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술, 욕망과 파멸 [책이 된 웹소설: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더 큰 것을 원하는 인간
그리고 기다리는 파멸
![주술로 원하는 것을 얻어내려는 건 인간의 오랜 욕망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4/22/thescoop1/20240422203228475atoq.jpg)
지난해 야당 유명 정치인의 부모 무덤이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누군가가 무덤 봉분과 주변에 구멍을 내고 한자가 적힌 돌을 박아둔 거다.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흑주술' '주술 저주' 같은 단어를 공중파 뉴스에서 언급했다. 민속학자나 무속 전문가들은 이 사건을 두고 진지하게 주술 여부를 논의했다.
이 사건은 지지자들이 벌인 것으로 밝혀지며 마무리됐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주술의 힘을 증명하기도 했다. '부모의 무덤을 훼손해 정치인을 저주한다'는 인과관계가 없는 사건에 많은 사람이 공감과 공분을 보냈기 때문이다.
여전히 누군가는 점을 치고 풍수를 따지고 무당을 찾는다. 최근 영화 파묘를 1000만명이 봤음을 생각했을 때 무속신앙은 우리의 주변을 영혼처럼 떠돈다. 주술에 담긴 인간의 원초적 갈망은 과학기술 발전과 무관하기 때문이다. 영화에 '파묘'가 있다면 웹소설에는 '노백곰' 작가의 웹소설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가 있다. 소설은 갈망 끝에 주술에 손을 댄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작품은 주인공 '박진성'이 자신을 불태우며 공양하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그는 주술을 휘두른 대가로 몸이 망가져 죽음을 눈앞에 뒀다. 유적지에서 발견한 미지의 공양 주술로 스스로를 바친다. 주술을 위한 인생을 살았으니 그 끝도 주술로 장식해야 한다고 믿은 거다. 이후 그는 뜻밖에도 청년 시절로 돌아간다.
새로운 생이 주어졌지만 진성은 여전히 주술에 빠진 채였다. 오히려 전생에서 얻지 못한 각종 술법을 이번 생에서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소설은 새로운 주술을 얻기 위해 진성이 활동하는 모습을 쫓는다. 그 과정에서 주술에 휘말리는 이들은 대게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첫 에피소드를 장식하는 건 사채업 말단 조직원이다. 조직원은 자신을 인생의 낙오자라고 생각하며 일확천금의 기회를 갈망한다. 진성은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모습을 바꾼 채 조직원을 찾아가 주술을 제안한다.
"크-흐, 성공. 자네는, 성공을 원해. 그렇-지 않-나?" 괴인은 마치 방독면을 뒤집어쓴 사람처럼 기묘한 숨소리를 냈다. (중략) "원해… 아니, 원합니다." 마치 문신이라도 하는 것처럼 남자의 복부에 검은 점 하나가 콕 박혔다. 그 점은 물감이 번지듯 세를 넓히려다가 울퉁불퉁한 원의 형태가 되자 증발하듯 서서히 피부에서 모습을 감췄다.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중
![[사진=노벨피아 제공]](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4/22/thescoop1/20240422203229936tqqt.jpg)
조직원은 주술 효과로 일이 잘 풀렸다고 생각한다. 평소 자신을 윽박지르던 '형님'에게 격려를 받고 수금하는 일도 막힘이 없다. 조직원은 길에서 우연히 돈을 주우면 주술 덕분이라 여긴다. 그럴수록 그는 효과가 사라질 것을 두려워하며 주술에 의존한다. 마침내 그는 다른 주술을 요구하고 이는 조직의 파멸로 이어진다.
작품 속 등장인물은 주술에 손을 벌린 끝에 여러 형태로 무너진다. 인물들이 수렁으로 들어가는 모습은 섬뜩한 오컬트 소설을 읽는 느낌을 준다. 작가가 보여주는 주술 모습도 디테일하다. 작품에선 동서양의 설화와 민담, 원시 신앙이 섞인 여러 주술을 제시한다. 독자는 실제로 있을 것 같은 주술에서 매력을 느낀다. 작가의 조사가 빛을 발하는 부분이다.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는 주술이라는 소재를 통해 인간의 욕망과 파멸로 이끌리는 운명을 그려냈다. 여러 복선과 주술 묘사가 쌓여 완성되는 각각의 에피소드는 몰입감이 뛰어나다. 웹소설에서 주술이라는 소재는 그동안 부수적 요소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독보적이라 할 수 있다.
김상훈 더스쿠프 기자
ksh@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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