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제도적 흉기’ 확인한 1년…사법개혁 위헌론 5가지 반박 [논썰]
![[논썰] 사법부가 ‘흉기’임을 확인한 1년...사법개혁이 위헌? 5가지 반박. 한겨레TV](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29/hani/20251129090635836hzaf.jpg)
안녕하십니까. ‘논썰’의 박용현입니다.
며칠 뒤면 12·3 내란이 발발한 지 1년입니다. 그날 밤, 그날 새벽, 지울 수 없는 장면과 감정이 각자의 기억에 새겨져 있을 것입니다. 그로부터 1년은 후대의 역사서에 굵은 활자로 서술돼야 할 현대사 절체절명의 시간이었습니다. 수십년간 정치적·경제적·문화적 자산을 쌓아온 우리나라가 한순간에 망하느냐 마느냐의 고빗길이었습니다. 결국 그 위기에서 우리 공동체를 구한 건 위대한 주권자 국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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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1년 되도록 유죄판결 0명
그런 와중에 지난 26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결심 공판에서 징역 15년이 구형됐습니다. 이진관 재판장은 신속하고 엄정한 재판 진행으로 석달도 채 되지 않아 재판을 매듭지었습니다. 지난 8월29일 기소된 한덕수 전 총리의 재판이 7달 일찍 1월26일 기소된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재판보다 먼저 끝난 것입니다. 그보다 더 앞서 지난해 12월27일 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또 8월19일 기소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재판도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군·경찰 가담자들에 대한 재판도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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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내란 발생 1년이 되도록 유죄 선고를 받은 내란범이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이래서야 법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지난 1년간 국민을 가장 불안하게 하고 가장 분노하게 한 국가기관이 어디인지 설문조사한다면 단연 법원이 1위를 차지할 것입니다. 지난 1년은 사법부가 내란 청산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사실, 국민의 권리를 지켜주기는커녕 국민에게 직접적 위험이 된다는 사실, 사법부가 언제든 ‘제도적 흉기’로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준 시간이었습니다.
내란 1년이 다가오는 지금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 여전히 촛불이 켜지고 있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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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에 대한 왜곡된 비판
우리나라 사법제도는 민주주의 국가 중 가장 후진적이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법관들이 국민과 동떨어져 권력화·관료화되고 제대로 견제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법부는 ‘독립성’이라는 요술봉을 흔들며 이런 기득권을 지키려 합니다. 검찰과 똑같은 행태입니다.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개혁에 나설 생각은 아예 없습니다.
하지만 독립성이란 원칙이 주권자 국민보다 상위에 있는 가치일 수 없습니다. 독립성이 국민 위에 군림할 자유는 아닌 것입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내놓은 사법개혁안들은 바로 이 점을 바로잡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원행정처 폐지 및 사법행정위원회 도입, 법관평가제 도입 등이 대표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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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인사가 법관인사에 참여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이들 사법개혁안에 대해 대법원과 보수언론에서는 위헌이라는 둥 왜곡된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하나씩 반박해 보겠습니다.
① ‘사법권’에는 ‘사법행정권’도 포함된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법권의 의미와 범위에 관해서 국내에 학설 대립이 있어요. 형식설과 실질설입니다. 다수설은 실질설입니다. 실질설에 의할 때 사법권은 재판권입니다. 사법행정권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사법행정위원회를 설치하는 게 법원의 사법행정권을 침해한다든가 사법 독립을 침해한다는 주장은 헌법적으로는 납득하기 힘들고요.”
―11월25일 사법행정 정상화를 위한 입법공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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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사법행정권, 특히 법관인사권을 법원이 갖지 않으면 사법 독립이 침해된다?
미국은 연방판사는 모두 대통령이 의회 동의를 얻어 임명하고, 각 주의 판사들은 선거로 뽑거나 정부·의회가 임명합니다. 유럽 국가들은 대부분 법원 내·외부 인사가 공동 참여하는 위원회가 법관인사를 담당합니다. 독일은 아예 사법부를 제외시키고 정부·의회가 법관인사권을 갖습니다. 이들 나라에서 법관인사권 때문에 사법 독립이 침해된다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습니다.
천대엽 처장은 또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사법부 독립, 삼권분립이 제대로 정립돼야만 그것이 헌법을 갖춘 나라라고 1789년 프랑스 인권선언에서도 선언한 것처럼 사법부 본질이 재판뿐 아니라 인사권을 핵심으로 하는 사법행정에 있어서 자율성을 가지는 것에 있다고 봅니다.”
―11월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원, 그것도 대법원장 1인이 모든 법관인사를 틀어쥐고 있는 나라는 지구상에서 찾아보기 힘듭니다. 사법행정위원회 도입은 대법원장의 인사권을 무력화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정상화하는 것입니다.
③ 그래도 현행 헌법의 명시적 규정과 배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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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제104조 2항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합니다. 대법관 제청권을 분명히 대법원장에게 부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행 법원조직법 제41조의2는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라는 기구를 설치하고 여기에서 대법관 후보를 추천하면 대법원장은 이를 존중하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장이 나홀로 행사하던 대법관 제청권에 일정한 제약을 가한 것입니다.
이 법원조직법 규정은 2011년 신설됐습니다. 대법원장의 비대한 인사권을 견제하고 대법관 구성을 다양화해 국민 신뢰를 높이기 위해 오랜 사회적 논의 끝에 도입된 제도입니다. 이 위원회 구성원 10명 중 법관은 선임 대법관과 법원행정처장, 일반 법관 1명 등 3명뿐입니다. 나머지는 법무부 장관, 대한변협회장, 한국법학교수회장,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비법조인 3명 등입니다. 외부인이 다수 참여하지만 이 위원회에 대해 위헌 논란이 제기된 적이 없습니다. 헌법 취지에 맞게, 다양한 의견 수렴과 법원 신뢰 확보를 위해 헌법 규정을 보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더불어민주당이 마련한 사법행정위원회 법안은 그 위원장을 대법원장이 직접 맡거나 임명하도록 함으로써 사법행정권에 대한 대법원장의 권한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대한변협도 위헌 여지는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논썰] 사법부가 ‘흉기’임을 확인한 1년...사법개혁이 위헌? 5가지 반박. 한겨레TV](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29/hani/20251129090644656imif.jpg)
김주현 대한변협 정책이사 “실질적으로 대법원장 1인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된 법원의 시스템은 법관의 관료화, 법원의 관료적 조직문화 형성을 야기했고 이는 사법농단 사태의 원인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한의 분산, 특히 사법행정권을 사법재판권으로부터 분리시킨다는 측면에서 법원행정처 폐지 및 사법행정위원회 설치안에 대체로 공감합니다. 다음은 위헌 소지에 대한 의견입니다. 사법행정위원장을 대법원장이 맡는 1안과 외부 위원 중 전국법관대표회의 추천,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2안을 제시해주셨습니다. 양안 모두 사법행정위원장 임명에 법원이 직접 관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법권 침해 논란을 적절히 불식시켰다고 생각합니다.”
―11월25일 사법행정 정상화를 위한 입법공청회
④ 내란전담재판부가 위헌적인 ‘특별법원’이다?
서울고등법원도 지난 9월 내란 사건 항소심 전담재판부 구성 방침을 밝힌 바 있습니다. 법원도 내란전담재판부가 위헌이 아님을 인정한 것입니다.
⑤ 사법부는 ‘다수의 통제’를 받아서는 안된다?
이지영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총괄심의관 “법원은 다수결에 따라 선출된 입법부, 행정부와는 존립 이유가 달라서 다수의 의사에 반하더라도 헌법과 법률에 따라 보장되는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보장하는 역할을 독립하여 공정하게 수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11월25일 사법행정 정상화를 위한 입법공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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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가 다수결의 원리에서 벗어나 독립성을 갖도록 하는 대전제는 법관들이 헌법질서를 수호하고 사법권의 뿌리인 주권자를 존중할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그 전제 위에서 ‘다수의 부당한 횡포에 맞서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을 지키는’ 역할과 권한을 부여해준 것입니다. 그러나 지난 1년의 시간 동안 온국민이 지켜봤듯 사법부는 국민 주권을 무시하고 헌정파괴범들을 엄단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사법부 독립의 대전제를 사법부 스스로 허물어버린 것입니다. 이렇게 헌법질서를 백안시하는 사법부가 약자 보호라는 헌법적 역할인들 제대로 할 수 있겠습니까.
사법부가 헌정 수호와 약자 보호라는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이유는 결국 사법부의 ‘구조’에 있습니다. 외부의 견제를 전혀 받지 않고 법관들만의 성채를 쌓고 그 안에서 귀족집단화했기 때문입니다. 또 대법원장 1인이 지배하는 사법 구조는 오히려 개별 법관을 종속시켜 진정한 재판 독립을 막고 있습니다. 이런 구조를 용납해선 안 된다는 게 앞서 살펴본 외국의 제도들이 탄생한 배경입니다. 우리도 이제 그 첫발을 내디뎌야 할 때입니다.
12·3 내란이 1년쯤 되면 상당부분 정리가 되리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어 보입니다. 여기에는 사법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봅니다. 검찰공화국 해체와 함께 사법부 정상화야말로 윤석열 내란 청산의 진정한 마무리가 될 것입니다.

기획·출연 박용현 논설위원 piao@hani.co.kr
연출·편집 조소영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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