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버섯 감별이 시험과목? 버섯산업기사의 정체

이건 버섯산업기사 실기시험 후기라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인데, 다른 응시자가 독버섯 먹고 쓰러지는 걸 본 뒤 무서워서 도망쳐왔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누가봐도 조작을 의심할만한 내용인데 근데 이게 웬걸, 버섯산업기사라는 자격증이 정말 있긴 있었네? 유튜브 댓글로 “버섯산업기사 자격증을 따면 독버섯도 구분할 수 있는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버섯산업기사 자격증을 따는 것과 독버섯을 골라내는 능력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버섯산업기사는 2019년부터 시행된 국가기술 자격증인데, 기존에 버섯종균기능사만 있던 버섯 자격증에서 상위 버전을 하나 더 신설한 거다. 산업기사는 기능사와 달리 전문대졸 이상 또는 실무경력 최소 1년 등의 자격요건이 필요하다.

이원복 에듀피디 강사
"(독버섯 감별 같은) 그런 일은 사실 없죠. 실제 시험을 보는 내용은 버섯 종균을 직접 만드는 방법 그리고 배지(배양용 영양원)를 직접 만드는 방법 이런 내용이 주입니다”

온라인에서 떠도는 것처럼 실기시험을 산에서 치른다는 건 허무맹랑한 얘기다. 애초에 버섯재배에 관련된 자격증이기 때문에 산에 갈 이유가 없다. 필기 과목도 버섯 종균, 배양을 위한 배지, 생육환경, 버섯병해충 등을 공부해야 한다.

농촌진흥청 관계자
“주로 학교에서 많이 하거든요. 심사위원들이 한 2명 내지 3명 3명이 전문가들로 그룹으로 투입이 되고요. (산업)인력공단에서 또 관리하는 분들이 한 분 오세요.”

실기시험에서 응시생들은 현미경 등 배양을 위한 전문 장비를 다뤄야 하는데, 이건 이미 버섯 배양을 해봤거나 전국에 하나밖에 없는 한국농수산대학교 버섯전공을 하지 않으면 경험하기 쉽지 않다고 한다. 진입장벽이 나름 있는 편인 셈이다.

다른 산업기사 자격증처럼 공공기관 연구직이나 공무원 시험을 볼 때 가산점이 있지만 버섯농사를 지을 때 이 자격증이 없다고 딱히 걸림돌이 되진 않는다. 경북 경주에서 버섯농장을 8년째 운영 중인 최한별 대표의 얘기는 이렇다.

최한별 한별농장 대표
“저는 그거 일부러 안 땄습니다. 그게 필요가 없다고 느낀 게 실재배에는 크게 도움이 안 되거든요. 종균을 갖춰 가지고 이렇게 (대규모로) 할 사람이면은 그걸 할 수도 있는데. 실제로 그런데 그렇게 하는 사람이 없죠.”

정리하면, 버섯산업기사라는 이름이 나름 그럴듯해 보여 혹시 독버섯도 골라낼 수 있는 능력자를 뽑는건가 싶을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요즘 농가의 고소득 작물로 주목받는 버섯의 육성과 관련된 자격증이라는 것.

이원복 에듀피디 강사
“(버섯산업기사라도) 그렇게 (독버섯) 구분 못합니다. 어찌 보면 버섯은 곰팡이거든요. 종류가 수만 종이에요. 그런데 실제 그중에 우리 인간이 먹고 탈 안 나는 버섯은 극히 드물거든요. 그러니까 아주 전문가가 아니면 산에서 따는 버섯은 안 먹는 게 맞습니다.”

참고로 독버섯은 생김새도 식용버섯과 차이가 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이를 감별할 수 있는 능력은 버섯만 연구하는 생태학자가 아니면 기대하기 어렵다. 한때 유명세를 탔던 붉은사슴뿔 버섯이란 이름의 독버섯은 영지버섯에 갓이 자라기 전 모습과 매우 비슷하고, 식용버섯인 흰주름버섯과 독버섯인 독우산광대버섯도 겉모습만 봐선 구별이 거의 불가능하다. 농촌진흥청 등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독버섯은 화려하고, 식용버섯은 화려하지 않다고 알고 있는 것도 모두 잘못된 지식이다.

장마철인 7~9월이 되면 날씨가 덥고 습해서 버섯이 자라기 좋은데 이건 독버섯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독버섯인줄 모르고 야생버섯 먹었다가 죽기 직전까지 갔다는 경험담이 종종 들려오기도 하는데, 버섯은 안전하게 제조된 상품만 먹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