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지하철역 이름 옆 괄호의 비밀

최근 7호선 논현역의 이름이 9억에 팔렸다는 기사가 화제가 됐다. 9억이나 들여서 역명 옆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넣은 주인공은 ‘강남브랜드안과’라는 대형 안과다. 올해만 해도 1호선 종각역은 SC제일은행역, 2호선 홍대입구역은 에듀윌역, 4호선 신용산역은 아모레퍼시픽역이란 이름을 같이 쓰기로 했다.

유튜브 댓글로 “지하철역 이 름을 돈 받고 파는 정책이 있다는데, 이거 가격은 어떻게 정하는 건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하철역 이름의 가격은 전문 감정평가사가 승하차인원, 환승역 여부 등을 고려해 기초금액을 산정하고, 이후 기초금액 이상으로 입찰해 낙찰받은 금액이 최종 가격이 된다.

‘돈 받고 지하철역 이름을 파는 정책’의 정식 명칭은 역명 병기사업이라고 하는데, 지하철 역명에 특정 업체나 기관명을 함께 표기하는 사업이라는 뜻이다. 아무에게나 판매하는 건 아니고 교통공사가 정한 기준에 부합해야한다. 

① 먼저, 입찰 기관이 해당 역에서 1㎞ 거리 안에 있어야 하고, ② 공공기관, 학교, 의료기관, 백화점 등 공공질서와 미풍양속을 훼손하지 않고, 교통공사 이미지를 저해할 우려도 없어야 한다. 그래서 유흥업이나 고리대부업, 사행산업 등은 입찰이 불가하다. ③ 한 업체는 하나의 역에만 병기될 수 있도록 제한한다. 그러니까, 엄청 부자에 관종인 사람이 10억씩 흔쾌히 써서 지하철 역마다 자신 이름을 도배하지 못하도록 교통공사에서도 나름의 기준을 선정한 것이다.

서울교통공사 홍보실
“기관의 위치 규모 성격 등에 대한 일정 부분 선정기준이 있어서 해당 역 인근에 이를 충족하는 입찰 기관이 별로 없을 경우에는 이때는 경쟁 입찰이 성립되지 않아 수의 계약으로 진행합니다.”

특정 개인이나 업체가 돈만 내고 지하철 역명을 가져가는 걸 방지하기 위함이다. 가장 많은 돈을 써 낸 입찰자가 무조건 낙찰받는 최고가 경쟁입찰이 아니라, 관련 기관에서 여러 검토 후에 업체를 선정하는 수의계약으로 진행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앞서 말한 논현역의 경우는 이례적으로 최고가 경쟁입찰로 진행되어 9억이라는 최고액을 경신했다. 역마다 가격도 천차만별인데 어떻게 정해지는 건지도 물어보니, 

서울교통공사 홍보실
"기본적으로는 공사가 외부 원가 조사기관에 의뢰한 결과로 역명병기 평가금액의 기초적인 가격은 결정됩니다. 이후 최종적인 금액은 공개 경쟁 입찰 형식으로 가격이 결정되고요.”

전문 감정평가사는 승하차 인원, 밀집도, 환승 여부, 광고 효과 등을 고려해 입찰 기준이 되는 기초금액을 산정한다. 에듀윌이 5억4000만원에 낙찰받은 홍대입구역의 기초금액은 5억3000만원이었고, 하나은행이 8억에 낙찰받은 을지로입구역의 기초금액은 5억1000만원이었다. 9억에 낙찰된 논현역의 기초금액이 2억9000만원이었던 걸 보면, 꼭 기초금액과 최종 금액이 비례하는 건 아니다. 이렇게 기초금액이 설정되고 나면, 그 이상으로 대상자들이 금액을 적어내고, 최종 선택을 받은 낙찰 금액이 최종 가격이 된다. 

낙찰이 되고나면, 어떤 혜택을 누리기에 8억, 9억이나 되는 거금을 내는 걸까? 논현역을 낙찰받은 안과의 경우 짧게는 3년 간, 연장하면 최대 6년까지 지하철역 출입구, 승강장, 안전문, 전동차의 역명판과 노선도에 안과 이름을 병기하게 된다. 뿐만아니라 승하차 안내방송에도 “이번 역은 논현역”이라고 할 때마다 안과 이름이 같이 나오니까 인지도 상승과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교통공사가 이러한 사업을 추진하게 된 이유는 만성적인 적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적자의 가장 큰 이유는 원가보전율이 너무 낮아서다. 이외에도 노년층 무임승차 복지, 환승제도 등의 부담을 온전히 공사가 진다는 점도 적자의 요인이다.

서울교통공사 홍보실
“기본적으로 원가 보전율이 낮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2021년도 기준으로 승객 1인당 수송 원가가 1988원인데, 평균 운임 비용은 999원입니다. 승객당 운임 손실액이 989원이니 원가와 요금 자체의 구조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역명병기 사업으로 얻는 수입은 그리 크지 않은 규모입니다. 다만, 공사 적자 해소를 위해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데요. 그 중에 지하철 역명 병기 사업도 하나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엄밀히 따지자면 지하철역 이름도 공공재라고 봐서 이걸 민간의 특정 기관이나 기업에 파는 게 공공성을 훼손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지하철 이용자 입장에서는 굳이 알 필요 없는 정보를 알게 되는 경우도 늘어날 것이다. 그래서 ‘그냥 논현역은 논현역으로, 홍대입구역은 홍대입구역으로 남아줬으면...’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궁여지책으로 방안을 모색하는 공사의 마음이 이해 안가는 것도 아니어서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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