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수도권, 단 1개 ‘대형마트’의 사라짐
경기도 구리시는 수도권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단 1개의 대형마트만이 오래도록 시민들의 생활을 책임져온 도시였다. 그 주인공은 1999년부터 22년간 운영된 롯데마트 구리점. 전국 롯데마트 중에서도 손에 꼽는 수준의 매출을 기록하며 지역 상권을 독점했고, 시민들로부터 “구리엔 롯데마트밖에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런 핵심 거점이 2021년 갑작스레 폐점하며 구리시는 대형마트 한 곳도 없는 유일한 수도권 도시로 남게 됐다.

정부-지자체, 그리고 롯데의 임대료 ‘밀당’ 배경
구리시 소유의 건물에 입점해 있던 롯데마트는 연 20억 원대의 임대료를 지불해왔으나, 재계약 시점에서 구리시는 임대료를 약 2배 이상으로 인상, 연 47억 원을 요구했다. “우리 덕분에 1위 매출 올렸으니 이번엔 두 배 내라”는 식의 정책 변화에 롯데마트는 강하게 반발했고, 양측의 줄다리기는 공개경쟁입찰로 번졌다. 네 번이나 유찰되자 롯데마트는 임대료가 내려가길 기대했고, 결국 5차 입찰에서 중소 마트인 엘마트가 단독 응찰해 약 33억 원에 낙찰받으며 파란이 일었다.

대형마트의 부재…‘엘마트의 실패’와 시민의 불편
롯데마트가 철수하고 들어선 엘마트(이후 시민마트)는 거대한 매장 규모와 시민들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했다. 영업 부진에 임대료와 관리비, 변상금 등 총 70억 원이 넘는 금액이 체납됐고, 결국 계약 해지와 소송까지 벌어졌다. 시민마트는 리뉴얼도 시도했으나 운영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2024년 퇴출됐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4년간, 구리시는 대형마트 없는 불모지로 전락했고 시민들은 생필품 조달을 위해 인근 도시로 원정을 떠나며 심각한 불편을 겪었다.

시민의 염원, 그리고 정책의 변화
4년간 지속된 불편과 경제 침체에 시는 기존 엘마트/시민마트와 명도 소송까지 불사하며 롯데마트의 복귀를 추진했다. 백경현 구리시장은 롯데마트 유치를 민선 8기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고, 시민들 또한 “롯데마트 재개장”을 10대 뉴스로 선정할 만큼 관심과 기대가 높았다. 롯데마트 역시 경기 동북부 상권의 잠재력을 인정, 대형마트 입찰 기준 강화(매출 1조 이상, 10년 이상 점포 경험)라는 시의 조건에 부합하여 재입점에 나섰다.

2025년 6월, 마침내 롯데마트 ‘재오픈’
2025년 6월 26일, 롯데마트 구리점이 ‘그랑그로서리’ 콘셉트로 새로운 얼굴로 돌아왔다. 4,385평 규모의 대형 공간에 식품 특화 매장을 중심으로 가족 단위 체험·몰링 공간, 문화센터, 토이저러스 등 복합 쇼핑몰을 결합했다. 개장 당일 1,000여 명이 오픈런에 나섰고, 한 달간 30만 명이 넘는 누적 방문객을 기록했다. 지역 농수산물과 연계한 상생 매장, 시민 우선 채용 등 지역사회 요구도 반영했다.

교훈과 전망—‘독점의 유혹’과 공공성의 딜레마
롯데마트 구리점 사태는 지자체의 과도한 임대료 인상, 대기업-중소 유통 갈등, 정책적 일관성 부족, 사유재산의 공공 기능 사이에서 현장에 미치는 사회적 파장이 얼마나 큰지 실증한 대표적 사례다. 대형마트의 부재가 시민불편과 지역경제 정체로 귀결됐고, 무리한 조건 변경과 유통 실험이 실패로 돌아가며 결국 대형 유통망 복귀를 통한 ‘제자리 찾기’로 결말지었다.
앞으로도 구리시 사례처럼 대기업-공공-중소 상권이 균형을 찾고 ‘시민생활권’이라는 본질을 우선하는 방식이 우리 도시 유통 환경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잡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