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승차감 좋고 주행거리 긴 패밀리 SUV…르노 '세닉 일렉트릭'

르노코리아가 다음 달 국내 공식 출시할 첫 전기 SUV '세닉 E-Tech 100% 일렉트릭'은 올해 999대를 프랑스에서 수입해 판매할 예정이다. '2024 유럽 올해의 차'를 수상한 만큼 완성도가 높고 성능을 인정 받은 모델이다. 

전륜구동인 세닉 일렉트릭의 크기는 길이 4470mm/너비 1865mm/높이 1590mm이며 공차중량은 1855~1915kg다. 차급으로는 준중형에 속한다.

휠베이스는 2785mm로 휠베이스가 워낙 긴 아이오닉5나 EV6와 비교는 어렵고 폭스바겐 ID.4(2765mm)와 비슷하고 볼보 EX40(2702mm)보다는 길다.

최근 시승한 세닉 일렉트릭(최상위 아이코닉 트림)의 첫 인상은 적당한 크기의 잘빠진 패밀리 SUV였다. 외관은 날렵하면서도 균형 있게 잘 정리됐다. 특히 전면부 벌집구조가 독특한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었다. 

실내에는 운전석 계기반과 중앙 터치 스크린이 길게 이어진 L자형 대형 디스플레이가 있다. 화면이 커서 시인성이 좋았다.

또한 운전석 스티어링 휠에 주요 기능들이 집중돼 있어 효율적이다. 드라이브 모드를 바꾸는 '멀티 센스' 버튼, P-R-N-D 기어 변속 레버, 회생제동 단계 조절 패들 시프트가 있어 운전시 불필요한 동작이 줄어들었다. 

물리버튼도 적당히 배치돼 있다. 공조장치는 중앙 스크린 밑에 있는 버튼으로 조절한다. 다만 1열 좌우 에어컨 풍량 조절은 따로 할 수 없다.

세닉 일렉트릭에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와 순정 내비게이션이 없다. 내비게이션은 프랑스 현지 모델이 사용하는 구글 맵을 국내에선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 오토나 애플 카플레이를 이용하는 것이 더 좋을 수가 있어 큰 문제는 아니다.

내부는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고급스럽다. 실내 편의장비 중 가장 눈길을 끈 것은 2열 시트 중앙에 있는 인지니어스 암레스트였다. USB C타입 충전 포트 2개, 컵 홀더, 스마트폰 거치대가 있어 평소 접었다가 필요시 펼치면 뒷좌석 탑승자들이 유용하게 쓸 수 있다.

파노라믹 선루프도 넓고 개방감이 좋았다. 유리는 운전자와 탑승자 선호도에 따라 앞부터 뒤쪽까지 구간별로 투명도를 4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 점이 특색 있었다. 

준중형 SUV로서는 내부 공간이 여유가 있다. 2열은 성인 남성이 앉아도 무릎 앞 공간이 넉넉하다.

트렁크 적재공간도 545L로 동급에서는 상위권이다. 다만 폭이 좁은 편이고 바닥이 깊어 2열 시트를 접으면 단차가 생긴다.

세닉 일렉트릭은 87kWh 용량의 LG에너지솔루션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탑재했다. 최고 출력은 218마력, 최대 토크는 300Nm(약 30.59kg.m)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 시간은 7.9초다. 준중형 패밀리 SUV로서는 적당한 수준이고 전기차 특유의 토크가 좋아서 체감 가속력은 나쁘지 않다.

서울 성동구에 있는 르노 성수와 강원도 춘천 소양댐까지 왕복 215km를 시승하면서 느낀 점은 세닉 일렉트릭은 '기본기가 탄탄한 패밀리 전기 SUV'라는 것이다.

승차감은 편안했다. 르노코리아에 따르면 르노 엔지니어들은 SUV임에도 세단 수준의 민첩한 조작감과 부드러운 주행 감각을 갖출 수 있도록 많이 노력했다고 한다.

시승 당시 차체의 좌우 기울어짐(롤링)이 적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소양강댐에서 내려오는 연속 급코너 때 상당히 안정적으로 코너를 돌아 나갔다. 차량 무게 중심이 낮아 흔들림이 작고 균형감이 좋은 것도 한몫하는 듯했다

세닉 일렉트릭은 전기차의 주요 특징 중 하나인 회생제동을 잘 활용하고 있다. 패들 시프트로 쉽게 1~5단계를 조절할 수 있다. 1단계는 상당히 약하지만 2·3단계는 일상 주행에서 운전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제동 강도는 4단계부터 꽤 강해지며 5단계를 선택하면 '원 페달 드라이빙' 알림이 표시되면서 강력해진다.

3단계부터는 정체상황이나 코너 많은 내리막길에서 특히 유용했다. 마치 저단 기어를 사용한 엔진 브레이크처럼 가속 페달 조작만으로 가속과 감속을 조절해 편리했다. 운전 피로도를 줄여주고 브레이크 패드 마모를 최소화하고 전비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시승을 마친 후 전비는 6.8km/kWh가 나왔다. 복합 공인 전비가 4.4km(도심 4.7km/고속도로 4.1km)인 것에 비하면 잘 나왔다. 1회 충전시 주행 가능거리도 460km로 경쟁차종들의 롱레인지 모델보다는 짧지만 꽤 괜찮은 수준이다. 

세닉 일렉트릭의 가성비는 어떨까? 가격이 확정되지 않았고 현재 예상은 기본형 테크노의 경우 세제 혜택 후 5159만~5290만원이다. 르노코리아에 따르면 기본 트림 기준으로 프랑스 현지보다 약 2300만원 저렴하다. 

여기에 서울 기준 전기차 보조금을 감안하면 4600만원대도 가능해 어느 정도 가격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지피코리아 경창환 기자 kikizenith@gpkorea.com, 사진=지피코리아·르노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