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사관이 줄고 있다…전역은 늘고 충원은 부족한 우리 군의 허리

조회 1,0882025. 4. 3.

공군이 부사관 후보생을 선발하면서 필기시험의 커트라인을 앞으로 없애기로 했다.

공군은 40점 미달 시 불합격 처리되던 기존의 전형 절차를 폐지한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해군은 일찌감치부터 필기시험을 폐지하고 고등학교 성적과 출결 현황으로 대체하고 있다. 해병대도 필기시험을 없애고 체력과 면접 중심으로 변경해서 선발한다.

우수인력을 확보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으나 문턱을 최대한 낮춰 인력난을 적극 해소해 보려는 자구책이다.

공군 부사관 임관식. / 대한민국 공군

육군의 부사관 확보는 이미 비상등이 켜졌다. 국방부가 작년 국감 시 국회 국방위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24년 전역한 육군 부사관이 3170명이나 신규로 임관한 부사관은 반절에도 못 미치는 1280명(약 40%)이었다. 2022년까지는 전역 자원보다 충원이 많았으나 2023년부터 전역 자원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전력 공백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육군은 전역과 충원의 비율이 창군 이래 최고 격차를 기록했을 정도로 심각한 지경이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우리 군의 부사관 충원율은 2021년까지 90%를 웃돌았으나 최근에는 80%대로 곤두박질쳤다. 2023년 육·해·공군 부사관으로 1만 1107명을 채용할 계획이었지만 실제 충원은 9211명(82.9%)에 불과했다.

비단 육군만의 문제가 아닌 셈이다. 그러다 보니 인건비로 책정된 국방예산 중 부사관 인건비 중 1410억 7000만 원이라는 불용액이 발생했다. 돈이 없어 월급을 못 준 게 아니라 사람이 없어 월급을 못 준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의 발표를 재구성한 우리 군의 부사관 충원율. / 생생비즈 그래픽

우리 군은 오래전부터 첨단 과학군을 목표로 병의 의존도를 낮추고 전문성을 가진 간부 중심으로 개편을 꾀했다. 피라미드 구조가 아닌 항아리형으로 구조 변화를 추진하다 보니 한 때는 군 안팎에서 ‘부사관’이 선호 받는 직업군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열악한 근무 여건의 개선이 더디고, 직업으로서의 만족도가 저하되면서 전역에 따르는 공백을 충원이 뒤따르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년이 남았음에도 전역을 희망한 육군 중·상사 인원은 2021년에 658명에서 꾸준히 증가해 2023년에는 1275명이나 됐다. 특히 병사 월급이 지속적으로 인상되자 부사관 계층의 상대적인 소외감은 부사관의 조기 전역을 촉발했다. 포퓰리즘이 부른 대표적인 절름발이 행정의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출산율 저하로 인구절벽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면서 병역 자원이 줄고 있으나 이를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도 요인이다.

한때 정부는 60만 명이 훌쩍 넘는 상비군을 50만 명으로 줄이는 국방개혁법을 국회에 통과시켰다. 병력을 슬림화하는 대신 현대전의 양상에 맞게 정보 및 과학기술군으로 개편하고자 하는 의도였다.

그러나 인력난이라는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나면서 상비군 50만 명을 유지하는 것조차 어려워지자 급선회하며 ‘50만 명’을 삭제한 국방개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훈련 중인 육군 부사관 후보생. / 연합뉴스

물론 군 인력 구조에 있어 부사관 계층만의 문제는 결코 아니다. 학군장교(ROTC) 정원을 채우지 못한 대학이 70% 이상을 육박하고 있다. 정예 장교 육성의 요람이라는 사관학교 퇴교자는 매년 증가한다.

다만 군의 중추적인 허리 역할을 수행하며 가장 많은 인력으로 채워져야 할 계급이 부사관이라 현 상황은 심히 걱정스럽기만 하다. 허리가 건강하지 못한 사람은 보행 자체가 불가능하듯 부진을 거듭하는 부사관 획득은 온전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없다.

‘애국페이’만 제공하며 ‘군부심’만 강요하는 시대가 아니다. 우리 군의 목전에는 128만 명의 대군으로 핵무력까지 갖춘 북한이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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