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모두 한계···유가 폭등·민심 폭발이 종전 MOU 끌어내

미국과 이란이 14일(현지시간) 종전협상 양해각서(MOU) 체결에 동의한 것은 양측 모두 전쟁을 지속하기 어려운 한계 상황에 봉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시 상태로 기대할 수 있는 이익보다 유지함으로써 감내해야 할 경제적·정치적·군사적 손해가 크다는 계산이 일촉즉발의 긴장에서 양국을 돌려세웠다는 분석이다.
특히 유가 폭등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은 트럼프 대통령을 거세게 압박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중동 지역 불안이 장기화하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했고, 미국 내 소비자 부담과 인플레이션 우려로 이어졌다. 지난 10일 미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4.2% 상승했는데, 이는 2023년 4월(4.9%) 이후 3년 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이었다. 인플레이션이 현실화하면서 전쟁의 충격이 식료품비와 공공요금 등 시민의 일상을 파고들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해협 폐쇄는 수십 년 만에 최악의 세계 에너지 위기를 촉발했고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의 연료 가격을 상승시켰다”고 설명했다.
다가오는 11월 중간선거도 정치적 압박 요인으로 작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4~6주 안에 끝내겠다”고 공언했던 전쟁이 100일 넘게 장기화하자 중간선거 패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공화당 내부에서 커졌고, 핵심 지지층인 마가(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내부에서도 비판이 속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권한을 제한하기 위한 결의안은 세 차례 부결된 후, 공화당의 이탈표 4표에 힘입어 하원을 통과했다. 전쟁 이후 30%대로 떨어진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집권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군사적 현실 또한 협상 타결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전쟁 대응을 위해 대규모 투입된 스텔스 전력과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요격체계용 미사일 등 핵심 전략자산 비축량이 빠르게 감소하면서 장기전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는 미국이 토마호크·패트리엇 미사일 비축량을 보충하는데 3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추산했다.
이란의 상황도 녹록지 않았다. 특히 전쟁 이전부터 심각했던 경제난은 전쟁 이후 붕괴 수준에 내몰렸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전 세계에 경제적 압력을 가하는 이란의 무기였지만, 동시에 이란 자신을 봉쇄하는 결과로도 이어졌다. 수출과 외화 유입이 끊기면서 이란 리알화 가치는 암시장 기준 달러당 180만리알 수준까지 폭락했고, 연간 물가 상승률은 50%를 웃돌았다. 가전제품과 식료품, 세제, 위생용품 등 일상의 생필품마저 할부로 구매해야 할 정도로 민생 경제가 무너졌다.
이란이 해외 동결 자산의 일부 해제, 자국 석유·가스·석유화학 제품 등에 대한 일시적 제재 해제 등 경제 회복에 초점을 맞춰 협상을 펼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이 이번 협상에서 미국의 대이란 경제 제재를 완화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그간 원유를 팔고도 받지 못한 채 해외 계좌에 잠겨있던 약 250억달러(약 38조원) 중 일부를 돌려받게 됐다.
이란 정권이 전시 상황을 이유로 가까스로 억눌러온 민심도 폭발 직전에 내몰려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전쟁 직전 경제난 등으로 확산한 반정부 시위를 유혈 진압하며 버텨왔다. 전쟁 이후에는 대규모 관제 시위를 조직하고, 해외 인터넷 접속을 차단했다. 지난 1월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이들에게 사형을 선고·집행하는 등 반미 감정과 공포로 민심을 통제했다. 전쟁 피해와 경제난이 장기화하면서 ‘전시 특수’에 억눌려있던 민심이 대규모 폭동으로 표출될 가능성이 커진 점 역시 이란 정권에는 큰 부담이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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