와서 이제 그냥 다 주저앉아 있는데 설명을 해줘야 되는데 설명해 줄 사람이 없지 않습니까? 그런데 교도관 한 사람이 손을 들더니만은 자기가 소말리아어로 한번 설명해 볼까요? 이러더라고요. 당신이 소말리아어를 안다는 말이냐 했더니만은 배웠대요. 언제 그랬더니만 이 친구들 들어오고 나서 배웠대요. 아마존에서 소말리아 교과서를 사가지고 배웠대요.”

아덴만 여명 작전과 소말리아 해적.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관심을 가졌던 그 사건이 벌써 13년전의 일이지만 소말리아 바다는 여전히 위험하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한동안 잠잠했던 소말리아 아덴만 지역 해적 활동은 올해 들어 주변국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다시 급증하는 추세라고 한다.

올해 상반기 해적 피해 건수만 보면 서아프리카나 아시아 지역이 더 많지만 총기를 사용한 피해 건수만 보면 절반 이상이 소말리아 아덴만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그만큼 아덴만 해역이 훨씬 더 위험하다는 거다. 한때 소말리아 해적으로 추정된 사람만 1000명. 설마 아덴만에서 붙잡힌 뒤 두번 다시 해적질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그들도 다시 활동하는 건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