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집이고 사람은 사람이다" 건축가 조남호(上)

효효 2022. 9. 24.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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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효 아키텍트-144]

서울 서초구 서리풀나무집(2019)의 건축주는 첫 회의에 층별로 분리된 골판지 모형을 가져와 설명했는데 수평으로 배열하고, 수직으로 쌓아 올린 생각의 블록 같았다.

설계는 가족 구성원의 영역을 구분하고 관계의 밀도를 조정하는 과정으로 진행되었다. 식당이 유일한 공동의 공간이고, 음악 감상이나 연주를 위한 홀과 서재 등으로 재편된다.

서울 서리풀나무집 [사진 제공 = 솔토지빈 건축사사무소]
집은 길로부터 안쪽을 보호하면서 남서쪽을 튼 ㄱ자로 배치된다. 남측과 서측의 높은 담은 중정 주택의 특징을 만든다. 남측 정원은 접이문을 열면 길과 연결된다. 길과 경계를 이루는 면은 폐쇄적 인상을 주지만, 물러난 면에 내부를 암시하는 목재 벽과 작은 정원이 있어 가로에 활력을 준다.

적층된 블록의 배열은 미래에는 퍼즐처럼 변화할 수 있기에 현재의 프로그램을 수용하면서도 유연한 구축 방식을 제안했다. 서리풀나무집은 철근콘크리트조와 목구조를 융합하였다. 불소수지로 마감된 2층 높이 철근콘크리트 볼륨 안에 2층 바닥 슬래브를 이루는 중목 장선(joist)과 경골(또는 경량)목구조 벽을 구성하였다.

서울 서리풀나무집 실내 [사진 제공 = 솔토지빈 건축사사무소]
외벽에서 반대편 외벽에 이르는 장선은 자유로운 평면의 기반이 된다. 1, 2층의 경골목구조 벽들은 필요에 따라 해체해 재구성할 수 있다.

경기도 이천 만화재(2019)의 구상은 2017년 봄, 정년을 2년 앞둔 교수가 보낸 메일에서 시작되었다. 그는 47년간의 외지 생활을 마치고, 귀향을 계획하고 있었다.

경기도 이천 만화재 [사진 제공 = 솔토지빈 건축사사무소]
마을은 신작로를 경계로 커다란 삼각형을 이루고, 삼각형 중점에 해당하는 위치에 낮은 언덕을 배경으로 옛집이 있었다. 건축주는 상수리나무 언덕과 저수지, 키 높은 히말라야 삼나무(개잎갈 나무)가 있던 마을 풍경에 대한 기억을 이야기했다.

주변에서 가장 규모가 컸던 이 집의 안채는 건축주에게 중요한 기억의 장소였다.

조남호 건축가는 낮은 밀도의 건축과 최소한의 장치만으로 과거의 느슨한 중정의 공간 구조를 재현하려고 노력했다. 안채는 현대적인 공법을 접목해 재생하기로 했다. 동서로 긴 사랑채는 해체하고, 대문을 경계로 두 개의 작은방을 갖는 서재와 주차장으로 채를 나누어 배치한다. 주차동은 스터코 마감의 안채, 서재동과 대비되도록 한다. 전체적으로 집이 마을의 일부로 작동하도록 의도하였다.

조남호는 건축주에게 옛 한옥의 보존과 재생 사이에서 경제성과 가치를 고려한 복합적인 제안을 했다. 건축가는 현대적인 공법의 외피와 재생한 한옥의 기둥과 보 구조의 조합은 하나의 유형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경기도 이천 만화재 실내 [사진 제공 = 솔토지빈 건축사사무소]
재생이 불가능한 기둥과 보는 집성목으로 대체하고 외피는 경골목구조 시스템 피막을 적용했다. 두 구법의 경계는 실내에 노출된 서까래인데 부정형한 형태의 한옥 보와 연결하는 데는 도리를 매개로 애매함을 조정했다.

조남호는 건축주와의 첫 회의 때 평면도만 그려간다. 머릿속에 이미 다 들어 있지만 건축주의 요구 사항을 수용할 수 있기 위해서다. 소위 B안은 가져가지 않는다. 설계 역량의 분산보다는 집중을 선택한다.

조남호가 대표인 건축사사무소 솔토지빈의 최근 서울시 프로젝트 제안은 골판지 유닛을 겹쳐서 단위 시스템으로 만드는 방식이다. 셀이 모여 다양한 모듈이 되며, 단열재를 넣으면 내벽이 형성되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조남호는 다가오는 시대는 목재를 기반으로 한 연성 재료를 엮는 건축이 대세라는 걸 말하고 싶었다. 건축에서 목구조와 타 장르의 구분은 의미 없다는 주장이다. 건축은 대상물이 무엇을 담을 것이냐를 간파하고 어떤 논리와 생각을 갖고 만드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목재 건축 기반이 인류의 지속 가능한 생존을 위한 논리와 해법이 될 수 있음을 명확히 한다. 인류의 생존 문제인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해법이라는 것이다. 나무와 탄소 관련 직접적인 해석이다.

"나무가 자라면서 탄소를 흡수하고 건축 재료로 남으면서 탄소를 보관한다. 나무 성분인 탄소 때문에 태워서 불을 낸다. 나무가 썩으면 나무 안의 탄소가 다시 공기 중으로 배출된다. 나무를 건축 재료로 사용해서 썩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

산업화 시대의 목적이자 수단인 '콘크리트'를 넘어서는 대안으로, 목재를 콘크리트처럼 쓴다는 개념을 적용해 원하는 강도의 나무를 만드는 것이다.

조남호의 초창기 작업은 목구조의 구법 연구에 집중했으나 최근에는 대지 조건에 따라 재료와 구법을 혼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조남호의 '목구조'는 조선시대에 완성된 목조에 기와를 얹은 '한옥'과는 다른 개념으로, 한옥의 공예미나 스펙터클한 구조미와는 거리를 둔다. 실용적인 디테일, 나무 본연의 가벼운 미감을 드러내거나 감추며 여러 재료와 조화를 이루는 전략을 구사한다. 목구조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공간의 가변성이 가장 큰 특징이다.

조남호는 대지, 유형, 구축(성)(tectonic, construction)등 건축의 본질을 질문하며 건축의 보편성을 탐구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건축관은 미국의 건축사학자 케네스 프램프턴(Kenneth Frampton)이 건물은 생활세계에서 물려받은 일정한 형식의 유형을 전제한다는 사고에서 기인한다.

조남호는 자신의 작업이 재료와 구축성을 기반으로 대지와 유형, (물리적 일관성으로 드러나는 살고 싶은) 풍경으로 확장되어 자연과 건축 관계가 복원되는 새로운 탐색 과정이길 바란다.

조남호에게 목구조는 그러한 탐색을 위한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도구이다. 목구조는 재료와 결구의 문제로 귀결된다.

일반적으로 목구조는 목재의 맞춤과 조합이 이루어지는 중목구조와 경골목구조로 나뉜다. 그는 경골목구조는 흰 벽과 채도를 낮춘 목조 프레임의 조합으로 다양한 유형의 공간 구현이 가능하다고 본다.

중목 구조는 주요 부재가 8인치보다 두꺼운 목재를 사용한다. 팀버프레임 방식이라고도 한다. 수직 부재인 기둥과 수평부재인 보가 힘을 받는 기둥-보 방식으로 벽이 구조 역할을 할 필요가 없어 내부 구조 설계가 자유롭다.

경골 목구조는 가늘고 얇은 목재를 사용해 골조를 짜는 방식으로 벽이 상부의 하중을 받는 벽식 구조이다. 경골목구조를 '투 바이 포'(2×4)라는 명칭으로도 부른다. 2인치×4인치의 각재를 구조부재인 뼈대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벽의 두께가 얇아 공간 활용도가 높다.

경기도 이천 만화재 [사진 제공 = 솔토지빈 건축사사무소]
조남호는 목구조와 철근콘크리트 등 구조를 결합하는 실험을 지속해 목구조의 구성체계로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 왔다. 그는 주택에서 공공 프로젝트에 이르기까지 목조 건축의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다.

케네스 프램프턴은 재료의 결합으로 공간이 탄생하는 지점을 '텍토닉(tectonic)'이라고 보았다.

텍토닉은 건축에서 보편적인 개념이긴 하나 역사적인 흐름을 담은 논리이기도 하다.

건축가 고트프리트 젬퍼(Gottfried Semper)는 텍토닉을 '목조의 구법에서 부재들을 입체적으로 조립하여 3차원의 구조물을 조립하는 방법'이라고 정의했다.

텍토닉은 근대적인 기술 개념이 건축에 적용되면서 등장한 개념이다.(…) 산업혁명 이후 새롭게 대두된 재료와 기술을 건축적으로 어떻게 수용하느냐는 것이었다.(…) 독일은 철학적, 미학적 논의를 바탕으로 한 텍토닉이란 개념으로 논의되었다. (정인하, 고트프리트 젬퍼와 칼 뵈티허의 텍토닉 개념 비교 중)

필자는 '집은 인간의 수명보다 길다'는 사고에 잡혀 있었으나 조남호와의 인터뷰에서 그 집에 사는 주체인 인간이 유한적 존재라는 다른 관점을 갖게 되었다.

조남호는 집은 다른 사람이 살거나 용도가 변경될 가능성과, 주변 환경의 변화도 고려해야 된다고 말한다. 자신이 짓는 주택이 한 인간의 가장 빛나는 시절이 지난 뒤의 시간을 고려해야 되기에 주택은 더 이상 전형적(典型的)이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건축주들도 대개는 그러한 대화에 공감한다. 주택을 짓는다는 의미는 인간이 유한하다는 것에 대한 자각을 전제로 한다. 조남호의 이러한 사고는 삶을 위한 거주가 도시로 확장된 데서 기인한다.

[프리랜서 효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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