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체 보험 배상 신청, 입대회 권한은 어디까지?
40대인 ㄱ 씨는 창원시 의창구의 한 주공 임대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ㄱ 씨는 지난 6월 29일 저녁 8시30분께 노모와 함께 아파트 계단을 내려오다 계단에 버려져 있던 빈병을 밟아 몸의 균형을 잃으면서 심하게 엉덩방아를 찧었다. ㄱ 씨는 통증이 심해 병원 진료를 받았는데 꼬리뼈 골절(전치 6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후 ㄱ 씨는 이 아파트가 삼성화재해상보험 영업배상책임보험에 가입되어 있음을 알고 아파트관리사무소장에게 사고 배상 신청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보험의 피보험자는 아파트 주민이지만 보험계약자는 아파트관리사무소이기 때문에 소장이 배상 신청을 해야 한다.
소장은 보험대리점에 이를 요청했고, 보험대리점 관계자가 지난 7월11일 삼성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에 사고 경위서를 제출하고 배상 신청을 했다.
이 과정에서 ㄱ 씨와 관리사무소장이 갈등을 빚었다. 소장은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이 사안을 보험사에 배상 신청을 할지 말지 회의를 열어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ㄱ씨는 보험 전문가도 아닌 입대회에서 배상 신청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입대회는 지난 19일 회의를 열어 녹화된 CCTV 영상과 보험 약관을 등을 토대로 이 건은 아파트 시설물 때문에 발생한 사고가 아니어서 배상 신청 대상이 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ㄱ씨에게 회의 결과를 통보했다. 보험사에서 조사원이 현장 조사를 나오면 입대회 회의 결과를 조사원에게 전달하겠다는 것이다.
◇ 분노하는 ㄱ 씨 = ㄱ 씨는 입대회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도 어처구니가 없지만 입주민의 권익을 보호해야 할 입대회가 오히려 보험금을 받지 못하도록 의견을 내겠다는 데 분노하고 있다.
ㄱ 씨는 "어차피 배상 여부는 보험사가 결정하게 되어 있는데 보험에 아무런 전문성이 없는 입대회 위원들이 사고 신청 여부와 배상 여부를 판단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 그냥 사고 접수만 해주면 되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나는 그나마 젊은 사람이어서 항의라도 할 수 있지만 이 아파트에 사는 주민 다수가 할머니 할아버지들인데 그분들은 이런 부당함에 항의조차 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라며 "특히 사고를 당한 주민과 입대회 위원의 친소관계에 따라 신청 여부가 결정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라고 우려했다.
창원시를 비롯한 도내 지자체에서 주민이 자전거 운행 중 사고가 발생했을 때 배상해주는 보험은 시군이 배상 신청 여부 등을 판단하지 않는다. 사고를 내거나 당한 주민이 직접 보험사에 신청하면 보험사에서 배상 여부를 판단해 보험금을 지급한다.
◇그럴 수밖에 없다는 입대회와 관리사무소 = 하지만 입대회와 관리사무소는 ㄱ 씨와 견해가 전혀 다르다.
우선 이 보험은 아파트마다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보험이 아니라 이 아파트 입주민들의 결정으로 임의 가입한 보험이다. 보험료는 각 세대에 나누어 부과해야 하지만 입주민의 부담을 덜고자 현재는 재활용품 판매수익금 등 잡수입으로 충당하고 있다. 보험 가입 첫해인 2008년에는 연간 보험료가 120만 원 선이었는데 작년에는 310만 원을 냈고, 올해는 510만 원까지 올랐다. 최근 3년 동안 3건이 배상을 받아 보험료율이 높아진 것이 원인이다.
아파트 입대회 관계자는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사건마다 모두 보험 접수를 해서 배상을 받아가면 보험료가 자꾸 올라가서 결국은 주민들에게 이를 부과할 수밖에 없다"라며 "이런 점 때문에 입대회에서 규정과 약관을 면밀히 검토해서 판단할 뿐 입대회 위원과의 친소관계에 따라 판단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이번 일을 겪으면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 아파트 소유자는 LH이고 공유공간 영업배상책임보험도 LH가 가입해야 맞는 것 같아서 LH에 민원을 제기했다"라고 말했다.
아파트관리사무소장은 "제가 보험 접수를 안 해드리려는 것이 아니라 관리사무소장은 아파트 관리 운영에 관한 모든 것을 입대회의 결정을 따라야 하고, 사고 신고할 때도 소장의 서명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그런 점을 안내드린 것"이라며 "문제는 사고 배상 사례가 많이 늘어나면 보험료 인상뿐만 아니라 보험사에서 보험가입을 거절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아파트 소유자 LH 견해는? = 주공아파트 임대인이자 관리사무소를 감독하는 기관인 LH는 원칙적으로 사고 피해가 발생하면 배상 여하의 판단 없이 보험 신청을 해주면 된다는 견해를 보였다.
LH 경남본부 관계자는 "보험료 인상 등 입대회와 관리사무소의 입장이 이해되는 측면도 있지만 원칙적으로 배상 대상이 되는지는 보험사에서 판단할 일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 아파트 입대회에서 제기한 민원에 대해서는 "임대아파트 건물에 대해서는 LH가 모두 보험에 가입했지만 건물 밖 공간은 보험가입 의무가 없다"라며 "민원이 제기된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하고 검토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조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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