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상륙하는 ‘위고비’…다이어트 보조제 X, 비만 치료제 O
오는 15일 출시되는 비만 치료제 ‘위고비’를 두고 관심이 뜨겁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체중감량 비법으로 꼽는 등 전 세계에서 ‘기적의 비만약’으로 불리는 위고비. 하지만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의료 전문가의 처방에 따라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밝히는 등 오남용·부작용 논란도 제기된다.
4주 투약 80∼100만원, 환자 전액 부담
위고비는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가 개발한 비만 치료 주사제다. 업계 설명을 들어보면, 위고비의 중간 유통을 맡은 쥴릭파마코리아는 오는 15일 오전 9시부터 자사 온라인 누리집을 통해 위고비 물량의 주문 접수를 시작한다. 위고비는 주사제(프리필드펜) 형태로 한 펜당 0.25mg, 0.5mg, 1.0mg, 1.7mg, 2.4mg 5개 용량으로 구성됐다.
피부 바로 아래 놓는 피하주사로 주로 복부, 허벅지 등에 주 1회 투약하며, 초기에는 가장 적은 용량인 0.25mg으로 시작해 체중 감량에 따라 4주 간격으로 용량을 점차 늘리는 식이다. 노보 노디스크는 이달 0.25mg, 0.5mg, 1.0mg 등을 먼저 출시하고, 이후 11월 1.7mg, 12월 2.4mg 순으로 세 차례에 걸쳐 5개의 용량 모두 국내에 공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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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고비는 식욕을 억제하고 포만감을 오래 유지해 체중을 평균 14.9% 줄여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2018년 국내 출시된 비만 치료제 삭센다에 비해 위고비는 투약이 편리하고 감량 효과도 더 커 국외에선 공급난을 겪을 정도로 수요가 높다고 한다. 모든 용량의 제품 공급가는 37만2025원으로 동일하게 책정됐다. 업계에선 향후 유통 비용 등을 고려해 소비자가 내는 위고비의 최종적인 가격은 한 펜당 80만원에서 100만원 사이로 정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4월 식약처 허가를 받은 위고비는 약제급여목록에 등재돼 있지 않다. 국민건강보험뿐 아니라 실손보험의 혜택도 받을 수 없다. 반면 지난 2월 출시된 일본에선 위고비는 보험급여 대상에 포함돼 한달 처방 가격이 40만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국내 제약업계도 “비만치료제 개발 속도 박차”
위고비의 한국 상륙을 앞두고 국내 제약업계도 비만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식약처로부터 비만 치료제로 개발 중인 ‘에페글레나타이드’ 임상 3상 계획을 승인받은 한미약품은 한국인의 체형과 체중을 반영한 ‘한국인 맞춤 비만 치료제’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다.
세계보건기구(WHO) 등 서구에서는 체질량지수(BMI) 25∼29.9㎏/㎡를 단순 과체중으로 보고 해당 지수가 30㎏/㎡를 넘어야 비만으로 판단한다. 체질량지수는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한미약품은 한국의 비만 기준인 체질량지수 25∼29.9㎏/㎡에 맞춘 치료제로 개발할 방침이다.
유한양행 역시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 인벤티지랩과 비만·당뇨 치료 목적의 장기 지속형 주사제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동아에스티(ST), 대원제약 등은 피부에 붙이는 패치 형태의 비만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위고비 출시로 현재 비만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제약 기업들은 개발 속도에 아무래도 박차를 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식약처 “환자만 신중하게 사용해야”
위고비 국내 출시 소식이 알려진 뒤 관심이 높아지자, 식약처는 지난 7일 보도자료를 통해 “비만에 해당하는 환자의 경우에만 의료 전문가의 처방에 따라 허가된 용법대로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위고비 등 비만치료제는 ‘의사의 처방 후 약사의 조제·복약지도에 따라 사용해야 하는 의약품’으로 온라인 등에서 개인 간 판매, 유통하거나 구매하지 않도록 당부에 나선 것이다.
또한 식약처는 “해당 의약품의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비만치료제를 허가 범위 내로 사용하여도 두통, 구토, 설사, 변비, 담석증, 모발손실, 급성 췌장염 등 부작용이 따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탈수로 인한 신기능 악화, 급성 췌장염, 당뇨병(제2형) 환자에서의 저혈당·망막병증 등이 생길 수 있어 질환을 가진 환자는 신중히 투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실제 국내에서 위고비를 처방받을 수 있는 ‘비만 환자’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대한비만학회가 국민건강보험서비스와 국민건강영양조사 빅데이터(2012~2021년)를 바탕으로 국내 성인 중 비만 인구 추이를 분석한 결과, 2021년 기준 비만 유병률은 38.4%로 집계됐다. 이중 위고비를 처방받을 수 있는 체질량지수 30㎏/㎡ 이상의 고도비만(30~34.9㎏/㎡)과 초고도비만(35㎏/㎡ 이상)은 유병률은 각각 5.9%, 1.09%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근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사무국장은 한겨레에 “현재 우리나라에서 체질량지수 30을 넘는 사람들은 극소수”라며 “많은 사람들이 살을 빼기 위한 목적으로 위고비 투약 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일반 체중을 가진 사람에게 체중 감량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진 바도 없고, 조사된 바도 없다. 일반 체중인 사람이 단순히 다이어트 목적으로 위고비를 투약했을 때 부작용 위험이 더 클 수 있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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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영 기자 jy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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