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신 '데이터'를 담보로 대출받는 시대! 무슨 일이 벌어질까?

[조선규의 Special Report]

[요약]

데이터의 패러다임 전환: AI 시대의 본질적 경쟁력은 모델 성능보다 데이터를 '자원'에서 '자산'과 '자본'으로 승격시키는 제도적 질서에 있다.

중국의 데이터 자산화 전략: 중국은 '데이터 3권 분리'와 '회계처리 규정'을 통해 데이터를 장부상의 자산으로 명시하고, 등기·거래 시스템을 구축해 경제 체계 안으로 편입시켰다.

새로운 신용의 탄생: 저장성 리수이시 사례처럼 데이터는 이제 부동산을 대신하는 새로운 신용 담보가 되어 실제 금융 조달과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의 데이터 자산

AI 경쟁의 본질은 모델이 아니라 '데이터 질서'입니다. 데이터를 누가 더 많이 쓰느냐보다, 누가 더 먼저 자산화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부(富)를 눈에 보이는 것에서 찾으며 살아왔습니다. 통장 잔고, 현금, 부동산, 주식처럼 가격이 숫자로 표시되고, 권리가 문서로 확인되며, 시장에서 거래되는 것을 '자산'이라고 불러왔습니다.

이러한 관념은 결코 틀린 것이 아닙니다. 다만 문제는, 지금의 경제가 더 이상 그 전통적 자산 체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의 확산 속에서, 이제 데이터는 단순한 기록이나 부산물이 아니라 생산과 거래, 의사결정과 금융을 움직이는 핵심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삼성 SDS

중국, 데이터를 생산요소로 규정하다

중국은 이 변화를 가장 빠르게 제도 언어로 번역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중국의 공식 문건은 데이터를 '신형 생산요소'로 규정하고 있으며, 그 활용을 넘어 권리·유통·수익분배 체계를 설계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중국이 데이터를 많이 모은다'거나 'AI를 적극적으로 쓴다'는 차원이 아닙니다. 더 중요한 변화는 데이터를 자원에서 자산으로, 자산에서 자본으로 이동시키는 제도적 사고입니다.

데이터가 서버에 쌓여 있다고 해서 자동으로 자산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누가 보유하고, 누가 가공하고, 누가 수익을 얻으며, 어떤 기준으로 거래와 평가가 가능한지가 정리되어야 비로소 경제 체계 안으로 들어옵니다.

중국은 바로 이 지점을 국가 차원에서 건드리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의 경쟁은 AI 도구를 누가 먼저 쓰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AI 시대의 가치 원천인 데이터를 누가 더 먼저 제도화하느냐의 문제에 가깝습니다.

중국의 접근법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는 이른바 '데이터 3권 분리'입니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 해설에 따르면 중국은 데이터 권리 구조를 ▲데이터 자원 보유권 ▲데이터 가공 사용권 ▲데이터 제품 경영권으로 설명합니다.

핵심은 단일한 소유권 개념에 모든 것을 묶기보다, 데이터가 실제 경제활동 속에서 여러 주체의 기여를 거쳐 가치화된다는 점을 제도적으로 반영하겠다는 데 있습니다. 이는 농산물에 비유하면 생산자, 가공자, 유통자가 서로 다른 기여를 하고 다른 수익을 갖는 구조와 유사합니다.

즉 중국은 데이터의 법적 질서를 누가 처음 만들었는가 만이 아니라 누가 가공했고, 누가 경제적 가치를 창출했는가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재설계하고 있습니다.

이 점은 향후 AI 산업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AI가 만들어내는 가치의 상당 부분은 모델 자체보다도, 그 모델이 학습하고 연결하는 데이터의 품질과 권리 구조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데이터 자원 회계규정까지 마련하다

중국이 이 문제를 단지 철학이나 선언의 수준에 머물게 두지 않았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중국 재정부는 이미 (기업 데이터 자원 관련 회계처리 잠정규정)을 발표했고, 이 규정은 2024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고 명시했습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데이터가 '기업의 경영자산'이라는 주장을 넘어, 일정한 조건 아래 재무회계 질서 안에서 다뤄질 수 있는 대상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데이터는 더 이상 활용은 하지만 장부에는 없는 것이 아니라, '회계와 공시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들어섰습니다.

이는 데이터가 기업 내부의 운영 효율을 높이는 도구에 머무르지 않고, 기업가치와 금융조달의 언어로 번역되기 시작했다는 신호입니다.

이 흐름은 실제 시장 인프라로도 연결되고 있습니다. 상하이 데이터거래소는 2025년 4월 데이터 자산 카드 시스템을 공식 출시했는데, 이를 전국 최초의 '데이터 자산 건카 작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시스템은 데이터 자산의 기본 정보, 권리 정보, 사용 정보, 관리 정보 등을 담아 전 생애주기를 추적하고, 평가·거래·융자에 필요한 기준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목표로 합니다. 쉽게 말해, 데이터에도 일종의 이력과 권리 명세를 붙이는 시도입니다.

부동산 시장에 등기 체계가 있듯, 데이터 시장에도 식별과 확인의 장치를 갖추려는 것입니다. 거래가 활성화되려면 먼저 권리와 이력이 정리되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는 매우 기초적이면서도 결정적인 단계입니다.

중국 저장성 리수이시에서 적용하고 있는 리즉통 플랫품 활용 모습. https://www.szzg.gov.cn/2025/xwzx/szkx/202602/t20260227_5289211.htm

보유한 데이터로 신용을 판별하고 융자해준다

현장 사례는 더 인상적입니다. 저장성 리수이시(浙江省 丽水市)의 '리즉통(丽即通)' 플랫폼은 흩어져 있는 리수이 출신 소상공인의 공공 행정 데이터, 경영 데이터, 금융 데이터를 결합해 신용을 판별하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인민망 보도에 따르면 2026년 1월 15일 기준 이 플랫폼은 3만 2,900호가 넘는 소규모 사업자에 서비스를 제공했고, 79.53억 위안 규모의 신용공여가 이뤄졌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단순히 대출이 늘었다는 사실이 아닙니다. 담보력이 약한 영세 사업자에게도, 데이터가 축적되어 있고 그것이 신뢰 가능한 방식으로 결합·분석된다면 금융이 접근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전통 경제에서는 부동산과 유형자산이 신용의 중심이었다면, 디지털 경제에서는 거래기록·행정기록·운영기록이 새로운 신용의 기반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개인정보보호 원칙도 지킨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중국이 데이터 활용과 개인정보 보호를 반드시 대립 관계로만 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같은 인민망 기사에는 중국이동통신의 사기 탐지 사례가 소개되는데, 여기서는 원시 데이터가 그대로 노출되지 않으면서도 위험 패턴을 식별하는 방식이 강조됩니다. 기사 표현대로라면 데이터는 가용하지만 보이지 않는 상태로 활용됩니다.

이 사례를 두고 특정 암호기술의 전면 적용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중국 정책 담론이 데이터의 가치 실현과 프라이버시 보호를 동시에 달성하는 방향을 강하게 밀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향후 데이터 경제의 승부는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쌓느냐보다, 얼마나 안전하게 유통·활용할 수 있느냐에서 갈릴 가능성이 큽니다.

중국은 아직 모든 답을 가진 것이 아니라, 답이 형성되는 생태계 자체를 먼저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데이터_3권_분리 #더칼럼니스트


※ 조선규는 35여 년간 교육과 기업 경영, 그리고 지역 사회 발전의 현장에서 사람과 함께 성장해왔다. “삶의 문제는 결국 사람의 문제”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교육을 통해 변화를 만들고, 기업을 통해 길을 열었으며, 현재는 사회 곳곳의 다양한 문제를 함께 풀어가며 더 따뜻하고 공정한 미래를 그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