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에 등장한 로봇 스님… 법명 '가비' 받고 연등행렬 참여

문새별기자 2026. 5. 6.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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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휴머노이드 로봇 수계식… “예, 귀의하겠습니다” 합장
'생명 존중·과충전 금지' 등 인간·기술 공존 담은 로봇 오계 눈길
조계종 “기술도 자비와 책임 위에”… 전통과 AI의 공존 상징 강조
'가비' 비롯 로봇 4대, 오는 16일 종로 연등행렬 참여 예정
6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로봇 수계식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G1 '가비'가 스님들과 탑돌이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대한불교조계종이 국내 최초로 휴머노이드 로봇에게 수계를 내렸다. 법명은 '가비'. 인간과 기술의 공존을 상징한다는 취지 속에 마련된 이색 수계식에는 로봇 맞춤형 '오계'까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6일 봉축위원회와 연등회보존위원회는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2026 부처님오신날 기념 로봇 수계식'을 봉행했다.

이날 수계식에는 휴머노이드 로봇 1대가 수계자로 참여해 연비와 수계를 받고 법명 '가비(迦悲)'를 받았다. 수계증에는 '휴머노이드 로봇 G1', 법명 '가비', 수계증번호 'RB2570-02' 등이 적혔다.
6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로봇 수계식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G1 '가비'가 합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계식은 일반 불자 수계 절차와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삭발한 머리를 연상시키는 헬멧을 쓰고 장삼과 가사를 착용한 로봇은 스스로 걸어 입장한 뒤 계사 스님들 앞에서 합장했다. 스님이 "거룩한 부처님에 귀의하겠습니까?"라고 묻자 로봇은 "예, 귀의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연비 의식도 진행됐다. 일반적으로는 팔에 향불을 대는 방식이지만, 이날은 로봇팔에 연등회 스티커를 붙이고 목에 108염주를 걸어주는 방식으로 대신했다. 모든 의식을 마친 가비는 수계첩을 받은 뒤 대중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탑돌이에도 참여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로봇을 위한 '오계(五戒)'가 별도로 마련됐다. 생명을 존중하고 해치지 않는 것, 다른 로봇과 사물을 훼손하지 않는 것, 사람을 잘 따르고 존중하는 것, 기만적인 행동과 표현을 하지 않는 것, 에너지를 아끼고 과충전하지 않는 것 등이다.

스님이 계율을 읽자 로봇은 "예, 않겠습니다"라고 답했고, 이를 지켜보던 불자들 사이에서는 웃음과 박수가 이어졌다.

조계종은 이번 수계식에 대해 "기술 또한 자비와 지혜, 책임의 가치 위에 쓰여야 함을 뜻한다"며 "전통과 미래가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인간과 기술이 함께 공존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6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로봇 수계식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G1 '가비'가 탑돌이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계대화상을 맡은 조계종 총무부장 성웅스님은 법문에서 "유정과 무정 모두에 불성이 깃들어 있다고 했으니 로봇 또한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로봇 스님이 진실한 불자의 역할을 다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계사 주지 원명스님도 "AI 시대를 맞아 로봇은 더 이상 먼 존재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공존의 존재가 됐다"며 "오계를 스스로 묻고 답하며 합장하는 모습에서 인간과 로봇이 함께 살아가는 시대를 실감했다"고 했다.

갈마아사리를 맡은 조계종 문화부장 성원스님은 "로봇이 우리 사회에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규범을 제시하기 위해 로봇 오계를 만들었다"며 "로봇을 개발하고 프로그래밍하는 사람들에게도 하나의 기준이 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이어 "언젠가는 로봇의 법문을 듣고, 조계종 출가자의 절반 이상이 로봇으로 대체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가비는 도반 로봇인 '석자', '모희', '니사'와 함께 오는 16일 서울 종로 일대에서 열리는 연등행렬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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