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한양행의 성장판이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분야에서 열리고 있다. 미중 갈등 이후 글로벌 제약사의 공급망 재편이 빨라지면서 원료의약품(API) 생산 역량이 새 수익원으로 떠오른 영향이다.
회사는 작년 길리어드에 이어 최근 미국 브릿지바이오파마와도 560억원 규모의 심근병증 치료제 원료 공급을 성사시켰다. 유한화학 중심 생산설비 확충도 이어지며 CDMO 확장 전략에 힘이 실리고 있다.
API 수주 행진, 작년부터 3140억 확보

최근 유한양행에는 렉라자 등 신약 못지않게 눈에 띄는 수익원이 있다. API 생산을 중심으로 한 CDMO 사업이다.
회사는 지난 5일 미국 브릿지바이오파마와 심근병증 치료제 API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액은 총 3807만6000달러(한화 약 560억원)다. 작년 연결 매출액 2조1866억원 대비 2.56% 수준이다.
계약기간은 2026년 5월5일부터 2028년 3월1일까지다. 계약금이나 선급금은 없으며 대금은 청구일로부터 30일 이내 지급하는 조건이다. 계약일자는 주문서 접수일 기준이다.
이번 계약은 유한양행의 API 생산 수주 확대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릿지바이오파마는 희귀질환 중심의 미국 바이오텍으로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 심근병증(ATTR-CM) 치료제 '아코라미디스'를 앞세워 상업화 단계에 진입한 회사다. 유한양행은 이번 계약으로 글로벌 신약 공급망 내 API 공급 트랙레코드를 하나 더 쌓게 됐다.
유한양행은 지난해에도 길리어드와 총 3건, 2580억원 규모의 API 공급계약을 따낸 바 있다. 5월 HIV 치료제 API 888억원 공급계약을 시작으로 8월 HIV 치료제 API 843억원, HCV 치료제 API 850억원 계약을 연이어 체결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수주 확대 흐름을 두고 미중 갈등 수혜로 해석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생산처를 다변화하면서 안정적인 생산능력과 납기, 품질관리 체계를 갖춘 API CDMO 기업의 몸값이 올라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유한양행은 100% 자회사 유한화학을 통해 국내 API CDMO 시장에서 주요 생산기지로 꼽힌다. 동아쏘시오그룹의 에스티팜, SK의 SK팜테코와 함께 3대 API CDMO 기업으로 꼽힌다. 에스티팜이 올리고핵산 CDMO에서 두각을 보이고 SK팜테코가 글로벌 합성의약품 CDMO를 키우는 가운데 유한화학은 40년 이상 축적된 저분자 API 기술력을 앞세워 입지를 넓히고 있다. 미국 FDA, 유럽 EDQM, 일본 PMDA 등 주요 규제기관 기준에 맞춘 품질 시스템(cGMP)을 갖춘 점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글로벌 규제기관 기준 품질 시스템을 갖춘 API CDMO는 유한화학과 에스티팜, SK팜테코 등 3개 정도"라며 "미중 갈등이 심화되면서 세 개 회사에 수주가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화성공장 증설로 체급 키우는 유한화학
유한양행의 CDMO 사업을 담당하는 유한화학의 실적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유한화학의 API 생산실적은 2023년 1647억원에서 2024년 2233억원, 2025년 3239억원으로 늘었다. 2년 사이 생산실적이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생산능력(캐파)도 덩달아 확대됐다. 유한화학의 캐파는 2023년 2534억원에서 2024년 3285억원, 2025년 4627억원으로 증가했다. 2023년과 비교하면 지난해 캐파는 약 82.6% 늘었다. 수주 확대에 맞춰 설비 기반도 함께 커지는 흐름이다.
이에 최근엔 공장 증설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유한화학은 안산과 화성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으며 현재 총 99만5000리터(ℓ)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약 29만ℓ 규모의 화성공장 HC동 증설도 추진하고 있다. 올해 3월 착공해 내년 하반기 가동하는 것이 목표다. 증설이 마무리되면 유한화학의 API 캐파는 128만7000ℓ까지 증대될 예정이다.
이준형 유한양행 R&D전략실장은 기자와의 대화에서 "CDMO 사업을 꾸준히 확장시키기 위해서 유한화학 공장을 증축하고 있다"며 "API 부문을 키워보는 사안에 대해서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