홧김에 사람 패고 정당방위 주장한다면… [질문+]

조준행 변호사, 강서구 기자 2025. 12. 19.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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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원초적 질문
일상에 필요한 法테크 | 정당방위
성폭력 저항하다 범인 혀 자른 여성
법원, 61년 만에 정당방위 인정해
정당방위 면죄부 받는 건 아니야
정당방위 인정 범위 논쟁 중

정당방위의 인정 범위가 화두로 떠올랐다. 1964년 성폭력에 저항하다 범인의 혀를 절단해 유죄 판결을 받았던 여성이 61년 만에 정당방위를 인정받으면서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정당방위 인정 기준을 광범위하게 재정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정당방위 인정범위를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뜨겁다.

정당방위의 기준을 둘러싼 논쟁이 한창이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최말자씨는 1964년 5월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범인의 혀를 깨물어 1.5㎝가량 절단한 혐의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최씨는 성폭행에 저항한 정당방위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법원은 사건이 발생한 지 61년 만인 지난 9월 10일, 최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최씨가 2020년 5월 재심을 청구한 지 5년 4개월 만이었다. 검찰은 "성폭력 피해자의 정당한 행위로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성폭력 피해자로 보호받아야 할 최씨에게 고통을 줘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정당방위가 인정된 셈이다.

하지만 모든 정당방위가 면죄부를 받는 건 아니다. 2014년 화두가 됐던 '도둑뇌사' 판결 이야기는 이를 잘 설명해준다. 그해 법원은 자신의 집에 침입한 도둑을 때린 20살 청년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도망치던 도둑의 머리를 발로 차고 알루미늄 빨래건조대 등으로 때려 뇌사상태에 빠뜨렸는데,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누나의 방에서 괴한이 튀어나와 강간이나 살인범으로 오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도둑의 피해가 너무 중重하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당방위 요건 '현재의 침해' 그렇다면 정당방위의 범주는 어떻게 설정해야 할까. 형법은 '자기 또는 다른 이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행위'라고 정의한다. 부당한 침해를 당하는 경우 이를 방어하는 행위라는 의미다.

정당방위 성립요건 중 하나는 '현재의 침해'다. 이는 침해가 급박한 상태이거나 계속되고 있는 걸 말한다. 이에 따라 과거의 침해나 장래에 나타날 침해의 경우엔 정당방위란 개념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 또한 방위행위는 '상당'해야 한다. 침해되는 법익의 종류·정도, 침해의 방법 등 구체적 사정을 참작했을 때 방위행위가 사회적으로 상당한 것이었다고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하나의 사례를 보자. A씨는 B씨의 집에 세 들어 살고 있었다. A씨는 B씨로부터 계약기간이 지났으니 방을 비워 달라는 요구를 받을 때마다 행패를 부렸다. B씨는 A씨의 행패가 무서워 다른 집에 가서 잠을 자기도 했다. 범행 당일에도 B씨가 방세를 돌려줄 테니 방을 비워 달라고 요구했지만 A씨는 방 안에서 나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2000만원을 줘야 방을 비워준다고 억지를 쓰며 폭언을 퍼부었다. 그러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B씨의 며느리가 A씨의 방 창문을 쇠스랑으로 부숴 버렸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여기에 격분한 A씨는 공구인 배척(속칭 빠루)을 들고 나와 이 장면을 구경하던 마을주민 두명을 때려 상해를 입혔다. A씨는 자신의 행동이 정당방위라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침해행위에서 벗어난 후 분을 풀려는 목적에서 비롯된 공격행위는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대법원의 정당방위 불인정 판결은 또 있다. C씨는 D씨와 주먹다툼을 했다. 그러던 중 D씨가 도망을 치자 C씨는 D씨가 소지한 식도를 빼앗아 찔렀다. 대법원은 이 행위를 정당방위로 인정하지 않았다.

현재의 침해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방위행위가 있었고, 그 정도가 사회적으로 상당한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정당방위를 두고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세상만사에 '중용'이란 건 있다. 자기 방어에도 절제와 중용이 필요하다.

조준행 법무법인 자우 변호사
iamg1000@naver.com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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