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이케아 잘나가더니…8000만원짜리도 없어서 못 산다
백화점서 하이엔드 가구 매출 '고공행진'
신세계百, 1000만원대 '자이푸르 러그' 인기
최근 백화점 리빙관에서 수천만 원에 달하는 하이엔드(최고급) 가구가 잘 팔리고 있다. 고물가에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보다는 최고급 품질을 지향하는 이들이 늘면서다. 이케아와 같이 가성비 가구를 판매하는 업체의 최근 실적이 고꾸라지는 등 인기가 시들해진 것과는 상반된 분위기다. 백화점에서는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유명 브랜드 팝업스토어를 여는 등 최고급 가구를 주력으로 내세운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엔데믹(감염병의 풍토평화) 이후 가구 업체가 주춤하는 사이 초고가 가구가 인기를 끌고 있다. 홈 인테리어에도 럭셔리 바람이 불면서 1000만원이 훌쩍 넘는 러그 등 인테리어 제품에 수요가 몰렸다. 실제 신세계백화점에선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고가의 최고급 가구 매출이 전년 대비 38.9% 뛰었다. 이 기간 ‘까시나’와 ‘로쉐보보아’, ‘B&B이탈리아’ 같은 최고급 가구 브랜드가 높은 성장률을 견인했다.
이런 수요를 겨냥해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강남점 리빙 전문관에서 1978년 설립된 인도 최대 수제 카펫 브랜드인 ‘자이푸르 러그’를 선보였다. 고품질 러그를 직매입해 국내에 정식으로 첫선을 보이는 자리로 지난 5일부터 오는 2일까지 팝업스토어 형식으로 운영된다. 이 러그는 크기와 소재, 직조 방식에 따라 최소 40만원에서 최대 8000만원에 판매된다. 한정 수량으로 들여온 8000만원짜리 수제 카펫에 대한 고객 문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해당 공간 운영 첫날부터 지난 20일까지 팝업 내 전체 매출의 70%는 1000만원대 고가의 카펫이 차지했다. 특히 자이푸르 러그 대표 디자인인 ‘추상적’ 스타일의 제품 판매가 가장 많았다. 보급형 기계식이 아닌 전 공정을 수작업으로 제작하는 것이 특징.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실내 분위기를 포근하게 바꿔주고 발의 피로감을 덜어주는 등 여러 장점 덕에 국내에서 러그와 카펫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는 추세”라며 “직조와 염색, 공예 작업까지 수작업으로 이뤄져 모든 상품이 개성 있고 희소가치가 높다”고 귀띔했다.
신세계백화점에서는 올해 상반기 최고급 침대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53.1% 늘었다. 이는 이 백화점 침대 전체 매출 증가율(9.7%)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신세계백화점은 한층 고급화된 고객들의 안목과 취향을 고려해 최고급 가구 카테고리를 지속 강화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주거 공간은 단순한 의식주의 목적을 넘어 개인의 취향과 안목을 반영한 라이프스타일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면서 “하이엔드 브랜드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가격 저항 없이 주거 공간에도 미학을 중시하는 고객들의 니즈를 맞춰갈 것”이라고 말했다.
명품 선호도가 패션에서 리빙으로 확대되면서 최고가 리빙 제품에 대한 소비자 선호가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전체 리빙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0% 늘어난 것에 비해 프리미엄 오디오 매출은 40% 뛰며 리빙 카테고리 성장을 견인했다. 최근 현대백화점에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입소문이 난 이탈리아 주방가전 브랜드 ‘피아바’의 5000만원 중반대 냉장고가 판매되기도 했다.
반면 업계에서는 가성비 가구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이앤드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는 점에서 가구도 소비 양극화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2014년 국내에 진출한 이케아코리아의 경우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다 최근 실적이 고꾸라졌다. 2021년 회계연도(2020년 9월~2021년 8월)에 6872억원으로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한 이후 2022년 6223억원, 2023년 6007억원으로 매출이 쪼그라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엔드 가구는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디자인과 장인정신이 깃든 명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또 하이엔드 리빙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의 경우 집안 다른 공간에도 같은 수준의 리빙 제품으로 구매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주거 공간의 고급화가 가속되고 있는 만큼 단순히 가성비를 추구하기보다 공간에 어울리는 하이엔드 가구 수요 또한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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