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했던 24년의 마침표…그리웠던 팬들과 함께였던 추신수의 마지막[스경x현장]
추신수(42·SSG)는 올시즌 내내 오른쪽 어깨가 좋지 않았다. 이 여파로 지난 9월10일 인천 한화전 이후 경기에 출장하지 못했다. 24년 간의 프로 생활을 마무리하는 시즌, 그의 마지막 타석은 끝내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었다.
이숭용 SSG 감독은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와중에도 주장으로서 선수단의 중심이 되어준 추신수에 대해 “멋지게 보내주고 싶은데, 안타깝고 미안하다”고 아쉬워했다.
정규시즌 최종전까지도 추신수가 마지막 타석에 설 수 있을지 불투명했다. SSG는 지난달 30일 인천 SSG랜더스드에서 키움과 정규시즌 144번째 경기를 치렀다. 이 경기에서 반드시 이겨야 5위 결정전에 진출해 가을야구 희망을 이어갈 수 있었다.
경기가 끝까지 접전 양상으로 흘러갔다면, 추신수가 타석에 설 기회는 없었다. 추신수 자신도 팀에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경기 전 이 감독에게 “타이트하게 진행되면 경기에 나가지 않겠다”고 이야기했다.
내심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싶었지만, 베테랑으로서 또 주장으로서 욕심을 부릴 때가 아니었다. 그는 어느 정도 마음 정리를 했으나, 후배들은 그렇지 않았다. 경기 전 추신수의 속마음을 전해 들은 최정은 “점수 차이 크게 내면 된다”고 이야기했다. 그 약속처럼 최정은 3회 투런포, 4회 만루포를 터트리며 키움과 격차를 확 벌렸다.
7-1로 앞선 8회말 1사, 추신수가 하재훈 대타로 그라운드로 걸어 나왔다. 23000명의 만원 관중은 기립 박수로 다시 타석에 선 추신수를 환영했다. 추신수는 눈시울이 약간 붉어진 채로 헬멧을 벗고 관중들에게 인사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배우자 하원미씨와 딸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추신수가 마지막으로 상대하게 된 투수는 자신보다 22살 어린 김연주였다.
공 2개를 지켜본 추신수는 3구째 직구를 타격했다. 어깨가 좋지 않아 매끄러운 스윙이 불가능한데도, 있는 힘껏 스윙했다. 아쉽게 2루수 땅볼을 친 추신수는 더그아웃 앞에 도열한 선수들과 하이파이브한 뒤 이 감독과 진한 포옹을 했다. 추신수는 자신의 이름을 열렬히 연호해준 팬들에게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추신수는 경기 후 “텍사스(MLB)에서 마지막과 한국에서 마지막은 확실히 온도 차가 있다. 텍사스에선 (코로나19로) 무관중이었고, 이번엔 만원 관중이었다”며 “팬들이 그리웠고, 이곳에서 몇 년을 뛰었든 그동안 감사했다는 인사를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추신수는 그동안 메이저리그에서 뛴 한국인 타자 가운데 최고로 평가받는 선수다. 긴 마이너리그 생활을 이겨내고 2005년 시애틀에서 빅리그에 데뷔해 클리블랜드 신시내티, 텍사스를 거쳤다. MLB 16시즌 동안 1652경기 타율 0.275, 218홈런, 157도루, 782타점, OPS 0.824의 성적을 남겼다.
그러나 마지막 7시즌(2014~2020년)을 뛰었던 텍사스 팬들과 코로나19 때문에 마지막 인사를 나누지 못하고 2021년 SSG에 입단했다. 마음 한편에 아쉬움을 남겼던 추신수는 2022년 통합 우승의 영광을 함께 한 SSG 팬들 앞에서 멋지게 마지막 타석을 소화했다.
만약 SSG가 5위 결정전을 뚫고 포스트시즌에 오르면 추신수에게도 타석에 설 기회가 추가로 주어질 수 있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추신수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직접 가을야구를 하는 건 어려울 것 같다”며 “이 자리에 오게끔 뛴 선수들이 경기에 나가야 한다. 뒤에서 팀원들을 응원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은퇴식이 내년으로 미뤄진 가운데 올시즌이 끝난 뒤 계획은 구체적으로 없다. 당장은 휴식이 필요하다. 추신수는 “몸도 마음도 지쳐서 일단 쉬고 싶다”고 했다. 부산고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가 2001년부터 쉼 없이 달려온 추신수의 야구 여정에 잠시 쉼표가 찍힌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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