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기아 EV9 재고..10월 1천만원 할인하는데 사도 될까

기아가 10월 EV9재고 차량에 한해 1천만원에 가까운 할인을 진행하고 있어 소비자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천만원 할인을 받고 지금 구입하는게 매력이 있는 지, 아니면 처음부터 가격이 비싸게 나온지라 1천만원 할인이 정상 가격인지를 궁금해하는 것이다.


기아가 출시 5개월도 안된 신차 EV9 할인을 서두르면서 앞으로 EV9 판매가 부진하면 트림 조절이나 연식변경을 이유로 아예 차량 가격을 내릴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기아는 5,6월 생산분 EV9에어, 어스 재고 차량을 10월 들어 650만~750만원 할인해 판매하고 있다. 여기에 10월 출고시 100만원 충전료 지원은 별도다. 9월에 EV9 재고 할인이 300만원인 것에 비하면 더 좋아진 조건이다.


EV9 재고 차량은 최대 850만원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정부가 추가로 전기차 보조금 지원을 늘린 것까지 포함(대략 350만 정도)하면 소비자가격에서 1천만원이상 할인이 가능하다. EV9 전기차 보조금은 기본 가격이 5700만원을 넘어 최대치의 50%다.


문제는 이번 재고 할인이 소비자 입장에서 매력이 있느냐는 점이다. 예상보다 비싼 가격에 나와 판매 부진에 빠진 것을 감안하면 "지금 1천만원 할인이 정상"이라는 의견이 인터넷 전기차 동호회를 달구고 있다.

여기에 지난달 19일부터 기아가 자사 임직원과 서비스 브랜드 오토큐 소속원을 대상으로 EV9을 최대 30% 할인 혜택을 준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소비자의 의구심을 부채질하고 있다. 여기에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라이팅 패턴 등 유료로 제공되는 기아 커넥트 스토어 디지털 사양 2종도 평생 무료로 쓸 수 있는 혜택도 주어진다.


기아 임직원 EV9 특별 할인폭은 무려 2천만원이 넘어간다. 8천만원이 넘는 최고 트림을 5천만원대 초중반에 구입할 수 있다. 일반 소비자는 꿈도 못 꿀 금액이다. 임직원 할인 차량은 5~6월 생산된 EV9의 에어와 어스 트림으로 가격은 7337만~8169만원이다.

결과적으로 10월 일반 소비자 대상으로 EV9 할인 폭이 커진 이유는 기아 임직원 할인에도 불구하고 재고가 남아 이들 차량의 연식이 바뀌기 전에 처분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대부분 대기업들은 자사 제품을 구입할 때 복지 차원에 일정 할인을 해주는 것은 일반적이다.


이번 EV9 임직원 할인이 눈길을 끄는 건 기아 노사 단체협약 때문이다. 기아는 지난해 노사 단체협약에서 재직 중인 임직원에게 신차 출시 후 6개월이 지난 차량에 대해 최대 30%(전기차 보조금 포함)까지 할인해주기로 했다. 이미 기아 임직원들은 근속 연수에 따라 출고가보다 8∼30% 할인 가격으로 자사 차량을 구매할 수 있다.


단 2년이 안 돼 차량을 매각하면 구매 당시 할인 받은 금액을 일부 반환해야 한다. 추가로 신차 할인도 받을 수가 없다. 이번 EV9 임직원 할인은 이런 조건이 적용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미 신차 할인 혜택을 받은 임직원도 EV9은 별도로 할인을 받아 구매할 수 있다. 더구나 EV9을 할인가에 구입하면 기존 차량을 2년 판매 제한에 상관없이 중고차로 되팔 수 있다.

‘The Kia EV9’ 1호차 전달


이런 내용이 알려지면서 관련 인터넷 동호회에서는 “소비자를 우롱하는 EV9 재고 처분”이라며 기아 내수 판매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사전 예약을 한 뒤 정가를 주고 EV9을 구입한 소비자의 피해는 별도의 문제이고 추가로 기아 중고차 하락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중고차 업계 전문가는 “벤츠, BMW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도 완전변경을 앞둔 E클래스나 5시리즈 구형 재고 차량을 10% 이상 할인하는 것은 업계의 관례라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이번 EV9 할인은 신차 출시 5개월도 안된 시점에 기아 임직원 대상 30% 할인이 알려지면서 기아 판매 정책에 대한 불신과 중고차 하락까지 도미노 현상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기차 동회회 한 회원은 “1천명이 넘는 EV9 초기 구매자는 할인 없이 보조금 지원을 받아도 8천만원 내외에 구입했는데 결과적으로 이들이 바가지를 쓴 셈”이라며 “기아 판매본부가 EV9 가격을 1천만원 이상 내리는게 정상이라는 것을 스스로 입증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업계에선 이번 기아의 EV9 임직원 특별 할인과 10월 일반 소비자 재고 할인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판매 부진에 따른 재고 소진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가장 중요한  소비자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에서다.

김태진 에디터 tj.kim@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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