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출산율의 원인으로 지목된 ‘영유아 사교육’…교육열 높은 국가에서도 출산율 하락세 뚜렷
한국은 저출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대치동과 같은 유명 학군지에서 ‘4세 고시’ ‘7세 고시’라는 표현이 등장하면서, 해외에서도 한국의 과도한 교육열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뿐만 아니라 사교육이 과열된 국가에서 출산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며, 지나친 조기 교육보다 연령에 맞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6일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국의 학문적 경쟁이 6세 미만의 절반을 입시 학원으로 몰아넣고 있다”며 한국의 영유아 사교육 시장 실태를 자국 내에 보도했다. 이어 해당 매체는 한국의 학원은 영어, 수학, 과학, 글쓰기 등의 과목에서 수업을 제공하는 기관이라고 소개하면서 이는 매우 큰 산업 중 하나라고 전했다.
또 한국의 6세 미만 영유아 중 절반에 가까운 47.6%가 사교육에 참여하고 있다는 우리나라 교육 당국의 통계를 인용하며 심각한 사교육 지출이 심각한 저출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과거에는 서울대나 연세대, 고려대 등 소위 말하는 명문대에 입학하기 위해 많은 학생들이 사교육 시장에 발을 들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교육 시장에 들어서는 연령대가 더욱 낮아져 영어유치원에 들어가기 위한 레벨 테스트를 준비하는 ‘4세 과외’가 유행하고 대치동과 같은 학군지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영국에서도 ‘3세 과외’라 불리는 영유아 사교육 시장이 열풍이다. 영국의 학부모들은 자녀들을 런던 명문 사립학교에 보내기 위해서 두 살 반부터 진학 준비를 시작한다. 자녀가 Wetherby School과 같은 영국 내에서 알아주는 명문 사립 유치원에 들어가지 못하면 좋은 초등학교에 입학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중학교나 고등학교도 평범한 학교에 다녀야 하고 결국 명문대 입학도 물거품이 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FT의 보도처럼 한국, 중국, 일본, 싱가포르와 같이 과도하게 사교육을 시키는 국가들에서는 출산율이 급감하고 있는 것이 통계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지난 2021년까지 산아 제한 정책으로 인해 자녀를 1명만 낳을 수 있었다.
해당 시대에 태어난 자녀들은 ‘소황제’라 불리며 자라는 내내 주위 어른들한테 극진한 대우를 받지만 유치원 때부터 사설 영어 학원, 수학 선행 학습 등 엄청난 사교육을 받는다. 이후 명문 초등학교 입학 시험(小升初)을 위해 ‘면접 대비 학원’에 다니는 경우도 있다. 또한 최근에는 중국판 ‘조기 영재 교육’(提早教育)이 유행해 중국 부모들 사이에서는 아이들에게 어릴 때부터 코딩, 수학 올림피아드, 피아노, 외국어 등을 가르치고 있다.
지난 2022년 출산율이 1.09명으로 하락하자 중국 정부에서 일부 사교육을 금지했다. 사교육 금지 정책 이후에도 출산율의 반등은 이어지지 않고 있으며 여전히 많은 부모들이 비공식적으로 사교육을 찾고 있다.
지난 2023년 출산율 1.05명을 기록한 싱가포르도 사교육에 열정적인 국가다. 싱가포르의 경우 ‘기아수(Kiasu, 뒤처지기 싫어하는 심리)’ 문화가 강해 어린 유아부터 학습지, 사설 튜터, 선행 학습이 보편적으로 퍼져 있다. 이러한 교육 문화로 인해 영유아 교육비 부담이 커지면서 출산율이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3~4세까지 중국어, 영어, 수학 등 선행 학습을 시키는 모습이 볼 수 있다. 또 초등학교 졸업 시험으로 불리는 ‘PSLE(Primary School Leaving Examination)’를 통과하기 위해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고강도 사교육 시장에 내몰리고 있다.
지난 2024년까지 싱가포르에는 영재교육 분과로 불리는 ‘GEF(Gifted Education Programme)’가 있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싱가포르 부모들은 자녀를 전문 학원에 보냈다. 해당 프로그램에서 선별된 학생들은 GEF 교육과정을 제공하는 상급 학교로 진학할 수 있었으며 더 광범위하고 심도 깊은 과목을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싱가포르 부모들이 선택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지난 2022년 합계출산율 1.26명을 기록했다. 맞벌이 부부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명문 초등학교 입시(小学校受験)를 위한 사교육비 부담이 커지게 되면서 출산율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모습이다.
요코요쿠 교육(横育教育, 창의력과 지능이 동시에 개발되는 교육)이 유행 중인 일본에서는 자녀들을 2~3세부터 놀이학교에 보내거나 조기 독서 교육을 시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어린 나이부터 게이오, 와세다 계열처럼 유명 명문 초등학교에 보내기 위한 면접 대비 학원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
뿐만 아니라 중학교 입시(중학 입시, 中学受験)를 준비하는 가정에서는 유치원부터 입시용 사교육을 시키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노중기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석탄, 석유와 같은 천연 자원이 부재했던 국가로 그러다 보니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인적 자원이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이 중요한 국가였다”고 말했다.
이어 노 교수는 “생각보다 빠르게 경제가 개발됐고 이러한 과정에서 인적 자원의 중요성을 직접적으로 체감하니 그러다 보니 더욱 사교육 시장으로 아이들이 내몰리게 되는 것 같다”며 “사교육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너무 어린 나이부터 지나친 사교육을 시키는 것보다 나이에 맞는 사교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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