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 고용률’이라면서, 반년째 ‘쉬는’ 청년이 3명 중 1명이라니.. 어쩌다 이 지경까지?
‘고용률 72.3%’의 환상.. ”청년들 현실 누락“ 문제
양질 일자리 부족, ‘눈높이’ 차이→ ‘구직 포기’ 악순환
기업, 경력 채용 선호 등.. “노동시장, 청년 입지 위축”
구직 기간 길 수록 취업 확률↓, 고용 시장 활력 저해
청년들의 고용 현실이 점점 더 암울해지는 모습입니다. 15~29살 청년층 중 장기 실업자의 비율이 전체 실업자의 3명 중 1명꼴에 달했습니다. 특히 올해 들어 6개월 이상 일자리를 찾지 못한 장기 실업자는 월평균 9만 명을 넘어서,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정부는 '역사상 최고 고용률'이라며 고용 성과를 자랑했습니다. 이면에는 ‘그냥 쉬었음’ 청년과 구직을 포기한 청년들의 한숨이 자리했습니다.
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과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보면, 올해 1∼8월 6개월 이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장기 실업자는 월평균 9만 858명으로 1년 전보다 13%(1만 448명)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6개월 이상 장기 실업자는 코로나 19가 잠잠해진 2021년 하반기부터 대체로 10만 명을 밑돌았습니다. 하지만 올해 3월부터 늘기 시작해 지난 8월까지 6개월째 증가세인 실정입니다.
반면 전체 실업자 수는 지난 7월부터 전년 동월 대비 감소로 전환했습니다. 전체 실업자는 줄어드는데, 정작 장기 실업자는 늘면서 이들 비중이 높아진 것이다.
연령별로 30대 이하 장기 실업자가 전체의 절반 이상(55.7%)에 달했습니다. 15∼29살 청년층이 32.4%(2만 9,442명)로 가장 많고, 30대 23.3%(2만 1177명)로 뒤를 이었습니다.
장기 실업자 가운데 청년층 비중은 증가세로 나타났습니다. 올 1~8월 15~29살 청년층 장기 실업자는 1년 전보다 4,854명 늘어 모든 연령대 중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습니다. 같은 기간 장기 실업자에서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중도 30.6%에서 32.4%로 늘었습니다. 장기 실업자 3명 중 1명이 15~29살 청년으로 나타났습니다.
더구나 구직활동을 하지 않아 실업률 통계에 잡히지 않는 ‘그냥 쉬었음’ 청년도 증가세로 파악됐습니다. 통계청이 지난달 19일 발표한 ‘경제활동인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 3년 이상 미취업 청년 중 ‘쉬었음’ 청년이 5월 기준 지난해 8만 명에서 올해 8만 2,000명으로 2,000명이 늘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지난 1년간 구직활동을 했지만 직전 한달간 구직활동을 하지 않아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는 ‘청년 구직 단념자’도 늘었습니다. 올 1∼5월까지 청년 구직 단념자는 월평균 12만 명으로 1년 전(10만 9,000명)보다 1만 1,000명 증가했습니다.
이처럼 청년 장기 실업자와 ‘쉬었음’ ‘구직 단념자’ 인구가 늘어나는 이유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 장기 실업에 내몰린 청년들이 일자리에서 느낀 가장 큰 불만은 ‘작업 여건 불만족’, 즉 시간과 보수에 대한 불만이 많았습니다. 이는 곧 청년들이 구직을 단념하게 만드는 주요 요인으로, 불안정한 노동 시장에서 청년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결국, 청년들이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기 힘들어 구직을 포기하거나, 단기 계약직에 머물러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입니다.
이런 상황인데도, 청년 일자리 문제에 대한 정부 인식은 안이하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9월 대정부질문에서 “25~29살 고용률이 역사상 가장 높은 72.3%를 기록했다”라고 발언했지만, 이는 실업률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그냥 쉬었음’ 청년과 구직 단념자들을 외면한 수치로 보고 있습니다. 취업 경험 있는 청년층 중 계약 기간이 1년 이하인 비중은 31.4%로, 관련 통계가 공표된 2008년 이후 가장 높았습니다. 10년 전(19.5%)보다 약 1.6배 정도 늘었습니다. 이는 청년들이 불안정한 일자리에 내몰리고 있음을 의미하며, 고용률 수치만으로는 실제 청년들의 고용 상황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또한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이유는 구인·구직 사이의 ‘눈높이’차, 즉 일자리 미스매치에서도 원인을 찾고 있습니다.
구직자들은 양질의 일자리를 원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탓입니다. 도소매업과 제조업 등 전통적인 일자리에서의 구조적 변화로 취업 기회가 줄어들었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이중구조가 청년들이 쉽게 첫 일자리를 선택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신규 채용보다 경력 채용을 선호하는 기업의 기조 또한 청년들을 취업 시장에서 점점 밀어내는게 현실입니다.
장기 실업 상태로 있는 시간이 늘어날 수록 청년들의 취업 확률 역시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 한국은행의 2021년 한 연구결과에서도 실업 기간이 1개월 증가하면 취업 확률을 1.5%포인트(p) 낮추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이는 장기 실업자가 늘어날수록 청년들의 취업 기회가 줄어들고, 고용 시장의 활력은 점점 더 잃어가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얘기로도 해석됩니다.
관련해 전문가들은 “구직 기간이 길어지면서 청년들은 더욱 취업 시장에서 소외되고, 이는 다시 실업 상태를 고착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라면서 “정부 당국 역시도, 단순히 고용률 지표에만 안주할 것이 아니라, 실업률 통계에 잡히지 않는 청년들의 문제를 더 깊이 들여다보고 장기 실업과 구직 단념, 불안정 노동에 내몰린 청년들의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 대책 고민을 서둘러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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