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Universe] 동의대학교 유태웅

빙산의 일각

어떤 대상을 보이는 만큼만 알면 제대로 아는 걸까? 빙산이 수면 위로 드러난 부분보다 수면 아래 가려진 부분이 훨씬 크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깊고 큰 덩어리를 어두운 물속에 숨긴 빙하처럼, 사람도 시야를 가린 물살 속을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깊은 내면을 마주할 수 있다. 최강야구 ‘몬스터즈’ 유격수로 경기에 출전하며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주는 3초 남짓한 시간. 그 하나의 아웃 카운트를 잡기 위해 유태웅은 10년이 넘도록 수만 개의 공을 던져왔다. 아직은 작아 보이지만, 분명한 건 거대한 진면목을 숨겨놓았다는 사실! 그렇다면 이번 기회로 그동안 방송으로는 볼 수 없었던 그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자.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Yeonsu Kim Location Dugout Magazine Studio

유태웅

출생 2002년 3월 13일
신체조건
175cm 74kg
출신교 홍은중-성남고-동의대
포지션 내야수
투타 우투우타
2023년 성적
21경기 타율 0.282 20안타 10타점 3도루 OPS 0.732

#유일무이

<더그아웃 매거진>과는 첫 만남이네요! 독자분들께 인사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해요. (12월 14일 인터뷰)
안녕하세요. 이제 동의대학교 4학년이 되는 내야수 유태웅입니다.

최근에 좋은 소식이 하나 있었죠. 2023 아시아 야구 선수권 대회 동메달 획득을 축하합니다! 생애 첫 국가대표로서의 경기 어땠어요?
일단 제가 국가대표의 자격이 되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먼저 들었고요. 주변에 야구 잘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제일 잘한다고 평가받고 뽑힌 자리인 만큼 부끄럽지 않은 경기를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해당 대회 감독으로 현재 재학 중인 동의대 정보명 감독이 선임되면서 함께 대만을 다녀왔는데요. 대표팀 발탁 소식을 듣고 따로 전해준 조언은 없었나요?
감독님이 걱정을 많이 하셨죠. 저는 아직 대학생인데 대표팀 대부분이 프로 선수였잖아요. 혹시 프로 선수들과 어울리면서 제 태도가 바뀔까 봐, “항상 대학생처럼 임해야 한다”라고 강조하셨습니다.

당시 야수 중에서 유일하게 대학 선수여서 적응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겠어요.
대회 가기 전 훈련할 때부터 정말 힘들었어요. 평소 학교에서 훈련하는 방식이랑 프로가 훈련하는 방식의 차이가 크더라고요. 처음에는 적응하기 어려웠는데 함께 다녀온 선수들이 모두 착해서 불편하지 않게 잘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대체 불가 주전 유격수

대학 리그 얘기 더 자세히 나눠볼게요. 2022시즌 매 경기 안타를 기록할 정도로 뜨거운 타격감을 보여줬어요. 올해도 그 기세가 이어져 온 것으로 보이는데 스스로 생각하기엔 어땠어요?
객관적으로 꾸준히 잘하는 선수는 아니에요. 잘 칠 때는 잘 치다가도 한 번 타격감이 떨어지면 슬럼프가 오래가거든요. 그래서 저에 대한 평가도 극명하게 갈리는 거 같아요. 올해도 가장 최근에 있었던 전국체전 때는 감이 좋았는데, 제가 조금만 더 쳤다면 우승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스스로도 기복이 심하다고 생각돼서 개선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전국체전에서 한 경기 3안타를 기록하면서 팀의 유일한 타점을 올리기도 했어요. 게다가 장타율이 무려 5할이었는데, 체구가 크지 않은데 강한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건가요?
체격에 비해서 타고난 힘이 좋기도 하고 특히 손목 힘이 강한 편이에요. 지금까지 손목으로 야구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힘도 더 기르려고 살도 찌우고 있어요. 항상 수비에 중점을 뒀는데 이번 동계 때는 몸도 만들고 방망이에 더 집중해 보려고요.

현재 타격폼에 변화를 주고 있다고 들었어요. 어떤 부분을 보완하기 위함일까요?
지금까지 힘없는 타구가 많았거든요. 강한 타구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휘두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타구에 힘이 실리는 타격폼을 찾기 위해 지금까지도 계속 수정 중입니다. (그 과정에 정성훈 코치의 영향이 있었다면서요.) 거의 성훈 선배님이 다 해주셨죠. 평소에 후배들을 잘 챙기시는데 타격폼까지 봐주셔서, 선배님 조언을 바탕으로 제 스타일에 맞게 바꾸고 있습니다.

아까도 잠깐 언급했지만, 수비가 장점인 선수로 꼽혀요. 정성훈 코치는 “현역 유격수 데려 와봐라. 태웅이만큼 수비 못한다”라고 말할 정도였는데, 해당 영상 봤어요?
봤어요. 사실 비하인드 얘기가 하나 있는데요. 선배님께서 현역 유격수가 아니라 ‘백업 유격수’라고 하셨는데, 이게 와전이 됐더라고요. (웃음) 그래서 방송 이후에 선배님이 직접 오셔서는 “이제 네가 못하면 내가 바보 되는 거야”라고 하셨습니다. (앞으로 정말 잘해야겠네요.) 수비는 자신 있죠!

내야 수비의 꽃인 유격수임과 동시에 팀 내에서는 중심 타선을 맡으면서, 때론 부담감이 느껴지기도 하겠어요.
일단 타격에서 부담은 없어요. 저한테 거는 기대가 별로 없기 때문에. (웃음) 대신 수비할 때는 타점 낸다는 생각으로 신경 쓰는 편이죠. 점수를 안 주고 이닝을 막아내는 게 곧 점수를 내는 거기도 하니깐요. 그래도 수비는 워낙 기복도 없고 그동안 연습해 온 시간을 믿으면서 마음을 편히 갖고는 있어요.

수비 말고 본인의 야구 장단점으로 하나씩 꼽아주세요!
긴장을 잘 안 하는 단단한 멘탈이 장점이에요. 시합 전에는 떨리기도 하는데 경기가 시작되면 긴장이 안 돼요. 타격감 좋을 때를 생각해 보면 타석에서 별생각 없이 공만 보거든요. 근데 이게 한 끗 차이로 단점이 되기도 해요. 생각을 비우고 경기를 하는 게 도움이 되다가도 안 되니깐 잘 조절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23시즌 주장이었던 채태원 선수가 꼽은 가장 믿음직한 선수이기도 했어요. 팀에서 본인의 역할을 한 단어로 표현해 보자면?
솔직하게 말해도 돼요? …실세. 근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게! 1학년 때 입학해서 지금 4학년이 되기까지 쭉 함께 한 선수가 한 명밖에 없어요. 다른 친구들은 편입이나 신입생이라 동의대만의 스타일을 잘 몰라요. 그렇다 보니 감독님이나 코치님도 저한테 주장의 역할을 강조하시기도 하고, 애들도 자연스럽게 저한테 물어보고 있어요. (‘동의대만의 스타일’이라면 어떤 걸까요?) 절대 대충하는 게 없어요. 훈련량도 정말 많은 편이고 감독‧코치님도 사명감이 남다르세요. 항상 열정적이고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습니다.

대학 진학을 결심하고 특별히 동의대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제가 고등학교 1학년일 당시 3학년이었던 선배 (박)재성 형이 동의대에 갔거든요. 이후 대학교를 결정해야 하는 시기에 형한테 먼저 연락이 왔죠. 감독님이 저를 괜찮게 보시니 한번 지원해 보라고 추천해 주셔서 왔습니다. (갑작스럽게 먼 타지로 대학을 진학하면서 적응에 어려움도 많았겠어요.) 너무 좋던데요? (웃음)

동의대 출신 선수 얘기에 윤준호 선수를 빼놓을 수 없죠. 대학 시절 윤준호 선수는 어떤 사람이었어요?
준호 형한테 배울 점이 정말 많았어요. 야구도 잘하지만 제가 부족한 것들을 다 갖췄거든요. 사교성도 좋고 어른들한테도 잘하면서 자기주장도 확실했어요. 뭐랄까 빈틈없는 사람?

#더 큰 성장을 위해

‘최강야구’ 몬스터즈 팀에 일일 알바로 합류할 당시 윤준호 선수 유니폼을 입고 등장했어요. 이후 “윤준호 선배처럼 스타가 되겠습니다”라는 당찬 포부도 밝혔는데, 무슨 의미였어요?
단순히 인기가 많아지고 싶다는 게 아니라, 다양한 뜻이 담겼죠. 작년에 준호 형을 보면서 되게 부러웠거든요. 몬스터즈를 통해 준호 형이 성장하는 게 눈으로 보였어요. 이래서 큰물에서 놀아야 한다는 거구나 싶으면서, 저도 더 많은 걸 담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의미로 얘기했습니다.

22년도에 동의대 소속 선수로 출연한 이후 약 1년 만에 깜짝 등장이었어요. 어떻게 합류하게 된 거예요?
정보명 감독님이 전화를 주시더니 앞뒤 다 자르고 “최강야구 알바 하러 갈래?”라고 하셨거든요. 처음에는 시합 뛴다는 의미가 아니라, 진짜로 일손이 필요해서 알바로 부르신 줄 알고 갔어요. 근데 제 존재를 들켜서는 안 된다면서 차에서 유니폼 갈아입으라고 주셨는데 유니폼은 또 준호 형 거고. (웃음) 이후 갑자기 라커룸에 잠깐 들어가라고 해서 들어갔다가, 나중에는 시합까지 뛰게 돼서 얼떨떨한 하루였습니다.

1년 전 동의대 선수로 뛴 경기가 남다른 인상을 남겼잖아요. 당시 3안타 4타점을 기록하면서 몬스터즈 사상 첫 패배를 안긴 경기의 주역으로 꼽혔는데, 떨리지는 않았어요?
원래 긴장을 잘 안 하는 편이기도 하고, 친선 경기 느낌으로 임해서 재밌었어요. 그때는 그저 대학생 선수였으니까 잃을 것도 없고 맘을 편히 가졌던 게 결과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어요.

개인적으로 당시 2차전 경기에서 3볼 상황에 본인만의 스윙으로 타점을 만들어냈던 장면이 아직도 생생해요. 평소에도 카운트 신경 안 쓰고 경기하는 편이에요?
주변에서 참으라고 하면 참는데, 그렇지 않으면 카운트가 유리하든 불리하든 적극적으로 배트를 내는 편이에요. 특히 타격감 좋을 때는 무조건 공격적으로 나갑니다.

1년 후 일일 알바로 합류하고 나서, 단 하루 만에 고정 출연을 확정받았어요. 고정 첫 경기부터 직관 데이라, 당시 2만 명 가까이 되는 관중 앞에서 경기했는데도 안 떨렸어요?
그때는 좀 떨렸어요. 떨린다기보다는 약간 정신없고 붕 뜨는 기분? (그 상황에서 첫 타석부터 2타점 2루타를 쳐내다니 대단한데요?) 오히려 그 느낌이 좋았어요. 그래서 첫 타석 초구부터 돌렸는데 파울이 났거든요. 그제야 긴장이 아예 풀렸습니다.

그날의 함성이 아직도 생생하겠어요. 나중에 프로에 가면 하고 싶은 등장곡이 있나요?
정말 좋더라고요. 앞으로 계속 많은 분 앞에서 야구 하고 싶어요. 나중에 사용할 등장곡은 아직 섣불러서 따로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지금은 최강야구에서 등장곡으로 ‘NCT 127 – 영웅’을 사용하고 있긴 하거든요. ‘new thangs’라는 가사가 약간 ‘유태웅’으로 들리기도 하고 노래도 좋아서 쓰고 있습니다.

이제는 제법 익숙해졌겠지만, 레전드 선수들과 함께 야구 하면서 적응하기 어려웠겠어요.
너무 어려웠죠. 시합만 하는 게 아니라 촬영을 같이 진행하잖아요. 근데 제가 말도 잘 못하고 사교성이 안 좋거든요. 특히 어른을 무서워하는 편이라 먼저 싹싹하게 다가가는 게 안 돼요. 그래서 (박)재욱이 형이랑 (김)문호 코치님 말고는 그렇게 친한 선배님이 아직 없어요.

그런 거 치고는 헛스윙하는 박용택 선배에게 “아~ 욕심”, 동원과기대 코치인 김문호 선배에게는 “그렇게 강한 팀 아니다”라고 팩폭(?)했던 장면이 화제가 됐습니다.
아하핫. 제가 거짓말을 못해서… 웃기려고 한 게 아니라 그냥 있는 그대로 얘기한 거였어요. (평소 방송은 챙겨봐요?) 시간 날 때만 가끔 보고 챙겨보지는 않아요. 방송으로 볼 때도 있고 제가 나오는 장면만 편집해서 올려주시는 분이 있어서 종종 그 영상도 봤어요.

#그동안 알지 못했던

야구 할 때 할 말을 똑 부러지게 잘해서 팬분들이 ‘기존쎄’라고 부르던데, 평소 성격은 어때요?
방송으로 알고 있는 모습이랑 진짜 제 모습이랑 완전히 다를 거예요. 기 전혀 안 세고 평소에 장난도 자주 치거든요. (상처도 잘 받고 그래요?) 예전에는 그랬어요. 근데 대학 와서 바뀌었습니다. 원래 MBTI도 INFP였다가 T로 바뀌었거든요. (야구가 변하게 했다?) 동의대가 날 이렇게 만들었다. (웃음)

평소 SNS에 강아지랑 고양이 사진을 종종 올리더라고요. 자주 등장하는 비숑은 키우는 강아지인가요?
맞아요. 솜뭉치 같이 생겨서 이름이 뭉치예요. (뭉치 자랑 하나만 해주세요!) 음… 뭉치 되게 바보 같고 착해요. (자랑이라고 했는데 바보 같다뇨.) 바보 같은 게 예쁘게 보일 수도 있죠. (그럴 수 있죠! 착하고 말 잘 듣고.) 말을 잘 듣지는 않아요. (단호) 화를 잘 안 내고 순해요. 밖에 나가면 다른 강아지들 보면서 쫄(?)고요. (본인과 비슷하네요?) 쫄지는 않아요. (밖에서 낯 가리잖아요.) 쫄보 맞습니다.

그럼, 평소에 불리던 별명이 있다면?
동의대 입학했을 때 정대현 코치님이 제 이름 대신에 ‘민병헌’이라고 불렀어요. (민병헌 닮은 꼴로 유명하잖아요!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닮았어요?) 너무 닮았죠. 공룡이나 크롱이라고도 자주 불렸어요. (‘슬램덩크’의 서태웅은요?) 최강야구 와서 처음 들었습니다. 슬램덩크 세대가 아니라서요.

야구 말고 관심 있거나 잘하는 다른 스포츠도 있어요?
농구도 잘하고 배드민턴도 잘해요. 운동은 대체로 다 잘하는 편인데, 못하는 거 딱 2개 있어요. 탁구랑 축구요. 원래 어릴 때 축구선수를 하려고 했는데, 축구를 너무 못해서 안 하길 잘했습니다. (주력 좋잖아요!) 뛰는 폼 때문에 느리다고 얘기를 종종 듣는데, 사실 그렇게 느린 편이 아니긴 하거든요? 근데 ‘개발’ 소리를 자주 들어서요. (웃음)

어릴 때 축구선수를 하려다가 지금은 야구선수가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아빠가 야구랑 축구를 정말 좋아했어요. 특히 조기 축구를 오랫동안 하시고 주변에 축구 하는 사람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축구선수를 꿈꾸게 됐습니다.

야구선수를 꿈꾸면서 닮고 싶은 선수는 누구였어요?
어릴 때는 야구 잘하니까 멋있어서 강정호 선배님을 좋아했어요. 크면서는 제가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근성을 가진 오재원 선배님이 멋있었어요. 김하성 선배님도 경기할 때 보이는 투지가 멋있습니다.

등번호를 되게 자주 바꾸더라고요. 평소 등번호에 큰 의미를 두지 않나 봐요?
원래는 고등학교 때부터 동의대 와서도 2번만 쭉 했거든요. 그러다가 그냥 다른 번호 한번 해보니까 재밌더라고요. 앞으로는 쭉 7번을 계속할 생각입니다. (7번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요?) 올해 7번으로 바꾼 건데 한 해 동안 되게 다양한 일이 있었거든요. 지금 인터뷰 하는 것도 그렇고, 국가대표, 최강야구, 유튜브 출연까지. 7번을 하고부터 일이 잘 풀리는 거 같습니다.

따로 루틴이나 징크스 같은 것도 없어요?
일부러 없앴어요. 원래는 유니폼 안에 입는 언더셔츠를 똑같이 챙겨 입기도 했는데, 못 챙길 수도 있는 거잖아요. 괜히 신경 쓰이는 게 싫어서 징크스는 다 없앴습니다. 루틴은 세세하게는 없고 경기 전에 잠 깨려고 에너지 음료를 마시는 정도예요.

성격이 무던한 편 같아요. 야구장 밖에서의 모습은 어떨지 궁금한데요?
집 밖에 나가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가끔 친구들이 나오라고 하면 귀찮다가도 막상 나가면 재밌게 노는 스타일입니다. 보통은 집에서 게임 하고 편하게 쉬고 요리하는 걸 좋아해요. (오~ 가장 자신 있는 요리는 어떤 건가요?) 식상한데… 된장찌개요. 제가 했지만 맛있더라고요.

#가능성을 가능으로

야구 하면서 힘들 때 기분을 전환하는 취미는 따로 없나요?
글쎄요. 멘탈이 좋아서 그런가 야구 하면서 스트레스를 딱히 안 받아요. 대체로 이성으로 감정을 조절하는 편이라 감정 기복이 크게 없는 편이에요.

그럼,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떠올려보자면 언제였어요?
올해요. 지금까지 학교에서 야구만 하다가 올해 여러 가지 활동을 하면서 대단한 사람들도 만나다 보니 자존감이 낮아지는 게 있었거든요. 근데 또 좋은 자극이 되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 작정하고 몸을 키우는 것도 저를 더 발전시키기 위함입니다.

19살에 맞은 첫 신인드래프트에서 지명에 실패하면서 “스스로 안 될 거라 예상했다”라고 언급하기도 했어요.
마음을 편하게 갖기 위해 그렇게 생각한 거죠. 지명 안 되고 나서는 사실 허무했습니다. 혹시 기대하고 봤으면 더 무너질까 봐 일부러 마음을 비우고 뽑히기엔 부족했다고 생각했어요.

가장 중요한 고교 3학년 시절에 서울권 주말리그 전반기 타격상을 받았던 만큼, 사실은 기대가 컸겠어요.
예전에 “보이는 게 약하다. 더 열심히 해라”는 얘기를 들을 때면, 그저 더 잘 치고 잘 잡고 던지면 되는 줄 알았어요. 근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잘 친 것처럼 보이고 잘 잡는 것처럼 보여야 했는데… 전 항상 최선을 다했는데도 제 자체에서 나오는 에너지나 독기가 부족했나 봐요. 단순히 야구를 더 잘하는 걸 넘어, 항상 야구에 진심이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게 마지막 관문 같아요.

그렇게 한 번의 실패를 겪고도 야구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가능성. 조금만 하면 될 거 같은 그 가능성이 사람을 미치게 하네요. 그래도 대학을 진학하면서까지 포기하지 않은 거에 후회는 없어요. 대학교 와서 보고 배운 점이 정말 많았고, 이제야 준비가 됐다고 느껴지거든요. 만약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프로에 갔다면 별 볼 일 없는 선수가 돼서 몇 년 뒤에 그만뒀을 거 같아요. 앞으로 야구만 잘하면 될 거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유태웅을 응원하는 팬분들께 한마디 전하면서 마무리할게요!
아무것도 아닌 저를 좋아해 주셔서 감사드리고 정말 영광입니다. 그래서 저를 찾아주실 때면 항상 사인이나 사진도 끝까지 다 해드리면서 조금이나마 보답하려고 하고 있는데요. 앞으로 야구 더 열심히 해서 잘생겼다는 얘기보다, 야구로 인정받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더그아웃 매거진 153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4년 153호 (1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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