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9년간 적자 모르는 돈가스집 비결은 '소비자 연구'
초등학생 시절부터 친구들에게 '이 사장'으로 통하며, 무언가를 팔기 시작했던 그. 20대에 일찌감치 결혼해 요리 실력을 발휘하다 유명한 돈가스집 사장이 됐다. 요식업뿐만 아니라 소비자 교육 등 경제관념까지 섭렵한 그는 학교, 관공서 등에서 강의를 하는 '이중생활(?)'을 하고 있다. 이두찬(37) 창원 가월돈까스 대표 이야기다.
◇떡잎부터 남달랐던 학창시절 = 이 대표는 2015년 11월부터 창원시 의창구 동읍 주남저수지 인근에 '가월돈까스'를 열고 지금까지 영업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이 대표를 만나 어떻게 돈가스집을 열게 됐는지 묻자, 어린 시절 이야기부터 들려줬다.
"부모님 고향이 창녕인데요. 양파, 마늘 농사를 지으셨어요. 어릴 때 막연하게 크면 농사 말고 레스토랑을 열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 사이에서 별명이 '이 사장'이었어요. 집이 부유하진 않았지만, 부자가 될 거라고 그렇게 불렀어요. 제가 여름에는 산에 가서 사슴벌레, 장수풍뎅이를 잡아서 500원, 1000원에 애들한테 팔았거든요. 나중에는 계속 잡아서 팔기가 어려우니까, 어디에 가면 잡을 수 있는지 장소를 알려주고 소개비로 1000원을 받았어요. (웃음)"
초등학교 2, 3학년 때는 학교 앞 오락실 주인과도 거래를 텄다. 시골에 버스가 자주 안 다녀서 일찍 등교한 그는 학교 앞 오락실을 이용하고 싶었다. 그래서 오락실 주인 아주머니를 찾아가서 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1시간 정도 문을 열고 기계를 켰다가 정리하고 갈 테니 열쇠를 달라고 한 것이다. 친구들을 손님으로 데려오고 대신 영업까지 해준다는 말에 거래는 성사됐다.
◇경제 교육 사업으로 먼저 창업 = 그는 대학에서 소비자학을 전공했다. 당시 <이영돈 PD의 소비자 고발>이라는 프로그램이 인기였다. 이 대표는 소비자 심리, 행동 등을 공부하는 것에 재미를 붙였다. 비영리기관, 공공기관, 사기업을 다 찾아가서 소비자 상담 봉사활동을 하겠다고 자청했다.
"창원YWCA, 한국소비자원, 현대자동차 등에 찾아가서 소비자 상담을 하는 인턴십을 하고 싶다고 했어요. 다들 좋다고 해서 일을 했습니다. 한국소비자원에서는 강사용 교육 PPT를 직접 만들었는데요. 저도 교육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인턴십 한 곳에서 채용 제안도 받았고요. 내가 나를 뽑아야겠다 싶어서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이때 초록소비연구소를 세웠다. 소비자 교육 사업을 하는 곳이다. 2012년 사업자 등록증을 내고 지역아동센터, 학교 등에서 강의를 시작했다. 처음엔 두꺼운 용지로 직접 제작한 명함을 가지고 다니며 홍보했다. 지금까지 출강 횟수가 2000회가 넘는다고 했다. 지역 방송국 경제 상식을 알리는 코너에 출연도 했다. 경제 강의를 할수록, 새로운 사업을 더 생각하게 됐다고.
"학교에서 강의를 하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선생님 그러면 돈 많이 벌겠네요'였어요. 학교 선생님들은 저한테 투자 상담을 많이 했고요. 그래서 이제 진짜 비즈니스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영업의 세계에 들어서기로 한 거죠."
◇돈가스집을 연 까닭 = 그는 평소 요리를 즐겼다. 돈가스집 창업을 하기 전인 대학교 4학년 때 '상 차리는 남자'를 줄여 '상남자'라는 지상파 TV 코너에 출연하기도 했다. 졸업 전에 결혼한 그가 직장인 아내를 위해 요리를 한다는 내용이었다. 사실 처음엔 소비자 교육을 홍보하려 방송국 문을 두드렸는데, 내용이 각색됐다고.
그러면 왜 돈가스였을까. '남녀노소 호불호가 없어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가게를 열기 전 돈가스 맛집을 검색해서 서울, 대구, 부산 등 전국 각지의 돈가스집을 찾아다녔다. 혼자서 한 번에 3개 메뉴를 주문해서 먹으며, 주인에게 비법을 묻기도 했다고. 맛을 연구한 끝에 일식을 기본으로 한 돈가스집을 열자, 반응이 괜찮았다. 코로나19 이전에는 10억 원 정도 매출을 올렸고 지금은 2억~3억 원가량 빠졌지만, 적자가 난 달은 한 번도 없다고 했다.
사업이 잘되자 2018년에 창원 사파점, 2021년에 창원 중앙역점을 잇따라 열었다. 사파점은 초밥을 가미했다. 영업은 잘됐지만, 수익이 크게 나지 않아 지난해 6월에 접었다. 중앙역점은 함께 일한 직원이 대표를 맡아서 운영하고 있다.
◇N잡러의 정체성 고민 = 돈가스집을 하면서도 시간을 쪼개 경제 교육을 병행하던 그는 장사에 더 몰두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올해부터 경제 교육 횟수를 줄이고 있다고 했다.
"가게에 출근할 때 작업복도 들고 오고, 정장도 들고 왔어요. 돈가스 튀기다가 옷 갈아입고 학교에 강의를 가곤 했어요.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게 좋아서 교육을 계속했는데, 하다 보니 지쳤습니다. 쉬는 시간이 없으니까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할 시간이 없더라고요."
올해 6월부터는 돈가스집 운영 시간도 조정했다. 원래 저녁 시간까지 영업을 했지만, 평일에는 오후 3시까지만 영업을 하는 것으로 바꿨다.
그러면, 좀 쉬는가 했더니 그건 또 아니었다. 이 대표는 지난해 5월부터 '오일은 도시, 이일은 촌'이라는 뜻에서 이름을 딴 '오도이촌' 펜션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사업으로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관광 두레 체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청년들이 '촌캉스'를 즐길 수 있게 농촌 관광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주남저수지 사계, 철새 스티커, 연 모양 우산 등 기념품을 고심하고 있다고.
"처음 제가 주남저수지 쪽에 돈가스집을 열 때만 해도 가게가 몇 곳 없었어요. 지금은 카페도 많이 생기고 청년들이 창업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지역에서 청년 모임을 만들어서 같이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일도 하고자 합니다. 지역을 더 많이 찾을 수 있게 축제도 하고 머물 수 있는 거점도 만들 계획입니다."
/우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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