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결혼 후에만 10개국을 돌아다닌 객원 에디터 강현모입니다. 여행은 짐 싸는 과정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하기에 짐을 챙기는 시간도 저에게는 중요한 일인데, 짐 쌀 생각에 스트레스 받는 분들이 주변에 꽤 많더라고요. 어렵게 맞춘 일정이니 사진을 남겨야 하고 옷차림에 신경을 쓰고 싶은데, 이것저것 조합하자니 너무 복잡하고 결국 손에 잡히는 대로 챙기는 상황을 많은 분들께서 겪어 보셨을 겁니다.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고자 아내와 함께 10개국을 돌아다니며 잘 썼던 품목들을 모아 봤습니다. 실제로 잘 썼던 것들이 대부분이고, 앞으로 잘 쓰게 될 것들 몇 가지도 함께 소개합니다. 장거리 여행 기준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아 뒀으니 용도와 일정에 맞게 추려서 참고하면 좋을 겁니다.
[1]
슬리퍼 – 버켄스탁 보스턴



어디선가 한 번쯤 본 듯한 그 슬리퍼. 코르크 솔에 바디 전체는 스웨이드로 되어 있어 여행에 부적합하다 생각하실 수 있어요. 사실 비 오는 날에 신더라도 잘 닦고 말리면 됩니다. 그래봤자 신발이고 이 모델은 슬리퍼이니 오히려 막 굴리면서 발에 맞게 길들이는 게 마음 편합니다.




고무 소재 슬리퍼가 아니라 보스턴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단정한 차림까지 커버하는 슬리퍼라서 그렇습니다. 발가락쪽이 막혀 있고 긴바지에 매치하면 얼핏 봤을 때 부츠를 신은 듯한 느낌을 보여줍니다. 관광 명소나 식당을 다니다 보면 종종 발가락 훤히 드러나는 슬리퍼나 반바지 착용을 금지하는 곳들이 있는데, 보스턴은 이런 상황에서 기가 막힌 범용성을 보여줍니다. 슬리퍼인지 알아보는 곳은 아직까지 없었네요. 편하게 다닐 때나 물놀이할 때부터 격식을 갖춰야 하는 상황까지 한 족으로 모두 커버할 수 있습니다.
[2]
운동화 – 노다 001 신더




이제는 사람들에게 익숙해진 트레일 러닝화 전문 브랜드 노다(Norda). 대표 모델 001 중에서도 스테디셀러인 ‘신더’ 컬러를 구매해서 유용하게 잘 신고 있습니다.
올해로 러닝 8년차. 노다의 001을 신고 나서 여행의 질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보통 러너들은 여행지에서 짧게나마 뛰기 때문에 러닝화를 따로 챙기는 경우가 많은데, 노다의 001이 있으면 여행간 굳이 신발을 여러 족 챙길 필요가 없습니다. 일반적인 로드 러닝과 가벼운 트래킹, 욕심 내면 트레일 러닝까지 이 한 족으로 모두 가능하거든요. 짐을 쌀 때 정말 많은 도움이 됩니다. 비운 만큼 뭔가를 더 채워 올 수 있기도 하고요.



여담으로 ‘강철보다 강한 소재’라 불리는 다이니마(Dyneema®)가 적용되어 내구성은 물론 생활방수/발수도 가능하니 비 오는 날까지 이 한 켤레로 퉁칠 수 있습니다. 구매할 때 동봉되는 파우치도 생각보다 꽤 커서, 꼭 노다 신발이 아니더라도 운동복이나 용품들 챙겨 다니면 유용합니다.
[3]
반바지 – 앤드원더 오버사이즈 카고 숏 팬츠




평생 입어본 반바지 중 부동의 1위. 앤드원더의 카고 반바지입니다. 이유는 크게 2가지예요. 첫째는 원단, 둘째는 핏.




나일론 립스탑인데 살갗에 닿는 느낌이 굉장히 부드럽습니다. 보통의 나일론 반바지는 거칠고 땀이 찬 조직감이 많지만, 이 바지는 입어보지 않으면 평생 모를 촉감을 갖고 있습니다. 원단 특성상 마모나 긁힘에 강하고 무엇보다 가벼우니 여행에 이보다 적합한 건 없을 겁니다. 무릎에서 딱 끊기는 이상적인 기장에 통이 비교적 여유로운 편이니 바람막이부터 셔츠까지 모두 매치하기 쉽습니다.
[4]
긴바지 – 룰루레몬 이지파이브 팬츠




남자 인생의 모든 귀찮음을 해결해 줄 만능 바지. 룰루레몬에서 데님 대신 입게 만든 데일리 팬츠입니다.
사실 이 바지는 앞으로의 여정에 큰 도움이 될 제품입니다. 링클프리 원단이라 주름이 잘 안 생기고, 늘어나도 금방 원상태로 돌아오는 듯한 조직감을 갖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하루종일 입어도 다른 바지에 비해 무릎이 잘 나오지 않습니다. 손 씻을 때 반지 빼서 넣어둘 코인 슬리브, 에어팟 들어가는 히든 포켓도 있으니 잠깐의 외출에 가방을 들 필요도 거의 없습니다.




아웃도어/스포츠 브랜드의 고기능성을 캐주얼한 아이템에 접목해서 그런지 범용성이 아주 좋습니다. 바람막이나 아웃도어 스타일부터 셔츠/니트 같은 단정한 차림까지 모두 매치할 수 있고 비 오는 날 입어 보니 젖긴 하지만 정말 빨리 마르더라고요. 이동이 잦은 여행에서 빨래하는 것도 일인데, 금방 마르는 건 정말 큰 메리트입니다. 한여름 빼고는 일 년 내내 입을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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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츠 – 폴로 빅셔츠




이름 자체에 ‘빅’이 들어가는 만큼, 일반적인 폴로 셔츠보다 훨씬 큰 패턴을 갖고 있는 셔츠입니다.



여행에서 셔츠는 활용도가 어마어마합니다. 비행기 안에서는 담요 대신 덮을 수 있고, 숙소 앞에 잠깐 나갈 때 스웨트 팬츠나 쇼츠 위에 걸쳐도 되고, 단정한 차림이 필요한 식당이나 관광지에서 활용하기 좋죠. 저는 평소에 옷을 크게 입는 편이라 스탠다드 핏 셔츠는 바지의 핏과 잘 맞지 않습니다. 그래서 폴로의 빅셔츠를 찾기 시작했고 벌써 몇 년째 잘 입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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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량 바람막이 – 아크테릭스 x 빔즈 스쿼미시




아크테릭스와 빔즈의 협업으로 발매한 경량 바람막이. 스쿼미시입니다. 사실 기능적으로는 많이들 입는 경량 바람막이면 충분합니다. 아크테릭스라고 크게 다를 건 없고, 세탁을 많이 하면 그 기능도 저하되는 게 사실이니까요. 저는 이 제품의 희소성과 디자인을 보고 구매했습니다. 일본 현지에서 추첨 판매를 하기에 ‘이번에도 못 사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내와 들렀던 런던 매장에 잔여수량이 남아 있더라고요. 그래서 홀린듯이 바로 구매했습니다.



대부분의 경량 바람막이는 접어서 패커블 형태로 휴대할 수 있고 가방에 쏙 들어가는 크기라, 여행에 갖고 다니면 유용하게 쓸 수 있습니다. 사무실에서 냉방병 예방 차원에서 입을 수도 있고요. 한 번 준비해 두면 일 년 내내 쓰는 품목이니 A/S가 비교적 잘 되는 아웃도어 브랜드 제품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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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 – 케일 EQ 메쉬 쉘 캡




하루종일 쓰고 있어도 불편하지 않은 모자입니다. 조금만 답답해도 잠깐 벗게 되는데 케일의 메쉬캡은 모자를 벗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합니다.



가볍고 땀 배출이 용이한 퍼텍스(PERTEX) 소재로 되어 있고 이마 부분을 제외한 모든 부분이 통기성 좋게 뚫려 있어 여름에도 쾌적하게 쓸 수 있습니다. 뒤통수 라벨을 빼고 로고가 크게 드러나지 않는 디자인이라 단정한 차림에도 매치할 수 있고, 무엇보다 운동용으로도 쓸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에요. 아침에 러닝할 때 썼다가 빨아 두면 금방 마르니 다음날 또 쓰고. 계속 이 패턴을 반복하면서 장기간 여행에도 계속해서 착용했던 품목입니다. 운동을 좋아하는 분들께는 꼭 권하고 싶은 모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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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말 – 유니클로




여행 가서 기분 내고 싶은데 옷들을 챙겨 보니 너무 단조로울 때. 양말 색으로 변주를 주는 것도 여행의 재미를 더하는 방법입니다.

유니클로만큼 양말 색을 다양하게 내면서 대중성을 갖춘 브랜드를 찾기도 쉽지 않습니다. 실제로 신어 보니 단시간 스포츠 활동에도 큰 무리는 없었습니다. 여행 짐을 싸면서 스포츠 삭스 따로 챙기기 번거로울 때 유니클로 정도면 충분히 제 역할을 해 줄 겁니다. 여러 색을 신어 보니 자주 신는 색들이 몇 가지 정해져서, 구멍이 나거나 해지면 곧바로 새 걸 사서 또 열심히 신습니다. 4족 1만 2,900원. 서울 직장인 기준 점심 한 끼 값 정도. 여행지에 맞는 색을 신고 떠나 보는 건 어떨까요.
[9]
가방 – 필그림 사코슈 / 몽벨 웨이스트백




근 10년을 함께한 사코슈. 여행지에서 여권, 티켓 등 넣어두기 편한 크기입니다. 몸에 착 붙는 납작한 형태의 가방이라 끈을 줄여서 앞쪽으로 메면 비교적 안전하게 다닐 수 있습니다. (그래도 정말 중요한 물건은 가방보다 몸에 휴대해주세요) 열심히 쓰다 보니 앞쪽이 살짝 찢어졌는데, 아웃도어 의류 수선 테이프를 사서 붙이니 멀쩡해졌습니다. 작년 말 일본 여행도 이 가방을 들고 잘 다녀왔네요.




필그림 사코슈보다 상대적으로 요즘 구매하기 편한 몽벨의 웨이스트백도 소개합니다. 일본 현지에서는 비교적 쉽게 볼 수 있는 모델이고, 다양한 컬러가 있으니 취향껏 고르면 됩니다. 필그림 사코슈가 납작한 형태라면 몽벨의 웨이스트백은 입체감이 있는 편. 에어팟, 지갑, 여권 등 귀중품들이 충분히 들어가는 크기고 끈이 꽤 길어서 크로스백으로 메거나 허리춤에 걸쳐서 힙색처럼 메는 연출도 가능합니다. 요즘 일본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이 가방을 활용한 스타일링이 꽤 보입니다. 그만큼 한 번 구비해 두면 여행 다녀와서도 요긴하게 쓴다는 얘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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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 애플 워치 / 카시오 A158W

여행지에서 스마트 워치는 충전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카메라 버튼을 조작하기에 이만한 게 없습니다. 특히 치안이 좋지 않은 나라에서는 사진 한 번 찍는 것도 거듭 조심해야 하니까요. 삼각대 설치하고 눈에 띄는 것보다 보일 듯 말 듯한 곳에 잠깐 고정해두고 빠르게 워치로 사진 찍고 빠질 때 유용합니다.

충전의 번거로움이 싫다면 아날로그 시계를 추천하고 그중에서도 ‘손석희 시계’로 유명한 카시오의 A158W를 경험해 보시기를 권장합니다. 여행용으로 아날로그 시계를 구매하자니 너무 큰 비용을 쓰고 싶지 않은 분들께 딱 맞는 시계입니다. 2만 원대의 합리적인 가격에 알람, 스탑 워치 기능까지 포함되어 있으니 스마트 워치 대신 시계 역할을 해주기엔 충분할 겁니다.
유행 타지 않는 실버 톤이라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리고 차면 상성이 꽤 괜찮습니다. 스마트 워치보다 가벼워서 손목에 무리가 가지도 않고요. 여름에 무지 티셔츠 입고 포인트 주기 좋은 품목이니 한 번 고려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