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 때 미래 예지하는 능력을 가지게 된 소녀

▲ 영화 <시간을 꿈꾸는 소녀> ⓒ (주)하이하버픽쳐스, 영화사 진진

[영화 알려줌] <시간을 꿈꾸는 소녀> (Girl Who Dreams About Time, 2022)

글 : 양미르 에디터

'권수진'은 첫돌에 친할머니 '이경원'에게 맡겨져 자랐다.

4살 때 운명처럼 미래를 예지하는 능력을 가지게 된 '수진'은 초등학교 입학 후 주말마다 신당에 머무르며, 외부 손님들의 점을 보거나 굿을 집행하는 무녀로 생활한다.

'광고 기획자'를 꿈꿨지만 고된 사회생활을 하는 학교 선배들을 지켜보며 진로에 대해 고민하다 꿈속에서 머지않아 작두를 탄다는 음성을 듣고, 전업 무녀의 길로 들어선다.

<시간을 꿈꾸는 소녀>는 미래를 예지하는 능력을 준 신과 신의 재능을 가졌지만 평범한 삶을 꿈꾸는 소녀 사이로 흐르는 7년의 세월을 카메라에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2022년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관객에게 첫선을 보인 작품은, 세계 최고의 다큐 영화제 중 하나인 제35회 암스테르담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국제경쟁 부문 후보로 이름을 올리며 주목받았다.

작품을 연출한 박혁지 감독은, '본부인'과 '두 번째 부인'이라는 특별한 관계로 엮인 두 할머니의 동행을 담은 <춘희막이>(2015년), 부산마리아수녀회를 창설한 '소 알로이시오' 신부의 일대기를 다룬 <오 마이 파파>(2016년), 일본 '오제'에서 일하는 두 '봇카'의 삶을 다룬 <행복의 속도>(2020년)가 있다.

박혁지 감독은 "<엑스맨>(2000년) 영화를 좋아했고, '돌연변이'라 불리는 특수한 능력자들이 지금도 실재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늘 했다"라면서, "2006년 1월에 방영한 SBS <진실게임 – 가짜 무속인을 찾아라>편에 출연한 9살 수진이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2015년 초, <춘희막이> 포스트 프로덕션 중 수진이 생각나서 인터넷을 뒤졌고, 어렵지 않게 주소와 연락처를 알게 됐다. 바로 찾아갔고, 본인의 미래는 꿈을 통해 알 수 있다는 믿기지 않는 말을 믿고 시작했다. 자신의 미래를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소녀의 미래가 궁금했기 때문"이라면서 연출 계기를 언급했다.

<시간을 꿈꾸는 소녀>를 제목으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박혁지 감독은 "앞으로 다가올 '시간', 즉 미래에 관해 꿈을 통해 힌트를 받는 소녀의 이야기라는 직설적인 의미가 첫 번째"라면서, "실제로 찾아오는 손님들에 관해서도 전날 밤에 꿈을 통해 정보를 이미 얻은 상태에서 대면한다"라고 언급했다.

여기에 "마지막으로 수진이는 여전히 젊다"라면서, "'무당'의 길을 선택했다고 하지만, 수진이는 지금도 앞으로도 본인의 미래를 끊임없이 꿈꾸며 달려갈 것"이라면서 다른 제목 선택 이유를 밝혔다.

2015년 7월 10일 촬영을 시작해, 2022년 2월 25일에 촬영이 마무리되기까지 긴 시간을 들여 완성된 <시간을 꿈꾸는 소녀>는 평범한 학생과 비범한 무녀를 넘나드는 주인공 '수진'의 모습을 진솔하게 담아내기 위해 남다른 노력과 색다른 촬영 방식이 필요했다.

총 89회차의 촬영이 이어지는 동안 '수진'의 일상을 다각도로 담아내기 위해 모든 컷을 공들여 촬영했고 녹화한 분량 자체도 상당히 많았다.

'수진'과 '경원'의 일상과 무속 일은 쉽게 구분할 수 없는 영역이었고, 일상 속 소소한 일을 무속과 연관 짓는 두 사람의 생활 습관은 점을 보거나 굿을 하는 등의 특별한 상황이 아닐 때도 카메라를 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고.

7년여의 촬영 기간 중에는 커다란 고비를 맞기도 했었다.

주인공 '수진'이 돌연 촬영을 중단한 것.

2015년 7월부터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수진'을 촬영하기 시작했고 2016년 6월을 마지막으로 촬영이 중단되었는데, 당시는 '수진'이 대학 1학년 여름방학을 앞둔 시점이었다.

박혁지 감독은 '수진'의 대학 생활을 좀 더 촬영하고 싶었지만 '수진'은 심리적 부담감 때문인지 더 이상의 촬영을 원하지 않았다.

박혁지 감독은 "방송을 비롯해 다큐멘터리 작업을 꽤 오랫동안 해왔지만, 촬영 중간에 출연자가 갑자기 중단시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기에 충격이 컸다"라고 말했다.

박혁지 감독은 묵묵히 상황을 지켜보았고, 한편으로는 '이 작품은 언젠가는 끝낼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으로 '수진'의 연락을 기다렸다.

2019년 1월, 대학 4학년을 앞두고 있던 '수진'은 촬영을 재개하자는 연락했고, 2월부터 촬영이 다시 시작되어 영화를 완성할 수 있었다.

기자 간담회 자리에서 권수진 씨는 "사실 처음에 감독님이 찾아오셨을 때 너무 싫었다"라면서, "그전에 방송을 몇 번 하면서 너무 힘들어서 감독님이 찾아오셨을 때 '절대 방송을 하고 싶지 않다'라고 답변을 드렸다"라고 처음 촬영 제의에 대해서 고사를 했었다고 전했다.

이어 권수진 씨는 "그런데 감독님이 두세 번 정도 더 찾아오셨다. 감독님께서 '우리는 인위적으로 무엇을 시키지 않으니 걱정할 게 없다. 뒤에서 있는 듯 없는 듯 그림자처럼 있을 것이다'라고 설득하셔서 '내가 했던 방송과는 완전히 다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7년의 세월이 될 줄은 몰랐다"라고 밝혔다.

처음 영화를 봤을 때의 기분을 묻자 권수진 씨는 "처음에는 무녀 영화인데 무녀 이야기가 거의 없어서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면서, "보통의 20대가 자기 인생에 대해 고민하는 내용이 많이 나와서 '감독님의 초점은 거기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소회를 남겼다.

영화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에 대해서 권수진 씨는 "'편견을 바꾸고 싶다'는 것"이라면서, "어릴 때부터 내 능력이 감사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늘 손님들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힘들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권 씨는 "그런데 이제 조금씩 크면서 나를 통해서 좋아지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 일도 보람된 일이라고 생각했다"라면서, "그래서 이 영화를 통해서 관객들이 우리 직업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으면 좋겠고, '무녀도 저런 고민을 하는구나, 똑같은 사람이구나'를 보여주고 싶다"라고 바람을 말했다.

시간을 꿈꾸는 소녀
감독
박혁지
출연
권수진, 이경원
평점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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