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전자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네옴시티'에 건설 중인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대규모 냉각솔루션을 공급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LG전자는 AI 시대를 맞아 급성장하는 냉난방공조(HVAC)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를 포착해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최근 중동 지역이 성장잠재력이 큰 신흥시장으로 꼽히는 만큼 이번 협력은 향후 LG전자가 AI 후방산업의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는 전환점
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0년 걸친 협력…네옴시티 핵심 파트너로 부상
26일 업계에 따르면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사장)는 이날 롯데호텔 서울에서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 투자부 장관과 만나 에어컨, 가전사업은 물론 네옴시티 내 첨단산업단지 '옥사곤'에 건설 중인 AI데이터센터에 냉각솔루션을 공급하는 건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과 협력을 요청했다. 또 LG전자가 사우디 유통기업인 셰이커그룹, 데이터 인프라기업인 데이터볼트 등과 추진하는 HVAC 사업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도 당부했다.
이에 대해 알팔리 장관은 "LG와 지속적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해온 데 대해 감
사한다"며 "사우디는 수출주도적 국가로 변화하고 있으며, 수출을 이끄
는 사업을 함께 추진할 경우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옥사곤은 사업비가 5000억달러(약 700조원)에 달하는 네옴시티 프로젝트의 핵심 사업이다. 글로벌 물류 중심인 수에즈운하 인근 두바항에 8각형의 인공섬을 조성해 AI, 6G, 자율주행, 로봇, 스마트물류를 아우르는 첨단산업단지로 육성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구현하는 데는 대규모 AI데이터센터가 필수다. 앞서 사우디 정부는 2월 데이터볼트와 함께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2028년 1차 완공을 목표로 옥사곤 내 35만㎡ 부지에 건설된다. 규모는 1.5GW이며 1차 투자액은 50억달러(약 7조원)에 달한다.
조 사장을 비롯해 LG전자의 주요 경영진은 이달 사우디 리야드를 방문해 셰이커그룹
회장, 데이터볼트 CEO와 만나 데이터볼트가 짓는 차세대 데이터센터의 열
관리솔루션 공급에 전략적 파트너로서 협력하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데이터볼트는 사우디를 비롯해 아랍에미리트(UAE), 우즈베키스탄, 인도, 미국 등을 기반으로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개발 및
운영 사업을 하는 기업이다. 현재 네옴시티 내 중동 최대 규모의 넷제
로 AI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있으며 우즈베크, 방글라데시 등 아시아 지역에서도 초대형 데이터센터 구축에
연달아 투자하고 있다.
조 사장은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중동과 아프리카는 정부 주도의 변화와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에 힘입어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중동을 포함해 잠재력이 높은 글로벌사우스 시장에서 지속가능하고 장기적인 기회를 구축하는 것이 LG전자의 성장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독일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5'에서도 "데이터볼트가 짓는 데이터센터에 LG전자의 냉각솔루션이 들어가면 조 단위 매출을 달성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1995년 셰이커그룹과의 에어컨 사업 파트너십 체결을 시작으로 2006년에는 합작법인(JV)을 세워 사우디에서 에어컨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회사는 30년에 걸친 견고한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중동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냉각솔루션 55조 시장 성장…AI 후방산업 입지 확대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 수요는 2030년까지 연평균 22% 증가해 현재의 3배인 171GW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시장조사 업체 리서치앤마켓은 냉각솔루션의 글로벌 시장 규모가 액침냉각 기준으로 2023년 44억5000만달러(약 6조2800억원)에서 2033년 399억달러(약 55조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LG전자는 HVAC 분야를 차세대 먹거리로 키우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액체냉각솔루션 등의 수주를 확대하고 초대형 냉방기 칠러의 외연도 넓힐 계획이다.

또 연구개발(R&D)-생산-판매-유지보수에 이르는 현지완결형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논하드웨어(NW) 분야의 매출 비중을 20%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순차적 인수를 거쳐 사업역량 및 포트폴리오도 강화할 방침이다.
실제로 LG전자는 글로벌사우스 지역에서 해외 수주를 확대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에는 LG CNS와 인도네시아 시나르마스그룹이 합작 설립한 'LG시나르마스테크놀로지솔루션'이 추진하는 데이터센터에 냉각솔루션을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대규모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냉각솔루션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공개했다.
이러한 해외 수주 증가는 실적확대로도 나타난다. 지난해 분리 신설된 ES사업본부는 올 상반기 매출 5조690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 대비 약 11% 성장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사우디는 중동의 AI허브로 도약하기 위해 정부 주도의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며 "LG전자의 선제적인 옥사곤 프로젝트 수주는 향후 중동지역 내 사업 기회 확대를 위한 전략적 발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용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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