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 넣은 휘발유를 그냥 둔다면… 얼마나 빨리 상할까?

주유 중인 모습 <출처=Pixabay>

자동차나 발전기 등에 쓰이는 휘발유는 장기간 방치하면 품질이 저하돼 엔진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최근 기온이 높은 날씨가 이어지면서, 고급 차량을 다수 보유한 컬렉터들이나 장기 보관을 염두에 두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휘발유의 유통기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일반 휘발유는 보통 3개월에서 6개월 정도가 지나면 품질이 떨어진다. 에탄올 10%가 혼합된 E10 연료는 저장 환경이 좋다면 6개월 이상 유지되기도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1~3개월 만에 연소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클래식 카나 오래된 소재를 사용한 차량의 경우 에탄올 혼합 연료가 고무나 플라스틱 씰을 손상시킬 위험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주유건 <출처=Pixabay>

만약 휘발유를 장기간 보관할 경우 밀폐된 연료 전용 용기에 담고, 공기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직사광선이나 극심한 온도 변화는 휘발유의 산화와 증발을 촉진하기 때문에 서늘하고 건조한 장소에서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차량을 보관 중이라면 몇 주에 한 번씩 짧게 주행하며 신선한 연료를 보충하는 것이 품질 유지에 도움이 된다.

다만 연료 안정제를 사용하면 보관 기간을 최대 2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STA-BIL’과 ‘K100’ 같은 제품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안정제를 사용하더라도 휘발유가 변질될 수 있어 사용 전 상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시큼한 냄새가 나거나 색이 짙은 오렌지색으로 변하거나 점도가 끈적해졌다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계기판의 연료 표시 <출처=Pixabay>

휘발유의 옥탄가도 저장 기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석유회사 서노코(Sunoco)에 따르면 일반 87옥탄 휘발유는 약 3개월 후 품질 저하가 나타나며, 93옥탄은 9개월까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즉, 옥탄가가 높을수록 안정성이 뛰어난 셈이다. 특히 레이싱용 연료는 고도의 정제 과정과 첨가제 덕분에 2년 이상 보관할 수 있지만, 보관 상태가 좋지 않으면 첨가제가 분해돼 오히려 더 빨리 성능이 떨어지기도 한다.

휘발유 제조사들은 옥탄가 유지, 기후에 따른 증발 방지, 가격 안정화라는 상충하는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셈이다. 저렴한 첨가제는 낮은 끓는점을 가져 휘발유의 증발을 빠르게 만들 수 있고, 고급 연료는 가격은 비싸지만 높은 끓는점을 가진 성분을 통해 안정성을 높인다.

주유 중인 모습 <출처=Pixabay>

이를 검증하기 위해 제조사들은 휘발유를 100도까지 가열해 증기압(RVP)을 측정한다. RVP 수치가 높을수록 휘발성이 크다는 의미인데, 겨울철에는 높은 RVP 연료가, 여름철에는 낮은 RVP 연료가 적합하다. 참고로 미국 규정은 여름철 판매되는 연료의 RVP를 9 psi 이하로 제한하고 있으며,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7 psi 이하로 더 엄격하게 규제한다.

이처럼 휘발유의 저장성과 관리에는 다양한 변수가 작용한다. 따라서 차량을 장기간 사용하지 않거나 비상용으로 연료를 보관할 경우, 적절한 용기와 환경을 갖추고 주기적으로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결국 휘발유는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품질이 떨어지므로, 관리와 보관에 신경 쓰는 것만이 엔진 손상을 예방하는 길이다.

박근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